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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내부자들> 포스터 | ||
[디아티스트매거진=강규일 칼럼니스트] <미생>의 윤태호 작가는 이미 대한민국에서 명실상부한 웹툰작가이자 시나리오 작가로 거듭나게 되었다. 2010년 <이끼>부터 곧 제작에 들어갈 <파인>까지. 그는 <미생>이라는 웹툰을 통해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꼼꼼하게 파헤쳐 알뜰살뜰하게 그려냈다. 이 웹툰은 드라마화 되기 전까지도 화제였고 첫 방송부터 끝나기 전까지 인기를 모으는데 성공했다. 드라마 <미생>의 시청률은 약 8~10%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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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롭게 시작된 윤태호 작가의 <미생 두번째 시즌> | ||
윤태호 작가는 <내부자들>을 통해 대한민국의 정치, 언론, 재계가 유착된 어두운 현실을 한겨레에 연재해왔다. 그러나 내용이 점차 끝맺음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야기가 거대해지고 무거워지는 것에 대해 큰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결국 <내부자들>은 미완성 웹툰이 되었다. <파괴된 사나이>와 <간첩>을 연출했던 우민호 감독이 이 웹툰의 시나리오를 스크린에 올렸다.
명배우 총집합!
보통 범죄와 폭력세계를 다룬 영화들을 일컬어 “필름 누와르(noir)라고 하는데 이 영화는 굳이 조폭이 떼거지로 득실거리지 않아도 마치 “조폭영화”인듯, 그리고 “느와르” 장르의 모습을 띄고 있다. 물론 조폭도 나오지만.
이 영화에는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 이경영 등 충무로에서도 손꼽는 배우들이 캐스팅되었다.
시나리오는 이렇다.
유력한 대통령 후보 장필우(이경영) 그리고 그를 후원하는 미래자동차의 오회장(김홍파). 이 뒤에는 정치깡패로 거듭난 상구파 두목 안상구(이병헌)가 있었고 안상구에게는 나름 형님동생하는 더불어 장필우와는 절친인 조국일보의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가 있다. 전체적인 판을 짜는 설계자 격 인물이 바로 이강희 논설주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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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을 파헤치는 무족보 검사 우장훈(조승우) | ||
대통령 후보 장필우와 연관된 미래자동차의 비자금 파일을 안상구가 손에 쥐게 되고 더 큰 야망을 꿈꾸다 결국 발각된다. 안상구는 폐인의 삶으로 나락에 빠진다.
재기보다는 복수를 꿈꾸는 안상구는 장필우의 비밀을 파헤치는 우장훈(조승우) 검사를 만나게 된다. 지방대 법대, 경찰 출신의 “무족보 검사” 우장훈이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와 재벌에 얽혀있는 실타래를 풀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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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태호 작가의 웹툰으로 그려진 <내부자들> 캐릭터. | ||
조승우는 검사 캐릭터가 부담스러운데다가 경상도 사투리도 마음에 걸린다고 말한 바 있다. 더구나 이병헌이나 백윤식과 같은 명배우들 사이에서 연기해야 하는 점도 그에겐 캐스팅의 “거절사유”가 되었다. 3번이나 반려했단다. 사실 조승우가 연기한 우장훈 검사 캐릭터는 원작과 차이가 있었다. 웹툰에서는 사진작가로 등장하는데 우장훈 검사처럼 패기도 있고 열정도 있는 인물로 표현된다. 영화의 스토리상 “검사” 캐릭터가 영화 엔딩에 활용하기에 더 좋았을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조승우, 그가 우려했던 것처럼 그의 사투리 연기는 분명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하다. 그래도 그가 쌓아왔던 필모그래피답게 그의 연기는 이병헌이나 백윤식에 절대 뒤쳐지지 않는다.
이병헌은 안상구라는 정치 깡패 역을 맡으며 말끔한 수트핏을 보여주기도 했고 나락에 빠져 폐인처럼 숨어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 손으로 라면을 먹는 처절한 모습부터 정장을 입은 모습까지 다양한 변화를 주었음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연기로 스크린을 지배했다.
