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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벨리에] 벨리에 가족의 성장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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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네이버 포토

미라클 벨리에의 원제는 벨리에 가족 (La famille Bélier)이다. 그렇기에 단지 폴라만의 성장과정을 담았다기보다 벨리에 가족 모두의 성장이야기를 볼 수 있는 영화다. 

아직 자신에게는 어리기만한 딸을 홀로 파리로 보낼 용기도, 유일하게 들을 줄 아는 폴라없이 수화로만 이 세상과 소통할 용기도 없었던 폴라의 어머니와 모든이들의 부정적인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라피두스의 도시화정책에 반대하여 직접 시장으로 출마하는 무모한 용기를 보여주는 폴라의 아버지, 그리고 부모님과 마찬가치로 청각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여느 남자아이처럼 성에 관심을 갖는 폴라의 남동생까지. 이들 모두가, 폴라를 중심으로 서로에게 상처받고 또 위로받으며 결국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시련을 극복하고 한단계 성장하는, ‘벨리에 가족’이다.

[뻔한 성장영화의 틀, 미라클 벨리에만의 차별성?]

   
▲ 출처: 네이버 포토

프랑스 북부 농장마을에 사는 폴라는 때로는 청각 장애인 부모의 통역자로, 때로는 가축을 돌보고 치즈를 파는 농부로 그럭저럭 코다 (CODA: 농인 부모를 둔 청인 자녀)로서의 삶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성장기의 소녀다. 성장 영화가 늘 그렇듯, ‘미라클 벨리에’도 평범한 소녀가 특정 장애요소들을 극복하고 결국 긍정적인 변화를 이루어낸다는 궤적을 벗어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프랑스 박스오피스 5주 연속 1위를 등극하는 데에는 ‘미라클 벨리에’ 만이 갖는 차별성이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영화 초반의 전개가 어딘지 들쑥날쑥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네 가족이 갖는 특징을 보여주기 위함이다.(앞서 말했듯이 폴라를 중심으로한 ‘벨리에 가족’의 이야기이므로.) 물론, 길지 않은 러닝 타임동안 네 가족 각각이 갖는 두려움과 고민을 관객에게 깊숙히 심어주는데에는 부족했을지 몰라도 후반부로 갈수록 성장기를 겪는ㅡ혹은 이미 겪은ㅡ자녀들과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대목과 조금은 낯선 농인 부모와 청인 자녀라는 설정으로 흡입력있는 연출을 보여준다. 여기에 간간히 더해지는 유쾌한 유머들까지 합쳐지면, 이것이 ‘미라클 벨리에’만이 갖는 차별성이다. 

   
▲ 출처: 네이버 포토

일반적으로 청각장애인을 부모로 둔 자녀의 성장이야기라하면 자극적인 감동드라마를 기대하기 쉬운데, ‘미라클 벨리에’는 확실히 순하다. 엄연히 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 농인 부모와 남동생, 그리고 청인 폴라의 갈등을 덜 무겁게, 오히려 밝은 분위기를 끌어들여 코미디로 풀어내어 다가오는 감동이 더욱 친근하고, 정감가는 듯하다. 초경조차 하지 않은 사춘기 소녀 폴라가 부모님의 성생활에 대한 진료까지 무덤덤하게 통역하는 일이며, 벨리에 가족의 천적 라피두스를 대하는 아버지의 수화를 센스있게 바꾸어 전달하는 폴라의 모습, 종종 당황스러운 소리들로 폴라를 당황시키지만 이에 특별히 굴하지 않는 폴라만의 대처능력 등에서 우리는 영화가 선사하는 코미디적 요소들을 찾아볼 수 있다. 

농인부모와 청인자녀라는 설정으로부터 우리가 알지 못했던, 차마 생각조차하지 못했던 그들만의 갈등과 사랑을 과감히 보여준다는 점또한 흥미롭다. 우리에게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 상황들은 가족 간의 갈등을 더욱 불안하게 보이도록 해준다. 자녀의 꿈을 위해 선뜻 응원해줄만도 한데, 그들은 계속해서 ‘치즈 장사가 잘 안된다’며, ‘가축들을 돌보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심지어 노래 오디션을 보겠다고 선언한 폴라에게 자신이 자녀 교육을 못한 탓이라며 자책을 하기도 한다. 결국 폴라가 오디션을 보지 않기로 결심한 날, 어머니 지지는 너무나도 기뻐한다. 그녀는 사랑하는 딸이 그들만의 ‘공동체’를 벗어나는 일을 두려워한 것이다.  여기서 그들만의 ‘공동체’에 대해서 말하자면, 벨리에 부부가 폴라를 가졌던 날, 폴라가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엄마인 ‘지지’는 ‘울었다’고 말한다. 당연히, 들을 수 있음에 기뻐하는 행복의 눈물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농인들은 그들만의 언어인 수화로 소통하기에 세상과의 소통이 어려울 뿐, 그들만의 사회에서는 어떠한 결핍도 없다고 한다. 그들은 스스로를 소수언어자로 칭하고 그저 세상과의 언어장벽을 느낄 뿐, 장애가 있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신들의 상태를 장애가 아닌, ‘정체성’으로 본다. 폴라의 아버지 로돌프도 “내가 소리를 못 듣는 건 내 장애가 아니야. 그건 내 정체성이야”라고 말한다. 세상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그들의 상태를 농문화라고 여기며 독특한 공동체 의식을 지닌 채 살아가는 그들에게, 소리를 듣고 또 소리를 내는, 심지어 노래를 하겠다는 폴라가 두 부모는 낯설 뿐이다. 실제로 영화 속, 도시화되어가는 마을을 막으려는 로돌프의 출마가 이러한  ‘몰입정체성’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소수자들, 즉 마을 주민들 일부(농인에 해당)의 공동체의식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질적인 것, 즉 도시화(청인에 해당)를 배척하려는 그들의 태도를 상징한다.

