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사람이 어떻게 이성적으로만 살까?

홍진희 기자 조회수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Google 검색에서 디아티스트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 [출저 네이버] 영화 검은 사제들

[디아티스트매거진=홍진희]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종교와 이성은 꽤나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종교는 과학처럼 논리와 이성으로 따지고 접근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논란거리와 수많은 해석이 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검은 사제들>에는 이성과 비이성이, 논리와 비논리가 끊임없이 충돌한다.

인간의 빛나는 지성으로 완성된 도시 속에서 논리적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악마를 소녀의 몸에서 몰아내려는 구마의식이 거행된다. 밤에도 빛을 밝히는 네온사인들이 가득한 거리에서 구마의식이 행해지는 골목은 빛 한 점 없이 어둡기만 하다. 그 어떤 것도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세계처럼 말이다.

이 영화에서 구마, 즉 엑소시즘을 행하는 김베드로(김윤석) 신부가 맞서야 하는 상대는 논리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악마뿐만이 아니다. 악령이 들려서 구마를 행해야 한다는 말에 비웃음을 보내는 이성으로 무장한 같은 종교인들의 시선도 견뎌야만 한다. 크리스마스에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하면서 악령의 존재는 믿지 않는 편협한 이성의 잣대도 김신부의 또 다른 싸움의 상대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3D 안경이라는 최첨단(?) 기구까지 동원되는 인간의 빛나는 이성과 지성을 믿는 종교에서 악마의 등장은 황당할 수밖에 없기도 할 것이다. 수많은 세월과 고난 속에서 이성과 지성의 힘으로써 대중적인 종교로 자리 잡았는데 구마를 행하며 사고를 일으키고 언론의 이목을 끄는 김신부는 이단아이자 골칫거리임에도 분명하다.

   
▲ [출저 네이버] 외로운 싸움을 하는 김신부

이성적인 그들에게 김신부의 호소는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이 어찌 이성적이기만 할까. 믿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구마를 행하기 위해 길을 나서는 최부제에게 몸조심하라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는 수도원장에게서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지만 신의 존재를 믿듯이, 믿고 싶지 않지만 사악한 악마의 존재 또한 그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두려움으로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자신들을 위협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믿고 싶지 않을 뿐이지 떨쳐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힘든 현실의 삶을 언젠가 구원해줄 고마운 신의 존재는 당연히 믿고 싶지만, 저주를 내릴 악의 존재를 그 누가 믿고 싶겠는가. 신에게 자신을 내던진 그들도 나약한 인간이긴 마찬가지이다. 죽은 동생이 연옥을 헤매일까 주님의 종이 되기를 자처한 최부제(강동원) 역시 동생을 구원하고 속죄하기 위해 사제의 길을 택했음에도 악마의 존재는 의심한다. 그리고 그런 그의 의심은 생전 처음 경험한 두려움 때문에 구마 의식에서 보조사제로서의 규칙을 깨트리고 만다.

   
▲ [출저 네이버] 속죄를 위해 사죄의 길을 택한 최부제

누구나 그런 공포의 대상을 직접 경험했을 때 할 수만 있다면 최부제처럼 온 힘을 다해 도망치고 싶을 것이다. 존재한다고 믿고 싶지 않았던 존재를 맞닥뜨린 순간 신발조차 챙겨 신지 못하고 도망치는 최부제의 행동은 슬프면서도 납득이 간다. 오히려 그런 존재와 끊임없이 맞서는 김신부가 보통 사람들에게는 더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이다. 돌아온 최부제에게 자신의 스승이 해주었던 말을 그대로 전해주는 김신부의 말로 짐작해보아 김신부도 처음부터 그런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은 아니었던 것 같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는 것들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처럼 논리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종교인으로써의 어떤 사명이 김신부에게 이 외로움 싸움을 계속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을 믿는 것보다 그런 것 따위는 없다고 이성의 힘으로 방패를 삼는 것이 훨씬 마음이 편하다. 악령의 말처럼 그냥 눈감고 모른 척 살면 그만인 것이다. 굳이 나서서 목숨의 위협까지 받느니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존재 따위는 없다고 치부해 버리면 김신부도 최부제도 훨씬 평탄한 길을 걸을 수 있을 게 분명하다. 그들 모두 나약한 인간이자 슬기로운 인간 호모 사피엔스이기에 어떤 선택이 그들의 삶을 편하게 할지는 모르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 존재하는 건 미친 신부 한명 뿐이고 마귀라는 다른 존재 따위는 없었다고 말하는 박수사처럼 말이다.

