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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소재에 대한 목마름을 해결하다 : <검은 사제들>

최정원 기자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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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영화

 솔직히 말하면, 나는 <검은 사제들>의 흥행이 꽤 반갑다. 최근 한국 영화계의 흐름을 보며 비슷한 소재와 내용의 반복 때문에 한국 영화들이 다소 식상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검은 사제들>의 흥행이 더 돋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검은 사제들>의 홍보가 대중들에게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로 흥행을 달릴 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새로운 소재를 갈구했던 한 명의 관객으로서 나는 이 영화가 꽤 만족스럽다. <검은 사제들>은 한국 영화계에서 신선한 장르가 통할 수 있다는 반가운 신호다.

 이 영화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퇴마 의식을 최대한 설득력 있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물론 가톨릭이 한국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종교라는 것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엑소시즘이 낯선 한국의 관객들에게 소재를 어떻게 현실감 있게 구현할 것인가 하는 감독의 고민이 엿보인다. 김 신부와 최 부제는 구마 예식을 작은 다락방에서 은밀하게 숨어 진행한다. 영화는 이들이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와중에도 정작 사람들은 악령이나 구마 예식을 알지 못하고 지나쳐 가는 장면을 많이 활용한다. 끝내 바깥 세계의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니까 아직은 한국에서 생소한 엑소시즘이라는 소재를 처음부터 대놓고 악령이 길거리를 활보하며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공격하거나 하는 식으로 풀어냈다면, 이야기가 설득력을 잃을 수 있었다는 말이다. 그랬다면 영화는 그저 허무맹랑한 판타지에 그쳤을 것이다. 이 영화가 가장 뛰어난 점은 어딘가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저런 예식이 행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관객에게 심어주었다는 것이다. 영화는 악령을 퇴치하기 위해 신부들이 서울 시내를 활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즐거운 상상을 하게끔 만든다.

   
©네이버 영화

 그러나 <검은 사제들>의 내용은 결코 가볍지는 않다. 구마 의식을 집행하는 사제들이 있다는 설정은 마냥 판타지에 그치지 않는다. 그들이 가야 할 길은 고행과 자기희생의 연속이다. 김 신부의 말대로 누구도 그들을 알아주지 않고 다독여주지 않는다. 악령에 들린 희생자를 구할 권한이 있는 고위급 신부들은 희생자를 외면하고, 사람들은 그들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본다. 오로지 악령으로부터 사람들을 구하겠다는 사명감만이 그들을 지탱하는 것이다. 구마 예식이 끝난 후 두 사제들의 모습은 종교의 의의를 다시 생각해보게끔 한다.

 영화가 흥행한 데에는 주연 배우들의 힘 역시 크다. 영화의 주역인 세 배우들은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었고, 주어진 캐릭터를 한껏 살려냈다. 김윤석이 맡은 김 신부는 세 명 중 가장 현실감과 무게감이 있는 캐릭터다. 신부라는 경건한 직업과 본인이 잘 살려내는 중년 남성의 이미지가 매끄럽게 융화된 느낌이다. 또한 김윤석은 두 젊은 배우들 사이에서 극에 무게중심을 잡아 주었다. 박소담은 영화의 히든카드다. 40분간 이어지는 구마 예식 장면은 박소담을 위한 무대였다. 그만큼 박소담은 저주를 퍼붓거나 짐승의 울음소리가 절반인 악령 연기를 자연스럽게 소화했는데, 베테랑 연기자인 김윤석에게 연기력이 한 치도 밀리지 않을 만큼 어린 나이지만 프로의 냄새가 난다. 기본기가 탄탄한 신인 연기자의 발견이 반갑다.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강동원 역시 연기력으로나 비주얼로나 제몫을 다했다. 한 가지 두드러진 점을 꼽자면 이전에 비해 발성이나 발음이 많이 나아진 듯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악령에게 약점을 잡히고 두려움에 떠는 연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다만 다소 단순한 이야기의 구조와 디테일이 아쉽다. 물론 단순한 소재와 구조에 비해 장편 영화화가 잘 된 편이라고 생각한다. 간단한 줄거리와 긴장감만으로 관객을 관람석에 끝까지 붙들어놓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디테일이 떨어진 것은 조금 아쉬운 부분인데, 이는 캐릭터들이 다소 평면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김윤석과 강동원이 연기한 김 신부와 최 부제는 적당히 이야기에 몰입할 정도로 매력적이지만, 다른 연기자들이 연기했다면 그 매력이 다소 반감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 부제의 경우, 그의 과거는 구마 예식에서 그가 약점을 잡히기 위한 장치로 ‘작용했다는’ 느낌이 든다. 이와 관련하여 단편과는 내용이 다소 다르다고 들었는데, 단편만큼은 아니었더라도 인물들에게 좀 더 서사와 깊이를 부여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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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원 기자
hanairean@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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