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티스트매거진=선우주]
제주에서 마지막 밤을 지낼 게스트 하우스는 전체적으로 하얀색 톤을 띄어 차분하고 정갈한 느낌을 주었다. 바다에서 실컷 논 후 근처 마트에서 스태프와 함께 장을 보고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왔다. 고작 두 번째로 마주하는 대문인데도 우리 집 같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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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스트 하우스 마당 | ||
샤워를 하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 거실 쇼파에 앉아서 책을 읽으며 쉬고 있었다. 점점 배가 고파졌다. 주변에 식당도 없어 보여 저녁을 어디서 먹어야 되나 고민하고 있는데 여자 두 분이 들어왔다. 이젠 아무 거리낌도 없이 인사를 나누고 자연스럽게 저녁을 드셨냐고 물었다. 두 분은 짐을 풀고 저녁을 먹으러 갈 것이라고 답했고, 나는 함께 가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갑작스러운 부탁인데도 당황한 기색도 없이 같이 먹자고 답해주셨다. 나홀로 떠나온 여행이었는데 3박4일간 단 한 끼를 제외하고 항상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정말 신기하고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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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 국수 3인분 | ||
회 국수를 먹은 식당은 맛도 맛이지만 경치가 최고였다. 통 유리창 너머로 방파제에 시원하게 부딪히는 짙은 파도를 보며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우리는 저녁을 먹고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와 각자의 방으로 흩어졌다. 조금 이른 저녁이었기에 밖엔 아직 해가 남아있었다. 심심하기도 하고 소화도 시킬 겸 산책을 나갔다. 얼마 안가 작은 초등학교를 만날 수 있었다. 끽해야 한 학년에 한반밖에 없을 것 같은 작은 초등학교는 알록달록 예쁘게 색칠 되어 있었다. 이 초등학교 아이들은 여름이면 덥다고 당장 바다로 뛰어가지 않을까? 상상했다. 기분 좋은 웃음이 나왔다. 푸른 잔디밭과 깨끗한 바다, 어린아이들에게 최고의 놀이터가 아닐까 싶다.
운동장에는 진짜 놀이터도 있었다. 그네와 미끄럼틀, 철봉. 작지만 있을 건 다 있는 놀이터였다. 어디서든 그네는 발견하면 꼭 타게 된다. 하늘과 맞닿는 듯한, 바람을 가르는 듯한, 날아갈 듯 날아가지 않는 그 기분이 참 좋다. 자유로운 시간이었다. 삐걱 거리는 그네, 살결을 스치는 바람, 날아가는 잠자리 떼 혹은 이따금씩 들리는 개 짓는 소리 덕분인지 혼자였지만 그 어느 때보다 외롭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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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레파스로 그려 놓은 것 같은 초등학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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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네와 미끄럼틀 | ||
드러누우면 당장이라도 잠이 쏟아질 것 같은 피곤한 몸이었지만 제주에서 마지막 밤을 이렇게 마무리하기는 아쉬웠다.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었다. 맞은 편 침대에 있는 언니에게 말을 걸었다. 어느새 우리는 안주를 사러 동네 슈퍼로 향하고 있었다. 라면 두 봉지와 과자, 언제부터 그 자리에 있었는지 모를 쥐포 2장을 샀다. 숙소로 돌아와 보니 나와 언니처럼 혼자 온 여자 여행객 두 명이 거실에서 어색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는 사온 안주를 보여주며 같이 한잔 하지 않으시겠냐고 물었고 그 분들은 준비한 게 없다며 미안해하면서 반가운 얼굴로 우리와 부엌으로 향했다. 낯선 곳이기에, 서로에게 가장 완벽한 타인이기에 우리는 쉽게 나누지 못했던 각자의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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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났다. 모두 잠들어 있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부지런함이었다. 7월 중순이었지만 아침공기는 쌀쌀했다. 버스를 타고 2시간가량 이동해서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를 놓치는 상황은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공항에 도착하기 전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처음으로 창가자리를 배정받았다. 구름 사진을 많이 찍어야지 다짐하곤 잠이 들었다. 부산스러워 눈을 떠보니 이미 김포공항에 도착해버렸다. 허탈한 마음에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공항을 빠져나오니 제주도에서 모든 일이 한 낮 꿈처럼 느껴졌다. 지친 몸과 더 늘어난 짐을 질질 끌고 집으로 향했다. 멀리서 우리 집이 보였다.
3박 4일, 나의 첫 번째 나홀로 여행은 그렇게 끝이 났다.
그리고 6개월 후.
홀로 떠난 제주도 여행은 내게 기분 좋은 추억, 종종 생각날 사람들, 잘 나온 사진 몇 장을 남겨주었다.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고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했다. 무엇을 기대했는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꿈꾸던 스무 살은 특별하고 거대했다. 그래서 다시 주어진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을 받아드리기 어려웠다. 흘러가는 시간이 아깝고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힘겹고 우울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 이유는 고작 남들보다 재밌게, 특별하게 스물을 보내지 못한 것 같아서였다. 스물은 그냥 스물인 건데. 그저 지나가는 나이 중 하나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누구보다 특별한 인생도, 특별하지 않은 인생도 없다는 것을 깨닫기 까지 꼬박 1년이 걸린 것 같다. 스물이던 서른이던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다. 당신의 인생 순간순간이 모두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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