   
▲ [출저 네이버] 편한 길보다 숭고한 길을 택하는 두 사람

알면서도 그들은 어려운 길을 걷기를 택한다. 이러한 그들의 선택은 악마가 그토록 호모 사피엔스를 부르짖으며 인간을 미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악령이 멸시하면서도 두려워하는 호모 사피엔스들에게는 이성을 넘어선 그들이 이해할 수 없는, 어쩌면 인간들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결코 상대가 되지 않아 보이는 여고생이 악마를 죽음의 문턱에서도 붙들어 둘 수 있게 하는 힘, 신발조차 챙기지 못할 정도로 극도의 공포를 경험한 사람을 과거의 속죄를 위해 다시 그 공포의 장소로 발길을 되돌리게 하는 그런 힘, 평생을 의심과 비난 속에 시달리며 날마다 악목을 꾸고 술 없이는 못사는 지경이 되어서도 묵묵히 종교인으로서 자신의 길을 행하는 그런 힘, 그 변수가 인간에게서 언제 어떻게 등장할지 악마는 짐작할 수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악령의 존재가 인간에게 공포이듯이,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의 비논리적인 힘이 악마에게도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출저 네이버] 가장 강인한 인물 영신

또 영화는 말한다. 인간을 저주하고 위협하는 사악한 악마가 존재한다면, 위기의 순간 나의 옷깃을 붙들어 주는 택시기사를 보내주는 신 또한 존재한다고 말이다. 그런 힘들의 존재가 그런 일을 경험하고도 최부제의 얼굴에 미소를 띠울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관련 기사

author-img
홍진희 기자
daluma@theartist.co.kr

댓글0

300

댓글0

[칼럼] 랭킹 뉴스

  • 당신의 관념을 인버전할 테넷
  • 세계로 나아간 한국영화 Choice 5
  • 2019년 한국영화계 키워드 Choice 5
  • 제40회 청룡영화상 주요 부분 수상 예상 Choice 5 (인물 부문)
  • 여성이 주도한 한국영화 Choice 5
  • 나는 사물이 되고 싶다

당신을 위한 인기글

  • 현재 해외에서 한국인 피부를 갖고 논란이 된 이유
    현재 해외에서 한국인 피부를 갖고 논란이 된 이유
  • 한국에서는 평범한데…北 평양 고위층만 쓴다는 귀한 생필품의 실체
    한국에서는 평범한데…北 평양 고위층만 쓴다는 귀한 생필품의 실체
  • 방송일 하기전 SM으로 부터 소녀시대 제안 받은 기상 캐스터
    방송일 하기전 SM으로 부터 소녀시대 제안 받은 기상 캐스터
  • 아버지가 저지른 사기 사건의 공범으로 몰린 여자 아이돌
    아버지가 저지른 사기 사건의 공범으로 몰린 여자 아이돌
  • 100kg 넘던 여고생에서 현재는 화제의 몸짱 글래머 의사로 유명한 이분
    100kg 넘던 여고생에서 현재는 화제의 몸짱 글래머 의사로 유명한 이분
  • 사진 1장에 낚여 하와이에서 사기 결혼한 1,000명의 한국 여성들이 한 일
    사진 1장에 낚여 하와이에서 사기 결혼한 1,000명의 한국 여성들이 한 일
  • 심수봉 또 폭로 목격나와…이번에는 일반인에게 “비꼬며 훈계”
    심수봉 또 폭로 목격나와…이번에는 일반인에게 “비꼬며 훈계”
  • 한때 유재석 보다 잘나가는 국민 MC였는데…방송일 끊껴 호소중인 방송인
    한때 유재석 보다 잘나가는 국민 MC였는데…방송일 끊껴 호소중인 방송인

공유하기

[cosmosfarm_share_buttons url="https://theartist.co.kr" title="디아티스트" align="center"]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