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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에 대한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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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센세이션은 현재의 혁오정도

 [디아티스트=한재현]고등학교 2학년때 가장 다양하고 많은 노래들을 접했다. 한국 대중음악의 지겨움을 멀리한 채 다른 음악들을 찾다 보니, 록, 재즈, R&B 그리고 힙합을 알게 된 시기이기도 한다. 그리고 2학년때 가장 나의 음악세계에서 가장 놀라웠던 아티스트는 블러(Blur)라고 말할 수 있겠다. 데이먼 알반의 보컬과 기타, 베이스, 드럼으로 이루어진 이 밴드는 오아시스(Oasis)와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유명세를 떨쳤다. 세계적으로는 오아시스가 인지도가 더욱 높았지만 블러 또한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90년대는 영국 아티스트들이 분수처럼 탄생한 시기다. 라디오헤드(Radiohead), 프로디지(The Prodigy), 콜드플레이(Coldplay)등 영국을 대표하는 밴드들은 이 시기에 탄생했고 블러도 마찬가지였다.

   
▲ 꽃미남 밴드로 데뷔한 블러

내가 블러를 다른 가수들보다 특별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그들의 색깔이다. 블러라는 말은 영어로 Blur, 즉 흐릿한 형체나 희미한 것을 의미하고 있다. 그룹 이름 자체가 희미하고 흐릿함을 나타내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내 머릿속의 블러는 뚜렷하며 강렬한 이미지를 남겼다. 대중을 따른 것이 아닌 자신들의 색으로 대중을 끌어들인 밴드라고 보여진다. 희미함과 흐릿함 자체가 밴드의 정체성이 되고 이미지가 되었다. 물론 오아시스도 인상 깊었다. 하지만 두 밴드의 차이는 확연했다. 오아시스의 음악들은 전문적이기 보다 즉흥적으로 만든 멜로디와 가사로 만든 음악들 같았다. 다른 말로, 듣기 편하고 경쾌한 음악이라고 생각된다. 반면, 블러의 곡들은 주로 섬세함과 고심 끝에 만들어진 음악 같다. 이근형 기자의 말을 빌리면 “오아시스는 작사에 능력을 지닌 노엘 갤러거가 자신이 겪은 일상을 가사로 쓰면, 밴드 멤버들이 노래로 탄생시켜 보컬 리엄 갤러거가 부르는 식이다. 오아시스의 히트곡 ‘Live Forever’는 노엘 갤러거가 공사 현장에서 다쳐 병원에 입원했다가, 영원히 살고 싶은 욕망이 생겨 쓴 가사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니, 비꼬는 듯한 특유의 메시지가 내포된 블러의 히트곡 ‘Charmless Man’과는 대조적이다”. 그렇다고 블러가 항상 이런 식으로 대중을 향해 비판적 어조를 띠거나 진지한 것만은 아니다. 청춘의 소년, 소녀들이 음란한 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의 블러 히트곡 ‘Girls And Boys’에서는 오아시스 못잖은 자유분방함이 잘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샹송의 한 소품을 떠올리게 만드는 섬세한 곡 ‘To The End’에서는 역시 블러는 정교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잘 빠진 두마리의 그레이하운드는 새로운 영국다움을 상징한다

블러의 앨범 하나를 고르자면 [Parklife]가 주관적으로 가장 블러다운 앨범이라고 생각된다. 배철수가 선정한 100장의 팝 명반에 포함되기도 한 이 앨범은 이전 앨범 [Modern Life Is Rubbish]는 상업적으로 외면 받은 앨범으로 히트곡이 절실했던 블러에게 1994년 영국 앨범차트 1위라는 대목을 안겨줬다. 1번트랙 ‘Girls & Boys’는 이전 영국음악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함과 신선함을 주었고 4번트랙 ‘Parklife’는 중간중간 섞여있는 영국식 발음의 나레이션이 매력적이며 의도적인 촌스러움과 중독적인 후렴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9번 트랙 ‘To The End’는 샹송을 섞은 곡으로 섬세함과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 25년 세월의 흔적

‘Song2’라는 싱글 앨범으로 처음 알게 된 밴드 블러, 이후 나온 밴드들도 블러의 영향아래 만들어지고 영감을 받으며 탄생되었다. 오아시스가 대중들을 위했다면 블러는 영국의 브릿팝의 균형을 맞춰준 밴드라고 말할 수 있다. 실험적 정신과 섬세함은 영국음악의 지평을 넓혀주고 그래서 전설로 남고 지금까지도 사랑 받는 밴드가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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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현
lateadapter1@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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