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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리얼리즘 영화에 대해서] 로베르트 로셀리니와 비토리오 데 시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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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권오경]

   
▲ 출처: 구글 이미지

영화는 때로 교과서가 되기도 한다. 유대교가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을 때 본 ⌜나의 아름다운 비밀⌟을 시작으로 지금은 소규모 성경공부까지 일을 벌렸고 (물론 신앙을 배제한, 전적으로 호기심에 의한 성경공부이기는 해도.) 네오리얼리즘이라는 영화사조에 대한 궁금증으로부터 어느새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자료들을 찾아 읽고 있으니 확실히 영화는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의 확장에 큰 동기부여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누벨바그’나 ‘표현주의’, ‘인상주의’ 혹은 ‘네오리얼리즘’ 같은 용어들과의 만남은 내게 강한 욕망을 불러일으키는데 이 욕망이라는 것은 그 단어에 갖는 명료한 정의로 시작해서 이 범주에 해당하는 영화들을 보고 ‘아 이게 누벨바그구나’, 혹은 ‘이게 네오리얼리즘의 특징이구나’라고 몸소, 실감나게 느껴보는 것으로 이어진다. (물론 아쉽게도 늘 그런 욕심은 ‘감히’라는 수식어를 떼어내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한가지 다행인 것은, 네오리얼리즘 영화인⌜ 로마, 무방비도시 ⌟, ⌜전화의 저편⌟ 그리고 ⌜자전거 도둑⌟을  보고나면 이들이 갖는 공통점으로 그 용어가 규정하고자하는 의미를 희미하게나마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네오리얼리즘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이후 이탈리아에 나타난 영화 운동을 지칭하며, 당시 이탈리아가 직면한 사회모순과 역사적 비극을 드러내기 위해 현실에 대한 사실적 묘사를 특징으로 한다. 네오(NEO)라는 것은 ‘새로운’ 이라는 뜻을 가진 이탈리아어로, 네오리얼리즘은 곧 신-리얼리즘이라고 할 수 있다. 처참한 사회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를 목표로 했다는 점에서 리얼리즘과 공통점을 갖지만 네오리얼리즘은 그것을 표현하는 기법에 있어서도 사실성을 확보하고자 비전문배우를 고용하거나 실제 전시상황을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는 점에서 이전의 리얼리즘보다 더욱 확장, 발전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 출처: 구글 이미지

네오리얼리즘의 시작이라할 수 있는 로베르트 로셀리니의 ⌜ 로마, 무방비도시 ⌟ 에서 우리는 1943년, 독일군에 의해 점령당하고 결국 무방비 도시(Open City)로 선포된 로마와 마주한다. 무방비 도시란 군사시설 및 주둔하고 있는 부대가 없는 도시로 선언된 곳을 의미한다. 적에 의한 함락이 확실시되는 도시에서 무의미한 전투 및 파괴와 학살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선언되는 사실상 항복 선언에 가까운 것이다. ⌜ 로마, 무방비도시 ⌟이렇듯 독일군과 파시스트, 레지스탕스 모두에게 개방된(Open) 로마에서 벌어지는 무자비한 탄압과 잔인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로셀리니의 또다른 전쟁영화 ⌜전화의 저편⌟은 6개의 독립된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옴니버스 영화로, 전쟁영화가 일반적으로 내세우는 영웅성이나 애국심, 군대에 대한 서사전개가 아닌, 전시상황에 놓인 ‘사람’들에 초점을 맞춘다. ⌜전화의 저편⌟의 원제 PAISAN이 우리나라‘사람’ 을 뜻한다는 사실만 보아도 확실히 영화가 담고자하는 내용이 각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있음을 알 수 있다. 

   
▲ 출처: 구글 이미지

전쟁으로 인해 친구를 잃고, 인연을 잃은 사람들, 가난을 얻고 도덕성을 잃어버린 사람들,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그 도덕성을 가르는 기준마저 상실한 사람들의 모습, 삶에 대한 생기를 잃고 창녀가 되어버린 여자, 그로인해 엇갈려버린 인연의 이야기, 서로 다른 종교를 믿는 미군과 신부들의 만남 마지막으로 독일군에 의해 처참히 바다에 버려지는 레지스탕스들의 죽음까지. 이처럼  ⌜전화의 저편⌟은 전쟁으로 고통 받는 다양한 이탈리아 ‘사람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영화다.

