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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처: 구글 이미지 | ||
[디아티스트매거진=권오경] 17살, 그때만 해도 집 근처에 비디오 가게가 있어서 조니뎁 영화를 년도 순으로 빌려보고 있던 중에 <베니와 준>을 발견하고 홀딱 반해버렸다. 연체료를 물어가며 버티다가 결국엔 잃어버렸다는 거짓말로 비디오가게 아줌마께 만원을 지불하고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소장중이다. 물론 DVD가 생겨나면서 비디오 테잎은 무용지물이 되었지만 그 테잎 안에 든 90년대 감성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조금은 촌스러운 듯한 인테리어와 인물들 틈으로 새어나오는 특유의 분위기, 미묘한 노래가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주인공(샘&준)들의 엉뚱함과 예술성이 합쳐지면서 우리는 더욱 더 깊숙히 영화 속으로 끌려들어간다. (물론 조니뎁이 페르소나를 구축하는 모습에 반한 사람들이라면 무엇보다도 지금보다 생기 넘치는 조니뎁을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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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처: 구글 이미지 | ||
영화는 500miles 라는 노래로 경쾌하게 시작한다. 준의 미술 작품들을 보여주는 동시에 버스터 키튼의 책 ‘The look of buster keaton’ 뒤로 마치 정말 ‘버스터 키튼의 모습’처럼 납작한 검은 모자를 쓴 채 무표정한 표정의 샘(조니뎁)이 보인다. (버스터 키튼은 20년대 미국 무성영화시대 배우로, 찰리채플린에 버금가는 희극배우로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그의 슬랩스틱은 단순히 희극적인 요소로만 국한되지 않고 그것을 탐색하고 심화하는 데에 심혈을 기울였다.) 샘은 이러한 제 2의 버스터 키튼이라도 되는 듯이 줄곧 엉뚱한 행동이나 마임, 미동없는 표정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다. 샘과 마찬가지로 준또한 정신적 상처로부터 예술적 감각이 두드러진 인물로 묘사된다. 잠수고글을 쓰고 탁구채를 든 채 거리를 쏘다니고, 모든 음식을 땅콩버터와 섞어 먹으며 그녀만의 엉뚱하면서도 어딘지 모를 귀여운 광기를 서슴없이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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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처: 구글 이미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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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정상적인 궤도에서 살짝 벗어난 샘과 준의 매력은 영화의 아기자기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지배한다. 다리미로 토스트를 만들고, 테니스 라켓으로 감자를 으깨는 등 기발하면서도 엉뚱한 그들의 행동은 관객으로 하여금 미소가 번지도록 한다. 기발한 행동뿐만 아니라 그들 사이에서 오가는 대화는, 어딘가 살짝 부족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따스하고 그렇기에 더욱 순수한 애정임을 보여준다. 준의 “나무에서 왔구나” 라는 말에 “내 나무가 아니야”라고 답하는 그들의 엉뚱한 대화. 혹은 환한 햇살을 뒤로 한 카페에서 그들이 건포도를 싫어하는 이유에 대해 나누는 대화가 그러하다. 샘과 준은 건포도가 뒤틀려지고 무언가 그들 삶이 빼앗겨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싫다고 말한다. 단순하게 보면 이 역시도 그저 엉뚱한, 그들만의 세계에 실재하는 대화일 뿐이다. 하지만 샘이 버스터 키튼을 모방하고 버스터 키튼의 연기에 어떠한 철학적 심오함이 담겨 있는 것을 생각하면 이들의 대화도 표면적으로는 그저 희극적이지만 심층적으로는 그들만의 사유와 그들만의 철학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이 싫어하는 건포도는 단순히 외양에 그치는것이 아니다. 사회에 치여 순수함을 잃어버린 사람, 먹고사는 일 때문에 꿈을 잃은 사람, 청춘을 소모하고 죽음을 보는 사람, 사랑에 모든힘을 쏟았지만 이별한 사람. 이외에도 그들의 영양분을 빼앗긴 채 뒤틀려져 살아가는 웃음을 잃은 모든 사람들, 그들을 건포도라고 우리에게 넌지시 알려주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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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처: 구글 이미지 | ||
영화의 제목에는 등장하지만 되려 샘과 준에게 이끌려 행동하는 베니가 이런 건포도라고 볼 수 있다. 준의 유일한 혈육으로, 자신의 삶보다는 준을 돌보는데 시간과 힘을 쏟지만 결국 이런 자신의 행동이 준을 상처입게 했다는 것을 깨닫고 샘과 준의 사랑을 인정하고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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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영화라는 큰 틀 안에서만 보면 사실 <베니와 준>은 단순한 구성과 줄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내용만으로는 정의내릴 수 없는, 복합적인 다른 요소들-버스터 키튼을 상기시키는 샘의 엉뚱발랄한 퍼포먼스들, 주인공들의 결핍을 채워주는 나른한 배경음악, 90년대라는 시간이 만들어주는 특유의 감성-이 함축되어있다. 이런 점에서 <베니와 준>은 조금씩, 천천히 저물어가는 석양을 뒤로 한 채 살랑이는 바람을 맞으며 공원을 거니는 듯한, 일요일의 한적한 오후처럼 포근하고 사랑스러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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