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윌리엄 켄트리지 주변적 고찰

황희지 기자 조회수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Google 검색에서 디아티스트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디아티스트매거진=황희지] 윌리엄 켄트리지는 인종간의 차별과 봉기로 어지러운 아파르트헤이트(흑백 인종 분리정첵) 아래의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태어났다. 그가 작업을 시작하던 1970년대 중반은 남아공의 정치적 혼란이 극에 달하면서 이에 대한 논쟁이 첨예하게 부각되던 시기였다. 그의 작품들은 백인과 흑인의 갈등, 남아공 사회에 만연한 폭력 및 유혈사태 등 다소 무거운 작품들을 특유의 시적이고 서정적인 층위로 끌어올리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남아프리카 출신의 백인이자 특권층으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인권변호사였던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차별에 관한 도덕적 시각을 확립한 그는 방관자이기 이전에 흑인들의 동조자였다. 하지만 그 역시 식민지배역사와 인종차별정책에 귀속되었기 때문에 작가는 자신에게 부여된 백인적 정체성에 대해 방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백인지배계급에 속하는 자신의 특별한 지위를 인식하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나라에서, 그리고 주변에서 가해진 폭력과 차별을 목격하였다. 이와 같은 작가의 개인적 경험들은 작품 안에서도 시각주체로서의 모호한 입장을 드러낸다.

   
▲ Five Themes 출처=http://www.nytimes.com

켄트리지의 작품은 회화, 입체, 영상 등의 예술 영역을 넘나들며 다양한 매체를 기반으로 하는데, 이는 각 매체마다 다르게 관계하는 자신의 다중적인 역할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동일한 이미지들이 장르를 넘나들며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은 작가 주체의 복수성이자, 방황하는 정체성으로 읽힌다. 또한 그는 자신을 그대로 닮은 소호(soho)와 펠릭스(Felix)라는 새로운 페르소나를 창조함으로써 작가 자신의 내면에서 충돌하는 서로 다른 인격들을 드러내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다.

이처럼 ‘가해’와 ‘피해’라는 이분화 된 주변으로 인해 분열된 작가의 정체성은 마치 그의 드로잉처럼 거칠고 투박한 모습임을 암시한다. 태생적으로 얻어진 백인으로서의 주변, 그리고 경험적으로 얻어진 흑인으로서의 주변은 그의 성장과정에 있어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서의 내적 혼란을 극대화 할 수밖에 없었다. 특권층이자 피해자인 윌리엄 켄트리지의 자아는 자신 스스로를 방관자로 규정하기도, 동조자로 규정하기도 한다.

켄트리지의 작업에 대해 ‘방관’이라는 이름으로 비난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차별에 대한 부조리를 고발하고 있지만 결국 그 자신도 백인이었고, 백인 변호사라는 우위에 서서 피해자인 흑인들을 응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백인적 정체성으로부터 완전히 탈피하지 못했으며 작업에서 드러나는 모호한 행적들과 다원화된 자아는 온전히 그의 입장을 고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난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켄트리지를 단순한 방관자이자 관찰자로 치부할 수 있을 것인가. 물론 피해자가 차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과 가해자 집단에 속한 사람이 차별에 대해 말하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 하지만 그는 온전히 가해자 집단의 특권층 백인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주변을 크게 구성하고 있는 요소인 흑인들, 그리고 남아공의 현실은 백인 켄트리지가 아닌, 흑인 켄트리지를 새롭게 창조하게 된다. 그로부터 형성된 작가의 흑인적 자아는 그 안에서 동조된 그들의 슬픔과 고통, 그리고 현실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를 구성하고 있는 흑적 자아로부터 파생된 흑인의 이야기는 피해자로서의 켄트리지를 새롭게 창조한다.

이처럼 특권층 백인으로서의 정체성과 흑인들의 동조자로서의 정체성, 즉 선천적 자아와 후천적 자아,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분법적인 자아 사이에서 갈등하던 켄트리지는 스스로를 분열 시키게 된다. 켄트리지의 불완전한 작업들은 어느 한 쪽으로부터 온전히 규정된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회피와 방관, 그리고 동조의 이면들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작업은 단순하게 흑인 차별 정책에 대한 고발이라고 보기엔 어렵다. 말라비틀어진 흑인과 대조되어 표현된 백인들은 물질적 부로 인해 돼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으며, 탐욕스러움과 동시에 빈곤한 인간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흑인들을 억압함과 동시에 자신의 인간성마저 억압하고 옥죄는 백인들의 모습은 정신적 환자로 그려진다. 백인들을 정신적 환자로 규정함으로써 켄트리지는 흑인차별에 대한 분노와 더불어 백인에 대한 연민의 시선을 제시한다.