아버지 로돌프 벨리에도 폴라가 노래를 시작한지 얼마 안됐으니 곧 그만둘수도 있다며 싫은 기색을 내비친다. 더욱이 시장선거에 출마한 이 때야말로 시민들과의 소통이 절실한데, 폴라가 뜻대로 도와주질 않자, 둘 사이의 갈등은 커져간다. 

   
▲ 출처: 네이버 포토

이렇듯 자신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는 딸을 이해해주지 못하던 벨리에 부부가 폴라의 노래에 감동받는 학부모들의 모습에 어리둥절해하고, 마침내 딸의 재능을 ‘들어보려’ 노력한다. 듀엣 장면에서 무엇보다도 인상깊은 것은 노래가 무음처리 되었다는 것이다. 이 무음장면들은 폴라의 입장에서만 영화를 이해하게끔 하지 않고, 무음처리된 하이라이트 장면으로 관객으로 하여금 농인 부모의 입장이 되어보도록 한다. 또한 이 침묵은 감동적인 노래가 주는 뻔한 감동 대신, 벨리에 가족에게 주어진 시련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보도록 함으로써 ‘미라클 벨리에’만의 감동을 선사한다. 

   
▲ 출처: 네이버 포토

로돌프는 집에 돌아와 폴라에게 다시 한번 노래해줄 것을 청하고 목에 손을 댄 채 딸의 음성을 느껴본다. 그리고는 딸을 향해 품고 있던 자신들의 사랑이 되려 폴라의 날개를 펼치지 못하도록 만든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하고는 결국 그녀를 파리 오디션장에 데려다준다.
그리고 마침내 폴라가 부르는 노래, ‘비상’.

사랑하는 부모님 저는 떠나요. 사랑하지만 가야만 해요

오늘부터 두 분의 아이는 없어요.

도망치는 게 아니에요.

날개를 편 것뿐

부디 알아주세요.

비상하는 거에요.

술기운도, 담배연기도 없이 날아가요.

어머니는 근심스러운 눈으로 절 바라보셨죠.

이미 뭔가를 알고 계신 것처럼

하지만

전 아무런 문제 없다고 안심시켜 드렸죠.

어머닌 모른 척해주셨죠.

아버진 어색하게 웃으셨고

돌아가지 않아요

조금씩 더 멀어질 거에요.

역 하나 또 역 하나를 지나면 마침내 바다를 건너겠죠

내가 걸어오는 길에 흘린 눈물을 부모님은 아실까요

전진하고픈 나의 약속과 열망

나 자신에게 약속한 내 인생을 믿을 뿐

멀어지는 기차 안에서 왜, 어디로, 어떻게 갈지 생각에 잠겨요

내 가슴을 억누르는 이 새장을 참을 수 없어요.

숨을 쉴수가 없죠

노래할 수도 없어요.

누구나 꿈을 위해 가족과 이별해야 할 때가 있을 것이며, 그 슬픔을 나눌 새도 없이 멀리 걸어와야 할 때가 있을 것이다. 끝없는 외로움과 왠지 모를 미안함, 꿈에 대한 자신과의 약속이 끊임없이 서로 갈등하며, 사랑하기에 잠시 떨어져도 응원해줄 수밖에 없음을 받아들이는 일이란 꽤나 힘든 일이다. 

   
▲ 출처: 네이버 포토

노래를 하겠다는 폴라에게서 이질감을 느꼈던 지지와, 폴라에게서 더이상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두려움을 품었던 로돌프, 누나의 품에서 사랑을 잔뜩 받았던 남동생 쿠엔틴 그리고 부모님에 대한 사랑으로 꿈을 포기하려 했던 폴라까지. 서로에 대해 품었던 갈등과 상처를 결국은 사랑으로 이겨낸, 한 뼘 더 성장한 ‘벨리에 가족’의 모습에 한없이 미소지어지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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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경 기자
okyung1205@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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