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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유스>가 던지는 시선의 중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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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속 수영장은 젊음와 늙음의 대비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이다.

[디아티스트매거진=한소리] ‘공감’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 또는 그렇게 느끼는 기분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영화 <유스>는 공감하기 어려운 영화였다. 상영이 끝나고 극장을 나설 땐 어안이 벙벙했다. ‘내가 방금 무엇을 본 것인가’, 손에 잡힐 듯 말 듯한 느낌. 집에 가스 불을 켜고 나왔는지 끄고 나왔는지 기억나지 않을 때의 느낌. 어딘가 모르게 불편했다.

뜬금없어 보이는 인서트 장면들이 그랬다. 당황스럽고 이해가지 않는 장면들이 상당했다. 배우들 얼굴의 점 위치마저 신경 쓴다는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은 완벽한 연출을 선보는 ‘작가감독’이다. 이런 그가 아무런 이유 없이 뜬금없는 장면을 넣었을 리가 없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에게 묻고 싶다. 영화를 보면서 이해할 수 없는, 혹은 뜬금없다고 생각한 장면이 있지 않았느냐고. 앞서 말했듯이 내겐 그런 장면이 존재했다. 그중에서도 마사지사의 춤추는 장면이 가장 난해했다. 섬세한 손동작으로 무용을 연상시키는 그녀의 춤사위는 마치 예술가를 보고 있는 듯했으나 웬걸, 그녀는 단지 게임을 즐기고 있을 뿐이었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멀리서 볼 땐 예술 같았으나 가까이 들여다보니 과연 그것이 예술이라 할 수 있는 것인가. 예술이 ‘아닌’ 것과 예술인 것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어떻게 시선을 두냐에 따라 의미를 달라지겠다. 이제부터 이 글은 계속해서 시선의 차이에 초점을 둘 것이다. 멀리서 보는 것과 가까이서 보는 것의 차이에 대해서 말이다.

멀리서 보는 것과 가까이서 보는 것, 지금 떠오르는 장면이 있지 않는가? 맞다. 바로 믹의 망원경 장면이다. ‘젊을 때는 모든 것이 다 가까이 보인다. 그러나 늙었을 때는 모든 것이 다 멀게만 느껴진다. 과거니까.’ 이 대사는 <유스>에서 손꼽을 수 있는 명대사이자 영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이 대사를 중심으로 영화를 곱씹어 보면서 공감할 수 없었던 부분을 다시 이해해보자. 그리고 자신만의 느낌과 생각을 정리해보길 추천하는 바이다.

영화 후반부에 프레드 벨린저는 의사에게 ‘어떻게 늙는지 모르게 나이가 들어버렸다’고 말한다. 프레드를 가장 잘 나타낸 대사라고 생각한다. 영화제작을 위해 열정적으로 움직이는 친구 믹과 달리 젊음을 되찾으려는 노력이라곤 뚜렷하게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모든 것을 다 지켜보는 사람이 프레드이다. 휴양하러 온 고급호텔이 요양원처럼 느껴지는 것은 프레드의 이런 권태로운 모습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에게 믹의 자살은 큰 슬픔이지만 젊음을 되찾게 하는 용기로 다가왔다. 의사의 한마디도 힘을 실어준다. ‘이곳을 나가면 뭐가 있는지 아세요? 바로 ’젊음‘이요.’ 프레드는 젊음을 찾으러 나선다. 은퇴했지만 여전히 자연과의 협주, 그리고 사탕껍질로 박자를 맞추는 프레드에게 음악은 곧 젊음이다.

그렇다면 영화 <유스>에서 말하고자 하는 진정한 젊음이란 무엇일까? 나이가 어린 사람들이 가진 특권이 젊음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아니다. 영화를 봤다면 ‘예’라고 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젊음이란 무엇인가? <유스>를 통해 정리해본 나만의 ‘젊음’은 다음과 같다. 가까운 미래를 끊임없이 재정비하는 것, 그것의 전제조건으로 3가지가 존재한다. 첫째 모든 진실을 알 필요가 없다는 점. 둘째 허구를 만드는 그곳엔 본인의 열정이 있어야 한다는 점. 셋째 그 열정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점. 전제조건으로 언급한 3가지가 귀에 익을 것이다. 이것들은 모두 믹의 대사에서 나온 것이다. 영화촬영이 무산되고 젊은 친구들이 떠나기 전, 기차역에 나란히 걸터앉아 나누던 대화중에 믹이 말한 대사이다.

박범신의 소설 「은교」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너희의 젊음이 너희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것이 아닌 것처럼, 노인의 주름도 노인의 과오에 의해 얻은 것이 아니다.’

결국 젊음은 나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미래를 바라보는 시선이 중요한 것이다. 믹이 ‘영화제작’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정을 쏟는 것처럼 가까운 미래를 재정비하는 것에 열정을 쏟는 것이 젊음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젊음에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재정비하려는 열정이 필요할 뿐이다. 그리고 젊음을 실현시키고자 할 때 모든 진실을 알 필요는 없다. 믹을 보기 위해 유럽에 온 것이라고 거짓말 친 어느 젊은이의 진실을 알 필요가 없던 것처럼 말이다. 미래라는 허구를 만들 때 그곳에 자신의 열정이 있다는 것만 기억하자.

이는 파올로 소렌티노의 전작 <그레이트 뷰티>를 떠올리게 한다. <유스>가 젊음을 대하는 시선의 차이를 그렸다면, <그레이트 뷰티>는 아름다움을 대하는 시선의 차이를 그렸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영화는 화려함 속에 숨겨진 공포와 공허함을, 허름함 속에 숨겨진 위대한 아름다움을 대비시킨다. 영화 속에선 멀리서 볼 때 대단해 보이는 사람도 가까이 들여다보면 겉멋이 들려있기 일쑤며 볼품없고 화려함과 젊음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한마디로 빛을 잃은 듯한 곳에는 진정한 아름다움이 있음을 보여준다. 진정한 내면을 바라보는 시각이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임을 깨닫게 해주는데, 여기에는 위에서 언급한 3가지의 전제조건이 있어야 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 ‘젭’은 활동을 중단한 작가로, 그는 ‘저 너머엔 너머의 것이 있다. 너머의 것을 다루지 않겠다. 그리하여 이 소설은 시작된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속임수다’고 말한다. 현재의 너머에 미래가 있듯이, 삶의 너머엔 죽음이 존재한다.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죽는다는 진실을 굳이 알 필요는 없다. 가까운 미래라는 ‘허구’를 만드는 데 열정을 쏟아 부으려 할 뿐이다. 그 너머의 것은 다루지 않는다. 우리도 젭의 말대로, 믹의 말대로 행동해보자.

결과적으로 파올로 소렌티노는 <유스>와 <그레이트 뷰티>를 통해 젊음이나 아름다움과 같은 것들을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지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시선의 중요함은 주옥같은 명대사, 화려하고 감각적인 영상미와 연출력으로 표현되었다. 이를 한 번의 감상으로 진한 감동을 느끼기엔 역부족이지 않나 싶다. 그의 영화는 몇 번이고 다시 보면서 자신만의 진정한 아름다움, 젊음, 그리고 죽음에 대해 정의내리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참 좋을 것 같은 영화라고 생각된다. 마치 방금 읽었던 문장을 반복해서 읽게 되는 책처럼, 그의 영화들은 반복해서 볼수록 감동이 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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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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