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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 <가타카>

신동혁 기자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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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가타카> 포스터

[디아티스트매거진=신동혁]***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가타카>(1997, 앤드류 니콜)

하나님이 행하신 일을 보라, 하나님이 곧게 하신 일을 누가 능히 곧게 하겠느냐(전 7:13)

위의 성경 구절로 시작하는 영화 <가타카>는 진리의 성경 말씀을 거부하는 인간 세상을 소묘한다. 오직 사랑으로 잉태되어야 하는 생명을 인간의 입맛대로 바꿔 좋은 유전자로만 만드는 세상. 명백히 신의 뜻을 거스르는 행위이지만, 보다 좋은 삶을 선사하기 위함이라는 변명으로서 이 모든 불합리는 용인된다. 그 결과 오로지 사랑으로 태어난 아이들은 ‘부적격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꿈이 상실된 채, 꿈 바로 근처에서 청소기를 돌리는 삶만이 주어진다. 꿈은 단지 우월한 유전자를 가진 이들의 것으로 격상된다.

유전자 조작 없이 부부의 사랑으로 태어난 남성 ‘빈센트’는 태어남과 동시에 시행된 유전자 검사로 인생이 결정된다. 심장 질환의 가능성이 99%이고, 폭력 성향을 지녔기에 잠재적 범죄 가능성이 높고, 기대 수명은 고작 30살에 불과하다. 부모는 실망한다. 사랑의 결실이 패배자로 살아갈 것이란 운명 때문이다. 분명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빈센트에게 주어진 삶의 모양새는 주사위의 눈금이 1에 고정된 것처럼 좌절스럽다. 반면 이러한 실망을 뒤로한 채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그의 동생 ‘안톤’은 주사위의 눈금 6을 안고 태어난다. 6과 1의 차이로 안톤은 힘도 세고, 키도 크고, 바다 수영에서 언제나 형 빈센트보다도 더 멀리 간다. 이 모든 우월함은 자신의 노력으로 이룬 능력이 절대 아니지만, 안톤은 우주 비행사가 되고 싶은 빈센트를 보면서 조소하며 말한다. “난 원한다면 될 수 있지만, 형은 아니야.” 그렇다. 이것은 그들에게 정해진 운명이었다. 정말로 빈센트가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지만, 우수한 유전자를 가지지 못했다는 이유로 우주 항공 회사 가타카에 떨어지고, 그곳에 비행사가 아닌 청소부로 취업한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가타카>에서 느껴지는 불합리함은 한 가지 질문에서부터 출발한다. ‘정말 수치로 인간을 대변할 수 있는가?’ 덧붙여지는 조건은 그 수치라는 게 절대 노력으로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지 태어날 때의 우월한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 수치로 인간의 암묵적인 ‘계급’이 형성되고, 노력이란 변수가 작용되지 못하며 꿈을 잃은 채 고착화 된 삶. 요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수저론’을 떠오르게 만든다. 우월한 조건의 사람들은 언제나, 반드시 승리해야하고, 열등한 조건의 사람들은 반드시 패배해야 하는 현실. 오프닝에 나타난 성경구절이 절절하게 느껴짐은 ‘과연 이게 하나님의 뜻인가?’하는 의문이 드는 까닭이다.

그러나 빈센트는 청소부로 고정된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남자 ‘제롬 모로우’의 인생을 구입한다. 그를 따라서 머리를 염색하고, 렌즈로 눈의 색을 바꾸고, 5Cm 부족한 키를 늘린다. 또한 가타카에서 매일 실행되는 유전자 검사를 통과하기 위해 제롬은 매일 빈센트에게 자신의 혈액과 소변, 머리카락을 제공한다. 그리고 우습게도 빈센트는 아주 손쉽게 가타카에 취업한다. 더불어 평생의 소원이었던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으로 갈 기회를 잡는다. 유전자의 수치로는 절대 불가능에 가까운 꿈에 그는 오로지 노력으로 다가선다. 다만 이 꿈과 노력의 대가로 빈센트는 자신의 이름을 잃는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이때부터 <가타카>의 서사는 크게 두 줄기로 흐른다. 우연히 흘린 눈썹 한 가닥에 의해 가타카 내부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오른 ‘빈센트’가 수사망을 피해 타이탄으로 가려는 사건과 같이 근무하는 엘리트 요원 ‘아이린’과 사랑에 빠진 빈센트의 사건. 이 두 사건을 관통하는 위기는 유전자의 열등함에 의한 ‘자격’의 문제이다.