극중 이강희는 안상구를 향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런 여우같은 곰을 봤나”
원작에서 안상구는 곰과 같이 거대하고 험악한 인상을 가지고 있다. 그에 비해 이병헌은 다소 날렵한 인상을 주고 곰이라기보다 여우에 가까운듯 보여진다. 물론 “여우”같은 모습으로 복수를 다짐하는 형태는 비슷하다고 보면 좋을듯 하다. 재계의 비밀을 들고 권력에 빌붙는 모습 자체만으로도 그는 “정치 깡패”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병헌이 그러한 캐릭터를 아주 훌륭하게 소화한듯 싶다. 영화의 전체적인 내용을 좌지우지 할만큼 안상구 캐릭터의 비중은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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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수를 꿈꾸는 정치깡패 안상구(이병헌) | ||
이강희 논설주간으로 열연한 백윤식은 등장만으로도 카리스마가 넘쳐났다. “언론”이 내세우는 권력은 “펜”으로부터 나오는데 조국일보라는 거대한 언론에서도 이강희 논설주간이 펼치는 “펜권력”은 칼보다 날카롭고 잔인하다는걸 알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권력에 빌붙는 정치깡패 안상구보다도 더욱 여우같은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언론이라 함은 Fact를 국민의 “알 권리(right to know)” 충족을 위해 기사를 쓰고 서비스해야하는 사명이 있다. 정당하게 정보를 수집하고 올바른 정보를 사용하며 갈등과 차별 조장을 금지하는 것이 기자의 윤리강령이다.
이강희 역시 그러한 점을 잘 알고 있는 베테랑 기자이겠지만, 누구보다 떳떳하고 정당한듯 보여지는 외면과 달리 속으로는 권력욕과 야망에 불타오르는 인물 중 하나다. 언론이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따라 반대세력을 음해할 수 있고 여론몰이를 할 수 있는지 극중 시퀀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 “알 권리” 충족보다는 공격형 사설을 쓰고 언론인으로서의 빗나간 캐릭터가 이강희이고 극중 가장 악역이라해도 무리가 없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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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들과 인터뷰 중인 조국일보 이강희 논설주간(백윤식) | ||
정치, 검찰, 언론, 재계 그리고 그들의 유착.
역시나 우리나라는 정권의 유착이 심한 나라다. 학연, 지연, 혈연은 무시할 수 없는 “절대적인 족보”가 된지 오래다.
윤종빈 감독이 연출한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는 연대관계에 대해 충분히 떠들어댔고 최민식이 연기했던 최익현은 정치가도 조폭도 검찰도 아닌 사업가에 불과했지만 남다른 인맥이 그의 무기처럼 활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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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범죄와의 전쟁>의 최익현(최민식) | ||
<내부자들>에서 조승우가 연기한 우장훈은 그야말로 무족보다.
지방대 법대를 나와 경찰이 되었지만 경찰대학이 아니니 사법고시를 보게 되고 지방대 출신이자 경찰 출신의 검사가 된다. 하지만 그는 족보가 없다. 서울대 법대가 아니니 전형적 코스가 아니라는거다. 더구나 경찰대학 출신도 아니니 승진이 어려워 검사가 되었다는데 이 부분은 류승완 감독의 <부당거래>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경찰대학 출신의 후배가 먼저 진급을 하게 되고 “진급”에 목마른 최철기(황정민)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는 점. 우리나라의 현실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한없이 안타까울 뿐이다. 학연, 지연, 혈연에 얽혀 돈도 없고 빽도 없으면 그저 “무족보”로 낙인찍힌다.
이 뿐이 아니다. 정치를 하려면 “총알” 즉 돈이 있어야 한다. 적당한 예산이 있어야 속 시원하게 정치를 한다는데 정치와 재계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렸다. 정계는 재계에 빌붙고 재계는 정계에 빌붙는다는 말이 확 와닿는다.
이 영화에서는 미래자동차의 오회장이 총알을 대주는 스폰서다. 그에 빌붙는 캐릭터가 대선후보의 필우였다. 이강희라는 신문사의 논설주간이 이러한 프레임을 구성하고 전체적인 지휘를 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사실 언론사의 논설주간이 스폰서를 대주고 정치판을 짠다는 것 자체는 픽션에 가까울 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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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 후보 장필우를 후원하는 미래자동차 오회장(김홍파) | ||
하지만 정치, 경제, 언론이 서로의 야망을 꿈꾸며 진흙탕 싸움을 하는 구조 자체를 윤태호 작가와 우민호 감독이 잘 다듬은듯 하다. 영화를 넓게만 보면 배우들이 중간중간 툭툭 튀어나온다. 그만큼 영화의 전체적 구성과 플롯 모두가 감당이 안될만큼 배우들의 연기가 센 편이다.
연출이고 줄거리고 다 차치하고 픽션이지만 보다 논픽션 같은 영화 속 현실이 우리의 현실과 닮아 씁쓸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 속에서 튀어나온 안상구의 대사는 올해 기억 남을 대사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모히토 가서 몰디브나 한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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