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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뱀파이어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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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김동건] 2008년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이 스웨덴에서 처음 <렛 미 인> 이란 영화를 개봉하였고, 2010년에는 영국, 미국에서 <맷 리브스> 감독이 이 영화를 리메이크하였다. 이 두 영화는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의 소설 <렛 미 인>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먼저 개봉한 스웨덴 영화는 원작 소설 <렛 미 인>을 답습한 안정적인 노선의 작품으로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를 보고 처음에는 무슨 내용을 말하려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후에 여러 가지 많은 생각을 나게 해준 영화였다. 반면 <맷 리브스> 감독의 작품은 개인적으로는 더 과감한 재해석이 나올 줄 알았으나 영화 자체는 무난한 수준의 리메이크 작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스웨덴 판을 따라가고 있다. 영화 장르 자체가 ‘판타지 호러’이고 ‘뱀파이어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무언가 괴기스럽고 잔혹하게 변신하는 뱀파이어가 아닌, 12살로 나이가 멈춰버린 소녀 뱀파이어 이야기다. 그리고 이 소녀 뱀파이어와 친구가 되어 사랑에 빠진 평범하면서도 유약한 소년, 이 둘을 중점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먼저 주인공부터 비교해 보면 스웨덴 판에서는 ‘오스칼’이라는 인물이 나온다. 이 인물은 미소년이지만, 친구들한테 ‘꿀꿀이’라는 별명으로 놀림을 받는다. 영국, 미국 판에서 ‘오스칼’과 비교되는 인물은 ‘오웬’으로 검은 머리에 좀 더 어려 보이고 중성적인 이미지를 가진 소년으로 묘사된다. 둘의 인물상은 학교에서 불량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이후 거울을 보고 화풀이를 한다는 점에선 유사하다. 하지만 스웨덴 판은 뱀파이어인 ‘이엘리’가 “다시는 괴롭히는 애들이 덤비지 못하도록 너도 걔네 들을 쳐”라는 말을 듣고 ‘오스칼’은 후반에 들어 나무 막대기를 들고 불량 친구들의 리더를 후려쳐 귀에 피를 나게 한 부분에서 비웃는 부분이 굉장히 인상적 이였는데, 이유는 12살의 소년이 남에게 상처를 주고 지을 만한 표정인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반해 영국, 미국 판에서는 ‘오웬’한테서 이러한 표정은 볼 수 없었고, 미성숙하고 나약한 이미지를 좀 더 부각시킨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영화 후반에 들어서도 초반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스웨덴 판에서 ‘이엘리’는 뱀파이어 소녀로 아랍계 소녀를 캐스팅 함으로써 보다 이질적이고 초월적인 존재라는 느낌이 강했다. 반면 영국, 미국 판에서는 ‘애비’라는 소녀가 나오는데 굉장히 예쁘고, 귀여운 미소녀이다. 웃기도 하고 가끔 신발도 신는 등 귀여운 면모를 보이는 건 ‘애비’쪽이다. 하지만 대체로 무표정한 ‘이엘리’쪽이 더 호소력이 있어 보인다.

 다음은 ‘오스칼’과 ‘이엘리’의 첫 만남 장면과, ‘오웬과 애비’의 첫 만남 장면의 차이다. 먼저 스웨덴 장면에서는 시종일관 거의 적막에 가까울 정도로 모든 것이 절제되어 있는 분위기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배경은 새하얀 눈에 쌓인 도시와 아무리 지나도 녹을 것 같지 않은 그 새하얀 세상에서 스산한 차가움이 느껴진다. 반면 영국, 미국 판에서는 시종일관 어둡고 주황색 조명등이 나오는데 이는 ‘오웬’과 ‘애비’의 어둡고 암울한 심리를 더 잘 느끼게 해주는 것 같다. 그리고 이는 ‘애비’가 뱀파이어로 변신했을 때 극에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였다.

   
▲ 영화 속 한 장면<스웨덴 판>
   
▲ 영화 속 한 장면<영국, 미국 판>

 다음으로는 영화에서의 성별에 관한 논쟁이 있다. ‘이엘리’와 ‘애비’에 관한 것. 이는 미국판만 보면 알 수 없는 의문인데 스웨덴 판에서는 ‘이엘리’가 피에 젖은 몸을 닦고 옷을 갈아 있는 장면이 나온다. 이를 ‘오스칼’이 훔쳐보는데 여기서 ‘이엘리’의 생식기가 나온다. 여기서 영화가 그냥 넘어가길래 처음에 봤을 때는 저게 뭔가? 하는 느낌으로 보았지만 ‘이엘리’ 생식기에는 상처가 있었고 ‘오스칼’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는 ‘이엘리’가 처음부터 ‘난 여자가 아니야’라는 말을 하는데 이는 성별을 논하기 앞서 ‘이엘리’는 사람이 아닌 ‘뱀파이어’라는 뜻에 더 가깝게 느껴졌다. 반면 미국판에서는 이를 알 수가 없다.

 다음으로는 ‘에일리’와 ‘애비’의 흡혈 행동 이후의 태도이다. ‘이엘리’는 ‘에비’에 비해 다소 약한 모습을 보인다. 생존 본능에서 어쩔 수 없는 행동이지만 ‘이엘리’는 자신이 얼마나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를 아는 뱀파이어다. 반면 ‘애비’는 입가와 옷에 묻은 붉은 피와는 어울리지 않게 단순히 천진난만함을 머금고 있다. 이는 둘이 같으면서도 다른 캐릭터 임을 보여준다.

 스웨덴 판에서는 지나치게 절제된 분위기 속에서 모든 이야기를 풀어 내고 있었고, 심심할 정도의 적막과 밋밋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긴장감이 없는 연출은 너무나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반면에 영국, 미국 판은 이야기의 중간 부분을 떼어내 처음 부분으로 만들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진행되는 식의 전개는 흥미로웠다. 그리고 단순히 사건을 쭉 이어 전체적인 상황을 그리는 나열 구조식으로 이야기를 전개 시키기보다는 ‘오웬’이 겪는 감정 변화에 더 치중하면서 이야기를 진행 시키는 것이 영국, 미국 판의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오스칼’과 ‘오웬’이 뱀파이어인 ‘이엘리’와 ‘애비’의 손을 잡은 것은 같은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의미로 해석된다. 먼저 ‘오웬’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부모도 없는 거나 다름없고 친구도 없는 상황에서 ‘애비’의 앞에 죽었던 애인과 같은 처지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은 슬프면서도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반면 ‘오스칼’은 ‘이엘리’의 죽었던 애인과 같은 처지라고는 예상 되지 않았다. 스웨덴 판에서는 ‘이엘리’의 애인에 대해서 거의 알려진 게 없고 그가 언제 어떻게 ‘이엘리’와 만나게 됐는지는 나오지 않기 때문에 그들이 가는 미래가 어떤 것일지에 대해서는 그저 상상할 뿐이다. 하지만 ‘오스칼’의 미래도 밝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를 마지막 장면에서 ‘오스칼’이 으침한 표정으로 기차를 타고 있는 모습에서 보여준다.

 절제된 분위기 속에서 어찌 보면 동화 같은 이야기를 조용하게 이끌어 내고 있는 스웨덴판과, 주인공의 시점에서 감성적인 변화를 세세하게 그려내고 있는 영국, 미국 판. 잔잔한 이야기를 좋아 하는 사람은 스웨덴 판이 더 좋게 느껴질 것이고 그래픽적 묘사를 좋아하는 사람은 영국, 미국 판이 더 좋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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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건 기자
sagomangchi@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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