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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그랜드부다페스트 호텔 | ||
[디아티스트매거진=홍진희] 한 여자가 존경하는 작가를 기리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읽는다. 여자가 읽는 책 뒤표지의 작가는 자신이 들은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며 소설의 서문을 연다. 뒤이어 화면은 스크린을 꽉 채우고 소설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야기 속의 등장인물들은 살아서 움직이고 말을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여자가 읽는 소설이다. 따라서 눈에 뻔히 보이는 행동들도 하나하나 서술하며 소설이라는 것을 영화는 계속 강조한다. 등장인물들이 직접 말을 하고 움직이는 이 디지털 소설은 그 안에서 한 단계 이야기를 또 만들어 호텔 주인 제로가 소설을 쓰는 작가에게 어떻게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주인이 되었는지를 전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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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로가 이야기 할 때의 화면은 동화와도 같이 환상적인 모습이다. | ||
비록 소설 속의 인물이지만 제로가 전해주는 제로와 구스타브의 모험이야기는 제로가 작가에게 전달하는 이야기이다. 즉 여자가 읽는 소설과 같은 서술이 아닌 제로에 의해 전달되는 구술인 것이다. 둘 사이의 차이를 말하는 듯 제로가 이야기를 할 때는 화면이 16:9에서 4:3 비율의 화면으로 전환된다. 디지털 소설과 아날로그 구술의 차이를 준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디지털과 아날로그는 대치되는 관계가 아니다. 디지털 소설의 화면은 장면마다 한 폭의 회화를 연상시키고 낡은 호텔의 모습과 이야기의 전개 방식은 제로의 이야기보다 더 고전적인 느낌을 준다. 반면 제로의 이야기는 역시 아름다운 화면 속에서 진행되지만 이야기 속의 인물들은 게임의 캐릭터들 같고 스토리 전개 방식 또한 게임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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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는 한 폭의 회화를 연상시키는 장면들로 구성되어 있다. | ||
제로와 구스타브가 스승과 제자가 되는 과정을 보면 둘 사이에 연대가 생길만한 특징적인 사건이나 심리묘사가 없다. 구스타브가 제로에게 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로비보이가 되려는지 묻고 제로는 구스타브가 원하는 대답의 하고 제자가 된 것이다. 견습 로비보이가 되어서도 제로는 구스타브가 말하는 로비보이의 미션을 아주 잘 수행한다. 그리고 미션을 완료할수록 둘 사이의 유대는 커진다. 영화는 각각 다섯 개의 part로 나뉘어져 있는데 각 장마다 두 사람은 다른 미션을 수행하며 성장한다. part1에서 제로가 로비보이가 되는 미션을 수행했다면 part2에서는 마담 D가 준 그림을 획득하는 미션을 수행한다. part3에서는 구스타브의 탈옥이 미션인데 탈옥을 준비하기 전 구스타브는 교도소 사람들에게 옥수수 스프를 나눠주는 선행을 베푼다. 구스타브가 베푼 이 선행은 후에 그가 탈옥할 때 위기의 순간 결정적인 도움을 주며 게임 아이템을 모아서 결정적인 순간 활용하는 게임적인 요소를 느끼게 해준다. part4에서 악당을 추격하는 장면에서는 귀여운 음악과 함께 친절하게도 winter game이라는 현수막까지 보여준다. 끝으로 part5는 게임에서는 늘 최종적으로 보스를 만나듯 이 모든 불행의 근원인 드미트리를 만나 결투를 벌이다 마담D의 유언장 사본을 획득하고 모든 미션을 끝내는 장이다. 총 5개의 큰 미션을 수행하고 구스타브는 큰 부를 거머쥐고 제로는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을 하며 게임은 성공적으로 끝을 맺는다.
이 영화의 진정한 매력은 이런 디지털적인 요소들이 아날로그와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아날로그를 감싸 안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의 모든 장면들은 멋진 한 폭의 그림처럼 구성되어 있다. 또 유독 액자와 창문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는 그림 안에 또 다른 그림을 보고 있는 느낌을 준다. 움직이는 소설과 마찬가지로 움직이는 회화, 회화이지만 디지털적 요소를 지닌 회화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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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에는 유독 액자와 창문들이 많이 등장한다. | ||
영화 속 화면은 마치 강박증이라도 있는 거처럼 지속적으로 대칭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정지한 그림처럼 대칭된 화면은 그러나 화면 속 인물들에 의해 조금씩 어긋나있다. 심지어 주인공이 사랑하는 여자 아가사의 얼굴도 오른쪽의 점으로 인해 비대칭을 이룬다. 구스타브가 교도소를 탈옥할 때 결정적 역할을 하는 아가사의 위장용 망치 케이크는 교도소에 들어오는 음식 중에 유일하게 비대칭이다. 재미있는 건 간수가 다른 음식들은 잘라보거나 찔러서 안의 내용물들을 검수하지만 비대칭 모양의 망치 케이크만 조금 고민하다가 그냥 넘겨 버린다. 미처럼 화면에 내용과 상관없는 개가 갑자기 뛰어 들어오거나 잘 정돈된 반듯한 대칭 화면을 조금씩 비틀어내며 영화는 자로 잰 듯 한 균형 안에 교묘한 불균형을 만들어 집어넣어 디지털적인 미학에 아날로그적 미학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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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벽해 보이지만 조금씩 어긋난 대칭들 | ||
제로와 구스타브는 다섯 가지의 미션을 완료하고 부를 거머쥐었지만 구스타브는 군인들의 총에 맞아 허무하게 죽음을 맞고 제로에게도 막대한 재산을 포기하고 지킨 적자투성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만이 남는다. 영화 내내 언급되지만 중요하게 취급하지 않던 전쟁이 그들의 운명을 휩쓸고 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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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신의 환상 속에서 살던 구스타브 | ||
그림을 사랑하고 시를 사랑하며 파시스트들에게 거침없이 욕을 하던 구스타브는 제로의 말대로 도살장처럼 변해버린 잔혹한 세상의 한줄기 희망이었다. 하지만 그는 전쟁으로 변해가는 세상 속에 들어서지 못하고 자신의 환상 속에서 멋지게 살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구스타브가 등장하는 제로의 이야기는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인 가상의 디지털 공간으로 재현되고,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회상하는 나이든 작가의 모습은 그토록 쓸쓸하게 그려진 것이다. 영화 말미에 슈테판 츠바이크의 책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문구에서 짐작 컨데 어쩌면 이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전쟁으로 인해 잃어버린 고향을 그리워하는 아날로그적인 향수와 파시즘에 대한 비난을 디지털을 덮어씌워 재치로 위장한 영화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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