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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런던시계탑 밑에서 사랑을 찾을 확률> 포스터 | ||
[디아티스트매거진=민선영] 34살 낸시는 사랑에 지나치게 인색하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말솜씨는 재미도 없는 농담으로 가득하고, 눈치는 나이와 함께 없애버린 듯하다. “출전을 감행하라.” 그녀의 노트에 적힌 여러 가지 수칙들은 스스로에 대한 주문과도 같지만 당최 써먹을 일이 없다. 어렵사리 들어온 소개팅 역시 낸시 특유의 어색함으로 망치고 만다.
부모님의 40주년 결혼기념일, 집으로 향하는 기차에 앉아 축사를 준비하던 낸시는 꽤 오지랖 넓은 여자와 동행하게 된다. 맞은 편 여자 이름은 제시카, <60억명과 당신>이라는 베스트셀러의 커다란 팬이란다. 얼마나 팬이냐면 소개팅하는 자리에 이 책으로 서로를 알아보기로 했다고 한다. 제시카는 낸시가 스스로 불행함을 야기한다고 하며 책을 반드시 읽어보길 권하지만, 그녀의 오지랖 넓은 잔소리가 불편한 낸시는 종착역인 런던워털루역까지 그만 잠들어버리고 만다. 낸시가 눈을 떴을 때엔 “당신의 부정적인 생각이 삶을 망치고 있다.”라는 <60억명과 당신> 책의 머리말 문구가 그녀를 반기고 있다. 낸시에게 훈수를 두며 책을 놔둔 제시카 덕분에 약이 오른 낸시는 책을 들고 무서운 기세로 제시카를 뒤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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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런던시계탑 밑에서 사랑을 찾을 확률> 스틸컷 中 | ||
장소1. 런던 시계탑 밑
제시카를 찾던 낸시의 등을 누군가 두드린다. “책 맞고, 시계탑 밑 맞고, 소개팅녀 맞고!” 낸시가 말할 틈 없이 끊임없게 말을 쏟아내는 남자 때문에 정신이 없지만 말 많고 어딘가 부족한 농담의 이 남자는 자신과 잘 맞을 것 같다. 운명적으로, 아니 이게 운명이라고 믿고 제시카의 소개팅을 빼앗기로 마음 먹은 낸시는 이 엄청난 일들을 감행해버리고 만다. 게다가 관심사, 가치관도 비슷하니 오늘 하루쯤은 내가 제시카여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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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런던시계탑 밑에서 사랑을 찾을 확률> 스틸컷 中 | ||
장소2. 볼링장
40세 이혼남인 잭은 24살 제시카 연기를 하고 있는 낸시가 꽤 마음에 든다. 유머코드도 비슷하고, 미트 소스 스파게티와 볼링을 좋아하는 것도 그러하다. 어린 나인데도 이토록 말이 잘 통한다니, 놀라울 뿐이다. “누가 소개팅은 망한다고 했지?” 볼링장은 잭과 낸시의 호감도가 최고점을 찍는 장소인 동시에 역경에 처하게 되는 장소이다. 낸시의 중학교 친구인 션, 그것도 그냥 친구도 아니고 낸시의 미친 스토커였던 션의 등장은 스토리의 전환점을 가져온다. 낸시를 보고 제시카라니? 션은 이 거짓말 같은 스토리의 비밀을 알게 되고 이 엄청난 사기극을 숨겨주는 대신에 낸시에게 키스 한 번을 요구한다. 결국 션과 함께 있는 장면을 잭에게 들켜버린 낸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린다. 이젠 모든 것을 잭에게 실토해야만 한다. 자신은 소개팅녀도, 제시카도 아니라는 낸시의 고백으로 잘 들어맞던 둘의 관계는 완전히 틀어진다.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해.” 잭은 이 상황이 어이가 없을 뿐이지만 낸시가 제시카가 아니라는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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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런던시계탑 밑에서 사랑을 찾을 확률> 스틸컷 中 | ||
장소3. Bar
이미 사랑의 감정이 생겨버린 그들에게 바는 두 번째 기회를 가져오는 장소이다. 그들이 볼링장 전에 들렀던 바에 각자 두고 온 물품들이 생김으로써 다시 찾은 이 바는 잭과 낸시에게 새로운 국면을 제시한다. 낸시는 화장실에서 화장을 고치며 남의 소개팅이나 빼앗고 결과까지 망쳐버린 자신의 우스꽝스러움을 책망한다. 잭은 낸시에게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냐고 묻고, 낸시는 볼링을 좋아한 건 진짜였노라고 대답한다.
그 순간, 잭과 낸시 앞에 나타난 잭의 전부인과 바람난 상대가 함께 들어온다. 이젠 잭이 낸시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이다. “내 새로운 여친이야, 낸시라고 해.” 여기에 잭이 숨겨온 거짓말이 있었다. 잭은 오늘 소개팅을 하고 소개팅녀와 함께 전부인과 자주 들리던 바에 들림으로써 바로 이러한 상황을 연출하고 싶었다. 자신과 다르게 행복한 전부인에게 “나도 이렇게 잘 살고 있어!”라고 보여주고 팠다. 이로써 낸시와 잭, 둘의 거짓말 승부는 1:1, 동점이 된다. 알고 보니 잭, 이 남자는 전부인과 헤어진 368일을 세고 있을 만큼 매우 큰 이혼의 고통을 만끽하는 중이다. 낸시와 잭은 서로를 향한 거짓말을 퉁치기로 하고 전부인과 그 바람난 상대를 함께 엿 먹이는 데에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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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런던시계탑 밑에서 사랑을 찾을 확률> 스틸컷 中 | ||
다시 장소4. 런던시계탑 밑
둘의 만남도 헤어짐도 어쩌다보니 이 장소이다. 몇 시간을 돌고 돌아 그들은 다시 런던 시계탑 밑에서 헤어짐을 나누게 된다. 낸시는 잭에게 자신의 부모님 기념일 파티에 함께 갈 것을 제안코자 하지만, 하필 그 타이밍에 진짜 소개팅녀 제시카와 연락이 닿은 잭 때문에 포기하고 만다. 혼자 열차에 오른 낸시와 낸시를 따라가지 못한 잭은 런던시계탑 밑에서 이별하게 된다.
진짜 소개팅녀를 만나게 된 잭, 낸시와 가짜 소개팅을 끝내고 진짜 소개팅을 위해 제시카에게 돌아 돌아왔지만 마음이 어딘가 복잡미묘하다. 사람에게 맞는 사람은 따로 있다는 것이 정답일 터, 결국 낸시에게 다시 돌아가고자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페이스북도 하지 않고 연락처도 없는 낸시를 잭은 무사히 찾아갈 수 있을까?
포스터만 봐도 알겠지만 분명 이 영화는 우리가 예상하는 딱 그 정도의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이다. 우리에겐 [미션임파서블] 벤지 역으로 더 유명한 사이먼 페그가 주연을 맡았으며 그의 본래 유머러스한 캐릭터가 이 사랑이야기의 감칠맛을 더했다. 거짓말이 좋은 결과를 불러온 스토리는 여태 별로 없었다. 더욱이 사랑의 훼방꾼이 로맨틱 코미디 주인공으로 선택된 경우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루한 자신의 일생에, 하루쯤 조금 이기적인 거짓말을 만들어냈던 낸시의 선택이 이번만큼은 좋은 터닝 포인트였기를 바라면서 이 영화를 보게 될 것은 분명하다. 누구나 한 번쯤은 우연찮은 장소에서 우연찮은 만남을 기대해 본 적이 있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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