열등한 유전자를 가진 ‘빈센트’의 눈썹이 가타카 내부에서 발생하자 경찰은 발칵 뒤집힌다. 그는 열등한 유전자를 가진 인물이 가타카에 있을 자격이 있는가 하는 물음과 폭력 성향의 수치가 남들보다 높기에 그는 명백히 살인범의 자격을 갖췄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빈센트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무시된 채 경찰의 추격을 받는다. 경찰의 이러한 끈질긴 추격에 함께 데이트를 즐기던 아이린과 도망치는 빈센트. 골목에 숨어 경찰의 추격을 따돌리던 그들을 향해 한 경찰이 소리친다. “빈센트!” 이는 제롬의 삶을 살아가는 빈센트에게 있어서 자신이 노력으로 일군 가타카 안에서의 삶을 총체적으로 부정당하는 것과 같았고, 그에게는 가타카 안에 머무를 자격이 없음을 의미했으며 더불어 곁에 서 있는 아름다운 우성 유전자의 여인을 사랑할 자격이 없음을 뜻했다. 그러므로 “빈센트가 누구죠?”하는 아이린의 물음에 제롬으로 꾸며진 빈센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다. 이 물음 자체는 인간으로서의 사랑과 꿈이라는 존엄에 대한 물음이기도 했다. 모든 것을 놓칠 수 없기에 빈센트는 망설인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되돌아온 아이린의 말은 아이러니하게도 “아무 말하지 마세요.”였다. 이는 오로지 한 가지 의미로만 고정되는 ‘말’의 한계성을 거부하는 아이린의 태도를 소묘한다. 마치 유전자의 수치처럼 오직 단 하나의 정답과 길을 제시하는 언어를 거부하는 듯한 아이린의 이런 태도는 지금 그들이 살아가는 사회가 인간에게 짐 지운 한계에 대한 탈피에의 의지와 같았기에, 빈센트는 극한의 위로를 받고 아이린과 사랑을 나눌 자격을 얻는다.

우등한 유전자와 열등한 유전자의 사랑. 그들이 나누는 섹스는 일시적이지만 스스로 자아의 경계를 허물고 실행하는 타인과의 완전한 교감이다. 더욱이 <가타카>속 사회에서 그들의 경계는 계급이란 이름으로 완고했기에 그들의 사랑은 더욱 쓰리고 날카로웠다. 승리와 패배의 교감, 인간과 비(非)인간의 교감, 사랑과 상실의 교감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아서 승리할지 패배할지 모르는, 사랑을 할지 상실을 할지 알 수 없는 ‘신’의 품으로 돌아가는 회귀를 의미하기도 했다. 정해지지 않은 삶이란 건 물론 두렵고 궁금하지만, 정해진 실패에 대한 좌절과 정해진 성공에 대한 부담보단 더 짜릿하고 성취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결국 빈센트는 아이린에게 자신은 제롬이 아닌 ‘빈센트’임을 밝힌다. 열등하다고 여겨졌던 자신의 이름에 대한 인정은 그에게 있어 완전한 자아와 인간성의 회복을 뜻한다. 이 인간성의 회복이란 오프닝에 밝혀졌던 신과의 관계 회복을 통해, 인간의 섭리를 따라 정해지지 않은 삶으로, 개척할 수 있는 삶으로 되돌아감을 상징적으로 밝힌다.

빈센트가 자아를 회복함과 동시에, 살인 사건의 가해자가 밝혀진다. 그의 무죄로 드러난 무결함은 수치로 정량화된 사회에 대한 그름의 선포였다. 범인으로 드러난 이는 폭력적 성향이 전혀 없다던 가타카의 국장이었다. 정해진 운명의 불완전성. 성공이 예정된 인물의 강박이 새로운 가능성을 낳은 까닭이었다. 이로써 회복된 빈센트의 자아는 완성되어 간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노력이 수치로 표현될 수 있다면.

모든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고 이제 꿈의 실현만 남은 것처럼 보인 빈센트의 앞에, 의젓한 경찰로 성장한 동생 안톤이 등장한다. 거기서 그는 빈센트에게 가타카에 있을 자격을 묻는다. 신분을 속인 사기꾼이 된 빈센트와 위법자를 체포하려는 안톤. 빈센트는 꿈을 실현할 길이 없는 부적격자의 삶에서 방법은 이것밖에 없었다는 변명을 하지 않는다. 다만 “여기까지 어떻게 올라왔는지 알아?”하며 수치화 되지 않는 자신의 노력을 피력한다. 그리고는 어릴 적 빈센트가 이겼던 단 한 번의 바다 수영에서 자신의 한계를 넘지 못했던 안톤을 조소한다. “넌 했지만, 난 한 번도 살려달라고는 얘기하지 않았어.” 패배가 정해진 남자가 성취한 단 한 번의 승리. 둘은 다시 한 번 바다에서 대결을 펼친다.

표면상 우월한 유전자와 열등한 유전자의 대결, 승리가 정해진 남자와 패배가 정해진 남자의 대결이지만, 이는 사실 정해진 운명만큼만 가는 남자와 정해진 운명보다 더 멀리 보는 남자의 대결로 치환된다. 그래서 이 대결 역시 어릴 적 그때처럼, 빈센트의 승리로 끝이 난다. 그리고 패배한 안톤은 빈센트에게 묻는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이 물음에 빈센트는 “난 되돌아갈 힘을 남겨두지 않아서 널 이기는 거야.”라 대답한다. 돌아갈 힘을 남겨두지 않는, 수치화 되지 않는 필사의 노력이란 것이 운명을 개척한 유일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정말 삶 속에서는 다다를 수 있는 끝은 없다. 다만 내 생각보다도 훨씬 더 멀리까지 뻗어 있는 길만 있을 뿐.

엔딩. 결국 꾸며진 육체의 한계를 넘어서 빈센트는 ‘타이탄’으로 향하는 우주선에 오른다. 마지막은 타고난 운명에 갇힌 ‘제롬’의 이름이 아니라, 스스로 운명을 개척한 ‘빈센트’의 이름으로. 우주 저 멀리 쏘아 올려지는 우주선은 곡선을 그린다. 끝없이 올라가는 그 모습은 필사의 노력으로 알 수 없는 끝을 향해 달려가는 빈센트의 모습과 오버랩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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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혁 기자
ziziyazizi@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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