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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사 캣츠걸 차지연, 배역을 하는 것이 아닌 배역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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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지연 ⓒ알앤디웍스

[디아티스트매거진=김혁준]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된 것은 두려웠기 때문이다. 매거진을 시작한 이래로 한 달에 한 두 개씩 주기적으로 글을 쓰면서 내적으로 채워짐은 물론 돌이켜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았기에 글을 전체공개지만 일종의 독백이자 방백이었다. 하지만 네이버에 매거진 게시글이 바로 보이고 갑작스럽게 다가온 공개 영역의 확장은 잊고 있던 것들을, 쉽게 망각하고 기만한 것들을 드러나게 했다. 통속적인 글이었고 기술적으로 잘 쓰인 글이라 할 수 없으며 어느샌가 목적을 상실한 글은 쓰기 위함의 쓰기, 형식과 틀만 남은 영혼없는 글처럼 느껴져 창피했다. 존재고백의 영역인 글은 이성의 영역으로만 인식하려는 문제를 갖고 있고 시작과는 다른 이러한 성향이 연극에 의해 말소됐다. 한 해의 시작으로 1월 1일 맨씨어터 극단이 선보인 연극 ‘터미널’은 건방진 주체를 완벽히 파괴되고 해체했다. 불편함을 가슴에 얹어주고 감정적, 감성적인 비가시적인 것들의 향연으로 감성보다 이성을 더 중요시해왔던 매정함을 힐난하며 작은 단위부터 시작해 어디서부턴가 크게 잘못되게 살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느끼게 한 연극이었다.

차지연, 그녀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꼭 연극 얘기를 하고 싶었다. 연극을 보고 있자면 그 상황 속에 온전히 침잠한다. 영화와 달리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우리는 온전히 맞이해야 하고 관객으로 온 사람들은 배우의 눈치를 봐야 할 정도로 가까워진다. 연극에서 다루는 주제가 불편하기에 다가오는 것이 큰 이유도 있다. 세월호, 폭력과 객체로 파편화된 여성의 삶, 유년시절의 성폭행…등. 하지만 뉴스와 매체가 세월호나 파편화된 삶을 여러 과정을 거쳐 하나의 무미건조한 관념으로 만들어버렸다. 감정을 배제하다 못해 절단해버리고 딱딱하고 반복된 보도는 건조해져 귀찮음과 짜증까지 유발해버린다. 연극은 글이나 영상이 전해주지 못하는 영역을 전달한다. 우리는 연극을 통해 그저 상황과 사건, 과정을 인식하는 것이 아닌 그 자리에 참여하고 자체에 침잠하는 존재적으로 받아들이며 느끼게 된다. 불편함과 카타르시스, 파토스를 조금 더 직관적으로 피부로 받아들임이 연극이 가진 가장 큰 힘이며 이는 배우와 연극 그 자체(기표)로부터 나온다.

차지연(여전사 캣츠걸)은 이러한 연극적 요소 즉 우리가 인식의 차원이 아닌 존재에 차원에서 느낄 수 있는 영역을 TV라는 매체를 통해 받아들여도 느낄 수 있게 했다. 우리는 TV속의 차지연을 보는 것이 아니라 차지연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스튜디오 안에 있는 것 같은 효과를 느낀다. TV를 통해서라도 연극적 효과를 느낄 수 있게 함은 그녀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연극이 주는 공간적, 관객태도적 효과를 넘어서고 몸짓, 손짓 하나하나 역동성, 아우라는 그 먼 곳에 있는 그녀를 눈 앞에 내 옆에 현시하게 만든다.(Swing Baby 무대가 특히 더 그렇다) 또한 숨을 잠시 멈추게 하는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원곡 – 이승환)은 사람 즉 우리는 들을 때 귀로만 듣지 않음을 알려준다. 우리는 피부로 몸으로 들으며 단순히 귀가 주는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음악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온전히 받아들이게 한다. 이 점을 들뢰즈는 ‘리듬’이라고 한다. 시각이나 청각보다 더 깊은 것인데 이러한 원초적 감각은 뇌를 통해 받아들이는 지각이 아니라 사건의 있음 그 자체 그러한 감각을 받아들인다. 신체는 감각을 느끼며 그러한 감각은 동시에 느껴진다. 우리는 합리성과 규정된 시각과 의미만을 바라보는 유기체로서가 아니라 해체된 기관을 통해 기관마다 다양한 존재(눈, 코 더 나아가 팔의 눈, 귀)로, 하나의 정체성에 머무르지 않는 유목적 주체가 된다. 근대의 실패한 주체를 탈주체화 하며 해체된 기관은 원초적 감정의 소리 시각 등의 통일성을 파악하는 미래의 유목적 주체다.

우리 어떻게든 무엇이 되어 있건 다시 만나 사랑해야 해요.

그때까지 다른 이 사랑하지 마요.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그대는 나에게 끝없는 이야기 간절한 그리움 행복한 거짓말 은밀한 그 약속

너만을 사랑해 너만을 기억해 너만이 필요해 그게 너란 말야. 너만의 나이길 우리만의 약속

배역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배역을 만난다. 그간의 다양한 뮤지컬 경력으로 느꼈을 감정의 이골은 가늠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닐 테고 복면가왕의 세션맨들 또한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분들을 모신 감사함의 영역이다. 스피커가 아닌 이어폰이나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가사적 요소가 아닌 음악을 들으면 언표의 영역이 아닌 숭고를 느낄 수 있다. Swing Baby에서는 말도 안되는 베이스와 브라스, 키보드.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에선 가슴에 먼지가 쌓인 듯한 응어리를 토해내는 차지연을 느낄 수 있다. 다섯번의 가왕의 자리. 다음 주면 6번째 가왕의 자리를 노릴 수 있는 그녀를 평가함에 있어 평가는 무색해진다. 그간의 평가기준이 사라지고 차지연이 하나의 평가기준으로 도래할 정도니까. 복면가왕 사상 최고의 무대를 보여줬다해도 무색하지 않은 그녀가 다음 무대를 어떻게 보여줄지 주목이 된다. 사실 더 이상 나은 무대를 보여주지 않아도 괜시리 정말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 이 이상 무엇이 더 나올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가수의 영역을 벗어난 존재가 아닐까.

세상은 언젠가 영화가 될 것이며 우리는 연기가 아닌 그 자체가 될 것이다. 그 속에선 이해도 인정도 무색해지는 자기 연민이 부끄럽지 않은 그런 아름다움이 도래할.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이런 자기애도 너만을 사랑한다는 존재고백 앞에서 아름다워진다. 예술은 평범하지만 범상해졌고 세상은 점점 미학화 되어간다. 이미지와 기호가 넘치는 이 세계에서 평범함과 무상함을 말하는 예술이 비록 실재는 사라졌어도 실체를 계속해서 말하려 한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내는 것 예술은 전체성 속에서 무한성을 말하는 진리고백, 존재고백의 영역임에 틀림 없다. 두려움의 말소, 숨쉬는 것 하나하나 작은 미세한 떨림, 차지연을 통해 그녀가 전달한 목소리와 몸짓 안에서 나는 잠시 그러나 똑바로 널 바라 볼 수 있었다. 

출처 및 인용은 진중권의 현대미학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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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준 기자
hj07237@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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