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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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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포스터

[디아티스트매거진=장은경] ***스포일러 있습니다***

우리는 주어진 시간으로 저마다의 인생을 살아간다. 사람들의 시간은 같은 방향으로 흐른다. 하지만 모두 같은 생활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누구는 일을 하고, 누구는 여행을 떠나고, 누구는 쇼핑을 한다. 영화 속 인물인 벤자민 버튼은 노인의 모습으로 태어나 아기의 모습으로 생을 마감한다. 벤자민 버튼의 신체적인 시간은 남들과 다르지만 그가 보내는 시간은 헛되지 않다. 영화를 보면서 시간에 대해 깊이 생각 할 수 있었다. 시간이 그저 물리적으로 움직이는 1분 1초가 아니라 세월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벤자민 버튼의 역행에 앞서 보여준 거꾸로 가는 시계는 영화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시계공은 거꾸로 가는 시계를 통해 죽은 아들이 돌아왔으면 했다. 이처럼 우리는 살아가면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또한 벤자민 버튼은 젊어지는 인생을 산다. 사람들은 늙는 것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고 젊음을 그리워한다. 이처럼 사람들은 현실을 도피하고 좋은 순간들로만 채우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 영화는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기보다 주어진 시간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 네이버 영화 스틸컷

영화는 벤자민 버튼의 일기장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일기장에는 그의 삶에 대한 고뇌의 흔적과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이야기들이 적혀있다. 벤자민 버튼의 내래이션은 명언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가르치려는 조언이 아닌 자신이 겪어온 일들에 대한 성찰이다. 벤자민이 자신의 딸에게 편지를 보낸 구절들처럼 감독은 벤자민 버튼의 내래이션을 통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말들을 전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또한 일반적인 카메라 시점으로 그의 생각 뿐 아닌 다른 사람의 표정과 대사를 통해 객관적으로 그의 삶을 볼 수 있었다.
 

   
▲ 네이버 영화 스틸컷

벤자민 버튼은 자라면서 자신의 숙명을 인지하고 그것에 대해 고뇌한다. 이 영화는 소설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벤자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을 원작으로 했다. 소설에서 벤자민 버튼은 신체적 역행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였다. 주위 사람들 또한 그를 강하게 압박하고 무시했다. 풍자적인 요소들이 많은 소설과 다르게 영화 감독 데이빗 핀처는 벤자민을 능동적인 인물로 배치하고 주위 사람들 또한 그들의 방식으로 벤자민 버튼을 대하게 하였다. 남들과 다르지만 자아를 꾸준히 찾아 떠나는 벤자민의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비록 숙명을 바꿀 수는 없었지만 아름다운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다.

   
▲ 네이버 영화 스틸컷

벤자민은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갔다. 양로원에서 자라던 벤자민 버튼은 자신이 아이인 줄 모르고 황혼기에 접어든 노인인 줄 알았다고 했다. 만약 벤자민 버튼이 밖으로 나가지 않고 자아를 찾으려고 하지 않았다면 그의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벤자민 버튼이 퀴니에게 남들과 다른 자신의 삶에 대해 토로하자 퀴니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삶의 종착역은 같아. 어떤 길로 가는 지가 다를 뿐이지. 넌 네 길을 가는거야.” 이처럼 벤자민 버튼은 끊임없이 자신의 삶에 궁금증을 제기했고 그의 주변인물을 통해 깨달음을 얻으면서 자랐다. 노인의 몸으로 잡부 일을 하면서 마이크 선장과 술도 마셔보고 점차 세상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벤자민은 점차 젊어지는 신체 변화를 겪었다. 그리고 어느 날 양로원에서 자신에게 피아노를 알려주던 여자와 대화를 하게 되었다. 벤자민이 “사람들은 점점 늙어지는 데 자신은 젊어진다”고 말하자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가는 걸 봐야 하잖아. 슬픈 일이지.”라고 말했다.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 적 없던 벤자민은 그녀의 말에 큰 깨달음을 느꼈다. 벤자민이 17살이 되던 해, 독립을 결심하고 뱃일을 하면서 넓은 바다를 항해했다. 벤자민은 또래의 청소년들과 신체적인 요소는 다르지만 자아정체성을 찾는 비슷한 행동을 했다. 마이크 클라크 선장은 벤자민에게 하고 싶은 걸 하라며 자아형성에 도움을 줬다. 넓은 해안을 항해 하면서 벤자민은 점점 더 젊어졌다.
 

