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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아-1

선우주 기자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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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선우주]

‘당신이 꿈꾸던 당신의 스무 살은 어떤 모습이었나?’

 아마 ‘스무 살’이라는 단어를 듣고 설레지 않을 10대는 없을 것이다. 특히 내게 스무 살이란 단어가 주는 기대감은 유별났다. 매일 밤 성인이 된 내 모습을 상상하며 기대에 부풀었다. 역시 빵빵하게 차오른 풍선은 터져버리기도 쉬운 걸까? 스무 살이라고 해서 내가 짠-하고 달라지거나 뿅-하고 누군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그대로 나였고 주변 환경만 조금 달라진 것뿐이었다. 갓 입학한 대학교는 내가 생각한 것만큼 특별하거나, 미친 듯이 재밌는 일들이 벌어지지 않았다. 높게 치솟았던 기대의 탑이 조금씩 무너져 내리면서 고민은 쌓여만 갔다. 반대로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여름방학이 되었다.

 고등학생일 때 틈만 나면 적어두었던 ‘스무 살이 되면 해야 할 일♡’을 뒤로하고 여느 대학생처럼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 전 내겐 5일이라는 자유시간과, 20만원 남짓한 돈이 남아있었다.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가고 싶었다. 그 날 바로, 다음 날 출발하는 제주행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 제주도도, 혼자 하는 여행도 모두 처음이었다. 하지만 지금 떠나지 않으면 영영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여행을 통해 나를 찾는 거야!’하는 거창한 이유는 아니었지만, 제주도행을 통해 팍팍한 내 삶에 신선한 기운이 불어올 것이라는 확신은 있었다.

 출발부터 쉽지는 않았다. 탑승 마감시간을 생각하지 못한 건 물론이오, 전철시간마저 착각해 비행기를 놓쳤다. 다행히 다음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할 수 있었지만 예상한 시간은 훨씬 지나있었다. 모든 것은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국내 여행일지라도 탑승마감 시간이 존재한다. 항공사마다 다르지만 최소 30분전에는 탑승수속을 마치고 대기하는 것이 안전하다. 또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바로 비행 후 도착시간이다. 도착시간을 고려하지 않고 표를 예매한다면 제주도에 무사히 도착했더라도, 이미 막차가 끊겨 공항에서 발만 동동 구르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 우역곡절 끝에 탑승한 비행기에서 본 하늘, 신전을 보는 듯 했다.

 제주공항에서 100번 버스를 타면 제주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할 수 있다. 나는 제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701번 버스를 탔다. 창밖을 내다보니 벌써 어둠이 내리고 물안개가 흩어지고 있었다. 붉은 가로등 빛을 반사시키며 반짝이는 물안개는 아름다웠다. 알 듯 모를 듯 신비한 제주의 매력을 한껏 증폭시키는 것은 스산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주는 이 물안개가 아닐까 싶다. 창문에 기대어 한참을 가니 목적지에 도착했다. 어느덧 깜깜한 밤이 되어있었다. 정류장에서 픽업을 약속한 게스트하우스가 전화를 받지 않자 약간의 공포가 엄습해 왔다. 침착하게 다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다행이 연락이 닿았다. 여행초보 티내듯이 주눅 들어 있으면 범죄에 표적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애써 당당한척하며 픽업을 기다렸다. 꾸준히 진행방향과 현재위치를 지인에게 메시지로 알려 놓는 것도 만약의 상황을 대비하는 좋은 방법이지 싶다. 물론 쌩쌩 지나가는 차들은 내게 아무런 관심이 없겠지만 말이다.

   
▲ ▲정류장에 도착하니 완전히 어둠이 내린 제주. 칠흑 같다.

 묵언수행중이 아니라면 혼자 하는 여행이라고 해서 항상 혼자일 필요는 없다. 필자는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자마자 스태프에게 라면과 술을 얻어먹었다. 비행기를 놓쳐 늦어진 출발 때문에 제대로 저녁을 먹지 못했다고, 먹을 것이 있겠냐고 물었기 때문이다. 내가 그저 조용히 방에 들어가 잠을 잤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겠지만 나의 상황을 어필하고 먼저 말을 걸었기 때문에 스태프들과 함께 앉아 새벽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소중하고 재밌는 시간을 만들 수 있었다. 먼저 말을 건넬 용기를 갖자. “어디서 오셨어요?” 따위의 간단한 말로 우리의 여행은 훨씬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태풍의 여파로 맑지 않은 제주의 아침.
   
 ▲제주에서의 첫끼. 식빵이 퍽퍽해서 삼키기 힘들었다.

  낯선 잠자리와 눈앞에 펼쳐질 새로운 세상에 대한 설렘과 긴장 덕분에 여행지에서는 항상 눈이 일찍 떠진다. 일어나자마자 모자하나를 푹 눌러쓰고 바다를 보러 나갔다. 깜깜한 밤에 와서 알지 못했는데 게스트하우스 바로 앞에 바다가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투명한 에메랄드 빛 바다는 아니었지만 바다는 바다였다. 기분이 좋았다. 어젯밤엔 태풍이 오는 듯 했는데 바람이 꽤 잠잠해졌다. 그래도 아직 거세게 부는 바다 바람 때문에 쌀쌀했다. 긴 옷을 하나도 가져오지 않은 것이 후회 됐다. 열대우림기후(AF)를 가더라도 긴 옷은 꼭 챙겨가도록 하자. 게스트하우스에서 준비한 해양체험을 마치고 본격적인 제주여행을 떠날 채비를 했다. 다음 목적지는 ‘우도’였다. 잠을 잘 숙소조차 구하지 못한 둘째 날에는 어떤 일들이 펼쳐졌을까?

다음화에 계속……!

<저작권자@디아티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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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주 기자
uzoo2@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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