   
▲ Untitled (Nandi) 출처=http://www.christies.com
   
▲ Drawing for the film ‘History of the Main Complaint’ 1996 출처=http://www.art21.org

켄트리지가 고발하는 차별은 흑인의 이야기이기도, 백인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는 백인들의 차별정책으로 인해 물질적, 신체적으로 고통 받는 흑인들을 보여줌과 동시에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인간성의 부재로 인해 정서적으로 궁핍한 백인 특권층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는 피해자의 적나라한 현실과 동시에 특권층의 이면을 보여주며 극단적으로 한 쪽에 치우친 자아를 강요하지도 않는다. 어느 한쪽에도 고정되지 못한 그의 자아는 매 순간 주변 개체들에 종속되어 진행될 뿐이다.

이처럼 작가에게 있어 고정된 자아의 상실은 마치 정신분열증과도 같은 혼란 상태를 야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온전히 흑인에 대한 차별을 고발하는 것에서 벗어나, 백인들의 정서적 결핍까지도 제시하며 방관과 동조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다. 이 점에서 누군가는 켄트리지의 ‘일관된 입장’ 에 대해 물음을 던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작업은 하나의 자아로부터 탄생한 것이 아니라, 내재된 두 가지의 자아로부터 파생된 두 가지 이야기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가 겪었던 자아의 혼란은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자들에게도 혼란스럽게 다가온다.

결국 약자의 입장에서 강자의 부조리함을 고발하는 형식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와 정신적 약자만이 존재하는 주변에 대해 고찰하는 켄트리지의 시선은 작가 자신도 정체성의 약자임을 자처한다. 그리고 우리 역시 정체성에 대한 체감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극단적 분열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자아는 주변을 이루고 있는 개체들의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개체들의 응집력은 상대적이기에 우리 역시 고정되지 않은 자아의 붕괴 속에서 항상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관련 기사

author-img
황희지 기자
b140035@theartist.co.kr

댓글0

300

댓글0

[칼럼] 랭킹 뉴스

  • 당신의 관념을 인버전할 테넷
  • 세계로 나아간 한국영화 Choice 5
  • 2019년 한국영화계 키워드 Choice 5
  • 제40회 청룡영화상 주요 부분 수상 예상 Choice 5 (인물 부문)
  • 여성이 주도한 한국영화 Choice 5
  • 나는 사물이 되고 싶다

당신을 위한 인기글

  • 현재 해외에서 한국인 피부를 갖고 논란이 된 이유
    현재 해외에서 한국인 피부를 갖고 논란이 된 이유
  • 한국에서는 평범한데…北 평양 고위층만 쓴다는 귀한 생필품의 실체
    한국에서는 평범한데…北 평양 고위층만 쓴다는 귀한 생필품의 실체
  • 방송일 하기전 SM으로 부터 소녀시대 제안 받은 기상 캐스터
    방송일 하기전 SM으로 부터 소녀시대 제안 받은 기상 캐스터
  • 아버지가 저지른 사기 사건의 공범으로 몰린 여자 아이돌
    아버지가 저지른 사기 사건의 공범으로 몰린 여자 아이돌
  • 100kg 넘던 여고생에서 현재는 화제의 몸짱 글래머 의사로 유명한 이분
    100kg 넘던 여고생에서 현재는 화제의 몸짱 글래머 의사로 유명한 이분
  • 사진 1장에 낚여 하와이에서 사기 결혼한 1,000명의 한국 여성들이 한 일
    사진 1장에 낚여 하와이에서 사기 결혼한 1,000명의 한국 여성들이 한 일
  • 심수봉 또 폭로 목격나와…이번에는 일반인에게 “비꼬며 훈계”
    심수봉 또 폭로 목격나와…이번에는 일반인에게 “비꼬며 훈계”
  • 한때 유재석 보다 잘나가는 국민 MC였는데…방송일 끊껴 호소중인 방송인
    한때 유재석 보다 잘나가는 국민 MC였는데…방송일 끊껴 호소중인 방송인

공유하기

[cosmosfarm_share_buttons url="https://theartist.co.kr" title="디아티스트" align="center"]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