   
▲ 영화 스틸컷

벌새는 1초당 15-80회의 날갯짓을 한다. 날갯짓을 10초 이상 하지 않으면 벌새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런 벌새의 날갯짓은 살고자하는 무한대의 노력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벌새가 떨어지는 장면은 죽음을 뜻하기도 한다. 죽음이라는 것은 노력의 멈춤이다. ‘겨울궁전’ 호텔에서 만난 여자는 젊은 시절, 해협 건너기를 실패한 후 자신의 인생이 망가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월이 더 흘렀을 때 그녀는 해협 건너기에 성공했다. 나이를 초월해서 자신의 꿈을 이룬 것이다. 20대의 신체를 가진 벤자민은 인도여행을 떠난다. 인도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곳으로 상징된다. 벤자민 버튼의 전체적인 삶의 이야기는 시도였다. 마치 벌새처럼 날개짓을 멈추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개척했다.

 

   
▲ 네이버 영화 스틸컷

데이시는 독립한 후에 집으로 돌아온 벤자민 버튼에게 운명과 우연이라는 말을 했다. 하지만 벤자민은 숙명이라는 말을 덧붙인다. 숙명은 태어 날 때부터 받아들여야하는 것으로, 후에 벤자민이 그녀를 떠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사랑을 하면 상대방의 삶 속에 들어가는 것이기에 벤자민 버튼은 그녀를 위해서 떠나간 것이다. 태어 날 때부터 신체적 역행을 피할 수 없었던 벤자민은 자신의 숙명을 받아들였다. 영화에서는 삶이란 정해져있는 것이고 사건이 연속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수동적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벤자민 버튼은 노인으로 태어난 삶을 비관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도했다. 여행을 떠나고 일을 하고 또 그녀를 다시 찾아갔다. 이런 시도적인 행동은 그 주어진 삶을 어떻게 개척하는 지를 보여줬다. 즉 받아들이는 것과 포기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다. 세월이 흐르고 어린아이의 몸을 가진 벤자민에게 치매 증상이 나타났다. 소식을 듣고 찾아 온 데이시는 옆에서 그를 보살펴 줬다. 영원한 것은 없지만 사랑은 그들의 곁에 영원히 존재했다. 벤자민 버튼은 그녀의 품에서 잠든 것처럼 세상을 떠났다.

 

   
▲ 네이버 영화 스틸컷

◇ “누군가는 강가에 앉아 있는 것을 위해 태어난다. 누군가는 번개에 맞고, 누군가는 음악의 조예가 깊고, 누군가는 예술가이고, 누군가는 수영하고, 누군가는 단추를 잘 알고..누군가는 셰익스피어를 알고,누군가는 어머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춤을 춘다…”

새해를 맞이할 때면 나이가 한 살 더해진다는 것에 울적함을 느꼈다. 이룬 것이 없이 시간을 허비한 것 같아서 후회가 들었다. 2016년을 맞이하면서 이 영화를 보고 내가 살아온 시간에 대해 반성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못해. 젊은 게 좋은 거야.”라는 말을 한다. 물론 젊음은 내 인생에 한번 뿐이다. 할 수 있는 것도 많다. 하지만 젊음이 없는 나는 내가 아닐까? 못한다는 것이 나이를 탓으로 안하는 것 아닐까? 못 한다는 것은 도전해보고 말하는 것이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나를 잃지 않고 시도한다면 아름다운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잃는 것이 아니라 얻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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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경
goguma@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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