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변증법적 관계 회복, 상실의 가능성. <캐스트 어웨이>

신동혁 기자 조회수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Google 검색에서 디아티스트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디아티스트매거진=신동혁]***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캐스트 어웨이>(2000, 로버트 저메키스)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 대한 인상을 물을 때에, 꽤 많은 수의 메아리는 ‘무인도에서의 인물의 변화’에 초점이 맞춰진다. 더불어 ‘삶의 의지’라는 측면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도 있고, ‘외로움’에 대한 극복을 답하기도 한다. 이렇듯 다양한 관점에의 인상이 존재하지만, 그 다양함을 관통하는 <캐스트 어웨이>의 인상은 확실히 한 개인이 사회와 단절됨으로 상실한 인간성의 회복을 소묘한다.

<캐스트 어웨이>의 주인공 ‘척 놀랜드’는 복잡한 사회에서 언제나 시간에 대한 강박 속에 산다. 택배 회사의 직원이라는 특수성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상 시간보다 늘 빠르고 정확한 접근을 추구한다. “우리는 시간에 살고 시간에 죽어, 그러니까 시간을 낭비하는 우를 범해선 안 돼!” 가만히 바라보면 그의 시간에 대한 강박은 개인이 맺고 있는 무수한 관계들에 대한 집착과도 같다. 자신과 관계된 많은 이들에 대한 신뢰의 강박. 정확히도 그의 삶은 질적 시간의 카이로스는 무시된 양적 시간의 크로노스의 삶이었다. 24시간이 부족한, 총알 같은 시간. 하지만 그 안에서 척은 스스로의 시간을 갖지 못했고, 언제나 회사에 수동적인 삶을 산다. 그리고 그는 역시 회사가 정해준 시간 약속을 정확히 지키려다 폭풍우에 휘말려 태평양 한 가운데 떨어지고 만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무거운 쇠 덩어리 주제에 하늘을 나는 비행기의 아이러니함은 상식의 한계에 부딪힌 듯, 바다로 곤두박질 떨어지고, 재난에 무능한 인간 척은 언제나처럼 수동적으로 바다의 이끌림에 흘러간다. 얼마나 떠다녔는지 모를 만큼의 시간이 지나, 척은 파도에 떠밀려 무인도에 도착한다. 그곳에는 살아있는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었다. 또한 척의 여자 친구 켈리가 준 시계가 바닷물에 절어 작동을 멈춘 것으로 시각화되어, 그가 강박적으로 지키던 시간은 완전히 멈춰 버렸다. 복잡한 관계에서의 완전한 도피. 황망한 상황 안에서 그에게 남은 건 ‘생존’과 ‘감정’이란 완전한 최초의 인간성 뿐이었다.