실제로 페데리코 펠리니는 로셀리니가 역사적 사실을 보다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어떠한 조건에서 촬영했는지를 다음과 같은 말로써 증명해보인다. 

로셀리니는 거리에서 연합군의 대포가 바로 우리의 등 뒤 1미터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지나가고, 사람들이 창가에서 노래를 하거나 소리를 지르며, 촬영 중인 우리 주위에서 물건을 팔거나 훔쳐가려고 하는 끓고 있는 냄비 같은 곳에서 사람들로 붐비는 수용소 같았던 나폴리와 피렌체 그리고 로마와 포의 늪지대에서 영화를 찍었다. 그에게는 영화가 영화인 동시에 매우 놀랍고, 이야기하고 싶은 삶이었다. 

   
▲ 출처: 구글 이미지

로셀리니가 독일 점령하에서 이탈리아인들의 저항과 투쟁, 그로부터 발생한 비극적 현실을 묘사하면서 네오리얼리즘 영화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것과 달리 비토리오 데 시카는 자바티니와 함께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인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의 삶을 세밀하게 묘사하면서 네오리얼리즘 영화의 또 다른 특징의 한 축을 담당했다. (참조: 세계영화 예술의 역사) 이에 대한 대표작이 바로 ⌜자전거 도둑⌟이다. 

   
▲ 출처: 구글 이미지

영화 속 주인공인 안토니오는 자전거를 이용해 영화 포스터를 붙이면서 생계를 꾸려나간다. 하지만 곧 자전거를 도둑맞게 되면서 그가 겪는 고충과 절망을 통해 경제적 궁핍이 가져다주는 한 개인과 가족의 고통, 그로인해 타락하는 인간의 도덕성을 사회 현실과의 상호관계 속에서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데 시카 감독은 전후 밀어닥친 만성적인 기근과 실업 사태를 있는 그대로 화면에 담아내기 위해 비전문 배우 기용했으며(안토니오는 금속 노동자이고 그의 아들역인 브루스는 로마의 부랑자이자 신문배달 소년이었다.) 전쟁 와중에 무너진 로마 시내의 전경을 그대로 영화 촬영지로 활용해 관객들에게 사실적인 공감을 얻어냈다. 

   
▲ 출처: 구글 이미지

로셀리니의 영화에서 보여지듯이 ⌜자전거 도둑⌟또한 전쟁이 가져오는 선과 악의 규정에 대한 회의적 시선을 보낸다. 또한 이탈리아가 직면한 참담한 굶주림의 현실을 특별나거나 기이한 사람이 아닌, 가장 평범하게 살아가는 보통 사람의 안토니오로써 우리에게 보여준다. 

실제로 ⌜자전거 도둑⌟의 시나리오 작가 세자르 자바티니는 다음과 같이 인물의 영웅화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피력했다. 

‘나는 기이한 인물에 반대한다. 나는 영웅에 반대한다. 나는 언제나 그들에 대한 본능적인 증오를 느낀다. 나는 다른 수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제외되었다는 모욕감을 느낀다. 우리들 모두가 등장인물이다. 영웅은 관중들에게 영등감을 준다. 이제는 관중들에게 당신들 자신이 삶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말할 시간이다. 그 결과는 책임감과 모든 인간 존재의 위엄에 대한 끊임없는 호소가 될 것이다.’

   
▲ 출처: 구글 이미지

자바티니는 당시 이탈리아의 현실을 그대로 담고 있는 평범한 소시민에 집중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그들의 삶을 자바티니는 실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상호관계가 결합된 구체적 현상으로 보았으며 이러한 그의 시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탈리아의 일상적이고 보편적 인물을 통해 현실의 문제와 그것의 상호 연관성을 접근시키는 수법인 데 시카의 영화 창작에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이렇듯 허구보다는 사실을, 고상한 영웅보다는 평범한 사람을, 예외적인 것보다는 일상에서 쉽게 대할 수 있는 현실을 그리고 타락하고 희망 없는 사회 구조가 인간의 가치를 어떻게 파괴하고 위협하는가를 다루고 있는 것이 바로 네오리얼리즘영화들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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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경 기자
okyung1205@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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