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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각을 넘어 오감의 체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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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포스터

[디아티스트 매거진=박동수]

-스포일러 포함

 어떤 영화는 체험이 된다. 알폰소 쿠아론이 <그래비티>로 일깨워준 진리다. 극한의 상황, 유려한 롱테이크 촬영, 완벽한 연기가 어우러지면 관객은 스크린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오큘러스사의 VR(Virtual Reality) 기기 없이도, 상영관의 3면을 스크린으로 사용하는 CGV의 ScreenX나, 체험하는 영화를 표방하는 4DX가 아니더라도 충분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집중적인 체험을 가능하게 해준다. 전작 <버드맨>으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이면을 ‘현장체험학습’하듯 보여주었던 알레한드로 G. 곤잘레스 감독의 신작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는 완벽한 체험의 영화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한줄로 요약이 가능하다. 아들을 잃고 배신당한 남자가, 배신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고난과 역경을 해쳐나간다는 이야기다. 그 과정을 와이드 렌즈로 담은 화면은 가히 압도적이다. 익스트림 롱 숏으로 눈 덮인 미국 서부의 절경을 남아내는 화면은 네셔널 지오그래픽급 장관이다. 또한 아들을 잃고 배신당한 남자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유독 땅바닥을 기어 다니는 장면이 많다. 영화 초반에 곰에게 습격당한 뒤 거동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이를 화면에 꽉 차는 클로즈업으로 카메라에 담는데, 디카프리오의 얼굴 뒤로 드넓은 설원이나 하늘, 숲이 한 프레임에 잡히는 촬영이 일품이다. 블루스크린으로 합성한 화면에서 느낄 수 없는 어떤 위압감이 느껴진다. 극단적인 롱 숏과 클로즈업을 오가는 촬영은, 지금까지의 관습을 깨부순다. 심지어 익스트림 롱 숏 이후 바로 클로즈업으로 넘어오는 순간은 놀라운 편집의 순간이다.

   
▲ 익스트림 롱 숏으로 찍은 눈 덮인 서부의 모습

 처음에 말한 체험의 순간은 영화의 오프닝에서부터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소를 사냥하고 그 가죽을 팔아 돈을 버는 미국인 밀렵꾼들을 인디언들이 습격한다. 갑자기 날아온 화살에 시작되는 전투는 생명과 죽음의 경계에 서있는 <레버넌트>의 세계관을 관객들에 뇌리에 새겨 넣는다. 화살 하나, 총알 하나에 방금 전까지 움직이던 사람이 멈추는 세상. 문명인(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자들)이든, 그들이 말하는 미개인이든 결국 죽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세상. 사람과 늑대가 죽은 소를 놓고 경쟁하는 세상. <레버넌트>가 그리고 있는 세계는 이런 곳이다. 그리고 10~15분에 달하는 롱테이크는 관객들을 객석에서 눈 덮인 미국 서부로 소환시킨다. 임마누엘 루베즈키 촬영감독은 시청각적 체험이 오감의 체험으로 바뀌는 초월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단순히 롱테이크가 가져온 현장감만이 <레버넌트>가 제공하는 체험의 모든 것이 아니다. 영화의 체험에는 배신자 존 피츠제럴드(톰 하디)를 쫓는 휴 글래스의 절망감, 고난, 분노, 등이 동반된다. 휴 글래스가 겪는 고난이 클로즈업으로 잡은 디카프리오의 표정과 몸에서 드러난다. 곰에게 습격을 받은 뒤 죽기 직전인 상태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아들이 죽는 것을 지켜보는 절망감이 디카프리오의 표정을 통해 관객들의 가슴을 찌르고, 버려진 이후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피츠제럴드를 찾아 떠나는 모습에서 그의 고통이 거의 실제로 느껴진다. 단지 추위와 맹수의 습격뿐만 아니라, 인디언과의 대립, 프랑스 사냥꾼들과의 대립 등 다양한 위협들이 휴 글래스를 괴롭힌다. 늑대가 먹다 버린 들소를 날로 먹기도 하고, 추위를 피하기 위해 죽은 말의 시체 속을 파내고 그 안에 들어가 잠을 청하기도 한다. 흙냄새, 피냄새, 땀냄새, 시체냄새가 공존하는 글래스의 여정이다.

   
▲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그의 뒤로 보이는 절경

 굳이 오지에 카메라를 들고 롱테이크, 자연광 등의 원칙을 세워 촬영했던 목적은, CG를 최대한 지양하는 조지 밀러 감독이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통해 보여준 것과 같다. 최초의 영화는 소리가 없는 영상이었다. 사람, 사물의 동작을 오롯이 스크린으로 옮기려는 것이 그 목적이었다. 조지 밀러의 <매드맥스>는 그 지점을 극한으로 담아냈다. 그리고 광기를 관객에게 전이시키는 데 성공했다. 광기를 체험하는 영화가 된 셈이다. <레버넌트>에서의 촬영도 마찬가지다. CG를 배제하고(영화 속 CG는 대부분 곰에 쓰였다) 와이드 렌즈와 배우의 연기, 자연만을 믿고 담아낸 영화의 촬영은 글래스가 처한 극한의 상황과 고독, 절망감을 담아낸다.

 단순한 서사 속에 담긴 글래스의 고난은 결국 ‘가족애’라는 키워드와 연결된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가 압도적인 스펙터클과 복잡한 이론 속에서 피워낸 주제가 결국 사랑이었던 것과 같은 이치다. <인터스텔라>의 쿠퍼가 들어간 블랙홀과, 글래스가 버려진 겨울의 서부는 결국 같은 공간이다. 한 쪽은 재회, 한 쪽은 복수라는 마무리였지만, 쿠퍼와 글래스를 죽음에서 돌아오게 만든 것은 그들의 기저에 깔린 ‘가족애’이다. 글래스가 반복해서 아내의 환상을 보고 환청을 듣는 것은 ‘가족애’라는 주제를 계속 강화시켜준다. 마치 쿠퍼가 자신의 딸 머피의 영상과 음성 메세지를 듣는 것처럼 말이다.

   
▲ 자연광(횃불)만을 이용한 촬영

 영화의 엔딩, 마침내 피츠제럴드를 죽인 글래스는 그 동안 보아온 아내의 환상을 마지막으로 보고 떠나보낸다. 이후 거친 숨을 몰아쉬며 카메라를 응시하고, 암전이 되며 엔딩크레딧이 올라온다. 관객들을 똑바로 응시하는 그의 표정과 눈은 관객들에게 이렇게 말을 거는 듯하다. “너도 봤지?” 영화가 제공하는 시각과 청각의 체험을 넘어 냄새와 추위까지 느껴지던 <레버넌트>는 마지막엔 감정적 체험까지 제공한다. 글래스가 본 환상, 다시 말해 사랑이라는 존재를 관객들이 봤는지 말을 거는 영화의 엔딩은 <인터스텔라>처럼 사랑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도록 만들어 준다. “너도 봤지?”라는 질문을 던지는 글래스에게 돌아갈 답은 “나도 봤어, 사랑”이 돼야 하지 않을까. 사랑은 블랙홀을 뚫고 나와 미국의 서부를 횡단하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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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수
dsp9596@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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