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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가들: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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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권오경]

   
▲ 출처: 네이버 영화

‘몽상夢想’은 ‘상상想像’과 다르다. 몽상은 실현성이 없이 의식 속에서 부유하는 생각이지만 상상은 때로 현실에서 ‘힘’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몽상력’이라는 단어는 없어도 ‘상상력’이라는 단어는 있다. 그렇다면 <몽상가들>에선 과연 어떤 상상이 어떤 힘을 가질까? 테오와 이자벨의 아버지 말을 빌리자면 “떼거리로 몰려다니며 시위를 하면 뭔가 다 뒤집히고 새 세상이 올 것이라는” 상상이 실제로 혁명이라는 힘을 갖는다. 하지만 우리는 제목이 ‘상상가들’이 아닌 ‘몽상가들’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 출처: 네이버 영화
   
▲ 출처: 네이버 영화

쌍둥이 남매인 이자벨과 테오는 꿈, 즉 허상이라는 그들만의 울타리 안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며 살아간다. 그들에게 현실은 자유를 위해 절규하는 68혁명이 아닌, 누벨바그 영화들이다. (누벨바그: [장 뤽 고다르, 네 멋대로 해라] 칼럼 참조.) 이자벨과 테오는 영화 속 이미지들을 끊임없이 모방하고 재현한다. 몽상과 현실을 구분짓지 못하고 그들의 존재를 오로지 그들만의 세계 속에 속박시킨 것이다. 이러한 그들의 예술에 대한 향유는 한낱 몽상일뿐 실제 거리로 나가지 못한다. 이자벨과 테오는 그들의 몽상을 상상력으로 발전시켜 현실에 펼쳐낼 만큼 성숙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그들은 한 침대에서 같이 자거나 한 욕조에서 아무렇지 않게 같이 목욕을 하는 등 어린 아이들이 하듯 행동하는데 이는 모더니즘 영화들이 상당한 영향을 받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서 그 의미를 찾아 볼 수 있다.

   
▲ 출처: 네이버 영화

이자벨과 테오의 너무나도 ‘천진난만한’-혹은 외설적인-행동들은 그들이 프로이트가 말한 구강기에서 남근기에 이르는 단계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에서 이 단계들은 약간씩 변형이 되어 나타난다. 구강기에 해당하는 이자벨과 테오의 행동은 그들의 서로에 대한 깊은 애정의 입맞춤도 물론 있겠지만 담배를 피는 행위로도 보여진다. (매튜가 이자벨의 입에 붙은 담배를 떼어내 주는데 이는 이자벨이 구강기 단계를 넘어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항문기의 배설에 대해서는 방출되는 대상이 변이 아닌 정액으로 보여지고, (영화제목을 맞추지 못한 벌칙으로 테오가 자위를 하고 벽면에 분출된 정액을 이자벨이 만지고, 관찰한다.) 한편 남근기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이성 부모가 아닌 매튜로 드러난다. 이외에도 이자벨과 테오의 미성숙을 상징하는 메타포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 출처: 네이버 영화

그들의 이러한 정체된 발달 단계와 누벨바그 영화들에 대한 그들만의 찬사, 그리고 진압대에게 시위하는 모습은 모더니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매튜는 두 ‘몽상가들’과 다르다. 그는 68혁명의 일부도 아니며 국적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다. 무엇보다도 저녁식사 테이블에서 매튜의 라이터 장면은 그가 포스트 모더니즘을 상징함을 여실히 드러내보인다. 절대적인 것, 보편적인 것은 부정하고 다양성을 기반으로  모든 것이 조화될 수 있다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 출처: 네이버 영화

그렇기에 이자벨과 테오의 지체된 성장에 불을 붙여주는 인물은 바로 매튜다. 처음에 매튜는 ‘전염성 있는’ 그들만의 성에 발을 들이고 유희를 즐긴다. 영화퀴즈들로 시간을 보내고 말도 안되는 벌칙들로 점점 테오와 이자벨에게 동화되어간다. 하지만 매튜가 이자벨을 사랑하게 되면서 그녀와 테오사이에 깊게 박힌 알 수 없는 애정의 고리를 끊어내려 노력한다. 즉 매튜는 그들에게 그들의 몽상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야하는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제3자’, ‘이방인’, ‘외부자’로서 계속해서 그들에게 보여주려한다. 

이런 점에서 <몽상가들>의 결말은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비슷한 듯 다른 모더니즘과 포스트 모더니즘은 같은 지점에서 출발하지만 절대로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이다. 두 사조는 리얼리즘에 반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지만 예술성과 대중성이라는 측면에서 확연히 다르다. 마찬가지로 누벨바그 영화를 좋아한다는 점에서 그들 셋은 공통되지만 매번 테오와 매튜는 음악과 배우에 있어서 의견차이를 보인다. 이는 당시에 포스트 모더니즘의 흐름이 있었던 미국(new world)에서 온 매튜와 모더니즘이 지배하는 자신들만의 세상을 살아가는 테오와 이자벨(old world)에게서 보여지는 자연스러운 충돌이다. 그렇기에 끝내 매튜는 이자벨과 테오를 성숙의 단계로 끌어올리지 못했으며 그 둘도 혁명에 대한 상상력없이 시위현장에 섞여들어갔다. 폭력이 난무하는 그곳은 이 쌍둥이 남매에게 있어서 상상력을 기반으로 자유라는 하나의 목적을 이뤄내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또 다른 하나의 누벨바그 영화 속 장면들에 대한 모방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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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경 기자
okyung1205@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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