배달 물품이 더 이상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택배 회사 직원’이라는 척의 자아는 상실된다. 시간을 지키고, 일을 하면서 살아있음을 느끼던 척은 자아의 상실과 동시에 떠밀려온 동료의 시체를 발견한다. 이 대목의 안쓰러움은 그에게 남의 것으로만 여겨지던 죽음에 대한 ‘낯선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절망적 상황에서 척이 할 수 있는 오직 한 가지의 행위는 ‘죽음’이었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사실 그가 느끼는 절망감은 쉽사리 이해될 수 없다. 언어학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가 이야기 했던 ‘세상 모든 기호는 다른 기호와의 관계를 통해 의미가 형성된다.’는 논리에 따르면, 무인도에 갇혀서 모든 관계가 통제되고 고독에 침잠한 척 놀랜드의 삶은 무의미하고 무쓸모한 것으로 격하된다. 그가 살아왔던 이전의 모든 삶은 부정되고, 앞으로 남은 삶의 의미 또한 어떨지 알 수 없는 상황. 어쩌면 죽음의 욕망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척은 그의 마음 속에 아주 큰 존재로 자리한 여자 친구 ‘켈리’를 다시 만나고 말겠다는 의지로 삶의 의지를 다진다. 물론 그녀와의 연결고리는 선물로 받은 시계와 그 안에 말없이 자리한 사진뿐이지만, 이는 그의 생존과 탈출에 대한 의지를 공고히 하기엔 충분했다. 이러한 ‘어떻게든 살아 나가야겠다’는 의지는 택배 회사 직원이란 척의 자아를 붕괴시켜, 그동안 뜯어보지 못했던 떠밀려온 택배 상자를 열어보게 만든다. 배구공 ‘윌슨’에게 척이 계속해서 말을 걸고 정을 붙이는 까닭은 새로운 관계 속으로 입장하며 잃었던 자신의 의미를 되찾겠다는 의지이다. 이제 ‘척 놀랜드’란 사람의 의미는 택배 회사 직원에서 ‘무인도 생존 특화형 인간’이 된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척은 무인도에서 무려 4년이나 산다. 이젠 그 생활이 익숙해질 법도 한데, 그는 탈출을 시도한다. 지난 경험을 토대로 바람을 계산하고, 튼튼한 뗏목을 만들어서 망망대해로 무모한 도전을 한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는 거대한 모습으로 그의 앞을 가로막지만, 격렬한 요동은 척의 의지를 막지 못한다. 그건 아마도 생존보다 더 거대한 사랑의 감정이 그의 마음 가득 자리하고 있는 까닭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캐스트 어웨이>를 로맨스 영화로 보는 이유는 이처럼 그의 무모함이 ‘사랑’에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척이 가진 생존의 이유가 여자 친구인 켈리를 향하는 때문이고, 마치 ‘사랑이 아니면 죽음을’ 하는 식의 숭고함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결국 척은 우연처럼 구출된다. 그의 구출 장면에서 저 멀리 둥둥 떠내려가는 배구공 ‘윌슨’의 존재는 단절된 공간에서 척에게 존재의 이유를 부여했던 관계가 끝이 남과 동시에 이제 새로운 관계의 시작을 의미한다. 그렇게 척은 다시 과거의 일상으로 돌아온다. 떠나간 윌슨에 대한 그리움은 설렘으로 전화하고, 삶의 이유가 되었던 켈리와의 만남은 점점 그에게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4년의 긴 시간의 공허함을 견디지 못했던 켈리는 이미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어 있었다. 이는 척에게 있어서 ‘삶의 모든 것’에의 상실. 절망의 상황에서 삶의 이유가 되었던 것이 허상처럼 허공으로 사라진다. 그는 이젠에 느꼈던 것보다 더 경건하고도 거대하여 형언할 수 없는 공허감을 느낀다. 아마도 어쩌면 지금 숨 쉬고 있는 스스로의 육체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헛수고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또 한 번의 관계 상실. 그래서 척은 엔딩 씬에서 무인도에서의 수평선만큼이나 막막한 너른 지평선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주변에 보이는 것은 척박한 토양과 푸른 하늘, 네 갈래로 뻗어있는 포장 도로. 어디로 향할지 몰라 지도를 보고 있는 척의 앞에 한 여인이 다가와 말을 건다. “어느 쪽으로든 갈 수 있어요.” 이 대사는 삶의 이유를 상실한 척에게 새로운 가능성으로 다가온다. 비록 그의 심정과 감정은 주위의 막막한 지평선처럼 허망하지만, 이와 같은 감정과 관계의 끝은 새로운 방향으로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래서인지 척의 표정은 알 수 없는 미묘함이 감돈다. 이는 공허감과 설렘의 공존인 까닭일까? 영화의 끝을 알리는 엔딩 크레딧이 유독 설렘으로 다가온다.

관련 기사

author-img
신동혁 기자
ziziyazizi@theartist.co.kr

[칼럼] 랭킹 뉴스

  • 당신의 관념을 인버전할 테넷
  • 세계로 나아간 한국영화 Choice 5
  • 2019년 한국영화계 키워드 Choice 5
  • 제40회 청룡영화상 주요 부분 수상 예상 Choice 5 (인물 부문)
  • 여성이 주도한 한국영화 Choice 5
  • 나는 사물이 되고 싶다

당신을 위한 인기글

  • 송대관이 유언 한마디 남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야 했던 안타까운 이유
    송대관이 유언 한마디 남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야 했던 안타까운 이유
  • 남편이 해외에서 일해서 나 홀로 딸 출산, 백일잔치 혼자 다한 연예인 아내
    남편이 해외에서 일해서 나 홀로 딸 출산, 백일잔치 혼자 다한 연예인 아내
  • 무려 23번이나 헤어지고 만남을 반복한 배우 부부의 최후
    무려 23번이나 헤어지고 만남을 반복한 배우 부부의 최후
  • 전성기에 100억 벌었는데…한달 2억까지 소비해서 금방 탕진한 연예인
    전성기에 100억 벌었는데…한달 2억까지 소비해서 금방 탕진한 연예인
  •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텔레그램 통해 벌이고 있는 섬뜩한 신종 범죄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텔레그램 통해 벌이고 있는 섬뜩한 신종 범죄
  • 현재 해외에서 한국인 피부를 갖고 논란이 된 이유
    현재 해외에서 한국인 피부를 갖고 논란이 된 이유
  • 한국에서는 평범한데…北 평양 고위층만 쓴다는 귀한 생필품의 실체
    한국에서는 평범한데…北 평양 고위층만 쓴다는 귀한 생필품의 실체
  • 방송일 하기전 SM으로 부터 소녀시대 제안 받은 기상 캐스터
    방송일 하기전 SM으로 부터 소녀시대 제안 받은 기상 캐스터

공유하기

[cosmosfarm_share_buttons url="https://theartist.co.kr" title="디아티스트" align="center"]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