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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 낮은 곳에서 퍼지는 뜨겁고 높은 함성 ― <카트>,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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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김민아] * 약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를 전면에 내세워 대중의 관심을 촉구했다는 점에서 <카트>는 2011년 개봉한 영화 <도가니>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고 일부 장면은 2013년 작인 <변호인>의 축소판처럼 느껴진다. 보다 자세히는 앞선 두 작품보다 여성적이고 섬세한 면이 강한데, 주연 대부분이 여자 배우로 구성되었다는 점 또한 위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구심축일 것이다. 그러나 소재와 표현 방식에 있어 상당히 무겁고 계몽적이었던 <도가니>와 정치적 각성을 강하게 부르짖은 <변호인>과 달리 이 영화는 분명 비슷한 방향을 지향하고 있음에도 전에 없는 신선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소위 메시지를 지녔다는 일부 영화가 빠지기 쉬운 함정, 즉 사회 기저 층에 대한 고찰은 소거된 채 오직 투쟁적인 자세로만 밀고 나가려는 시도는 이 세계에 없다. 그저 기교보다 정직함을 선호하는 부지영 감독의 곧은 기조만이 장면 곳곳에 드러날 뿐이다.
 

   
ⓒ 카트 스틸컷 (네이버 영화 포토)

오직 영화 내적인 면만 따진다면 완성도가 높지 않다는 것이 주관적 견해다. 기승전결은 잘 짜여 있으나 인물이 내뱉는 대사, 에피소드의 구성, 카메라 워크 등이 다소 촌스럽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 지나치게 극적인 구간이 많아서일까. 사회의 어두운 단면에 집중했다고는 하나 일부 사건들은 그저 보는 관객의 감정 곡선을 꼭대기에 올려놓고자 마련된 장치로써만 쓰이고 버려진다. 특히 대사가 주는 아쉬움은 꽤 크다. 멋과는 거리가 먼 우리네 이야기임을 감안해도 모든 대화들이 직접적인 데다 때론 대놓고 주제를 읊기도 한다. 일일이 말로 설명하는 보여주기식 장면들은 이 영화를 소위 일일드라마처럼 느껴지게 만드는데, 급기야 “낙숫물이 바위를 뚫을 수 있을까요?” 같은 대사는 하도 인용되어 상투적인 맛마저 감돈다.

서사가 가진 직진성의 부족 역시 약점이다. 회사에 맞서 노조가 벌이는 사투를 단순한 단체 항의 등에서 그치게 한 부분은 이익 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두 집단을 너무 단면화 시킨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이는 자연스레 약화된 후반부와도 연결된다. 열린 결말에 가까운 엔딩은 관객에 따라 현실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영화 내내 억류되어 있었던 감정을 해소할 라스트 씬으로는 모자란 감이 있다. 정리하자면, 시쳇말로 ‘한 방’이 없다. 관객의 마음을 휘어잡을 강렬한 지점이 존재했다면 영화가 지닌 메시지도 덩달아 그 무게를 달리 했을 것이다.
 

   
ⓒ 카트 스틸컷 (네이버 영화 포토)

그럼에도 우리가 <카트>를 감상해야 할 이유는 뚜렷하다. 매 해 이러한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꾸준히 상영되는 일이야말로 문화 예술이 가지는 사회적 순기능이기 때문이다. 참신한 무언가를 삽입하기보다 부당 대우에 맞선 노동자들의 설움을 충실히 조명하는 방향으로 설계된 이 영화는 한눈팔지 않고 차근히, 급발진이나 급정거를 하는 구간도 없이 비슷한 속도로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다소 뻔하지만 정공법인 내러티브 전개다. 게다가 영화가 겨누는 과녁은 국가의 모순된 근로 제도보다도 관객으로 지칭하는 주위의 ‘무관심’에 초점을 두고 있다. 언제나 소시민과 공존해왔음에도 시선 한번 받아보지 못한 약자들의 함성 소리는 마이크를 잡은 주인공 선희(염정아 배우)의 최후 변론에 다다라서야 비로소 형체를 가진다. “저희를 투명인간 취급하지 말아주세요.” ― 그러니 여길 좀 봐달라고 외치는 것은 <카트>가 우리에게 던지는 중요한 화두이자 요약문이다. 특정 사건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이랜드 파업, 철도 노조 등 굵직한 이슈를 떠올리게 하는 <카트>는 한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이기에 외면하지 말아야 할 영화로 분류되기 충분하다.
 

   
ⓒ 카트 스틸컷 (네이버 영화 포토)

오락성을 추구하는 영화가 아니지만 배우들의 연기를 즐길 여지는 넉넉하다. 주인공 선희 역의 염정아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한국영화 속 여배우의 좁은 입지를 잠시 잊게끔 할 정도로 힘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물론 보편적인 차원의 ‘힘’은 혜미 역의 문정희가 더 센 편이다. 그러나 혜미가 처음부터 행동을 결의하고 선봉에 위시한다는 점에서 본래 강했던 인물이라고 한다면, 선희는 바닥에서부터 서서히 끌어 오르는 점진적 에너지를 분출하는 인물로 후반에선 오히려 혜미보다 더욱 굳은 결단력을 보여준다. 최후의 결전을 앞두고 간신히 떨리는 음성을 내던 그녀가 마침내 마이크를 잡고 고함을 쥐어 짜낼 때, 바깥에서 이를 주시하는 우리는 일약 방관자가 된 스스로를 깨달으며 고인 눈물을 떨어뜨릴 것이다. <장화, 홍련>이나 <범죄의 모든 것>에서 보여준 화려한 이미지와 다르게 숫기 없고 민낯인 그녀의 얼굴이 어느 순간 빛을 끌어당겨 발하는 시점. 이것이 <카트>가 품은 진정한 무기라 여겨진다. 더불어 주연인 염정아와 문정희 외에도 <카트> 속 인물들은 저마다 착실히 호연을 펼친다.

아르바이트 비용을 제대로 지불해주지 않은 악덕 사장과 소동을 피워 경찰서까지 온 아들. 왜 그랬느냐 묻는 주인공 선희에게 아들은 조용히 대답한다. “억울해서” 라고. 뛰어난 테크닉의 영화가 아니어도 좋다. 그들의 억울함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이미 <카트>는 제 몫을 다한 셈이다. 영화는 늘 ‘백문이 불여일견(百聞而 不如一見)’ 이라는 진리를 실감케 하는 매체 아니던가. 때론 칼보다 강하다는 펜, 천리마보다 빠른 입소문을 제치고 <카트>와 같은 영화 한 편을 감상하는 행위가 세상을 더 나아지게 하는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더욱 박수 받아야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춥고 낮은 곳에서 타오르고 있는 뜨겁고 높은 함성들이 비바람에 잦아들지 않도록. 어떤 영화 하나가 이 사회를 급변시킬 순 없지만, 그럼에도 어제보다 정의로운 오늘을 기대하게끔 만들어주기 때문에. 함성이 불어나면 아우성이 된다. 아우성은 모두의 목소리이기에, 결코 묻히거나 쓰러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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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dear_movie@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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