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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를 향한 음악 저항 <코러스>

신동혁 기자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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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코러스> 포스터

[디아티스트매거진=신동혁]***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코러스>(2004, 크리스토퍼 파라티에)
 

2차 세계대전 이후 어려운 환경 속의 프랑스. 모두가 좌절을 경험하는 그 시기 한 가운데에 실패한 음악가 ‘클레몽 마티유’가 서있다. 그는 여러 직장을 전전한 끝에 마르세이유의 후미진 곳에 자리한 기숙학교 ‘폰드레땅’에 선생으로 부임한다. 그곳은 아름다운 풍광과는 반대로 교장에 의한 억압의 환경, 그리고 언제나 제멋대로인 학생들의 불협화음 탓에 모든 게 엉망인 곳이었다. 뺨을 맞는 게 익숙한 환경, 그리고 그 폭력에 반항하는 사춘기의 어린 소년들. 그곳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순박한 표정을 짓는 마티유의 모습은 이 혼란한 섬에 덩그러니 남겨진 양과 같았다.

사실 이 곳의 아이들은 전후의 어려운 시기에 돌아갈 곳이 마땅치 않은 불우한 배경을 가진채 살아간다. 그러므로 토요일에 데리러 오겠다던 아버지와의 약속에 매일을 토요일처럼 교문 밖을 서성이는 꼬맹이 ‘페피노’의 모습은 돌아갈 곳이 없어 불안한 아이들의 모습으로 정확히 치환된다. 그리고 외로운 소년 페피노의 옆을 스쳐 폰드레땅에 들어서는 세상의 불우함에 상처 입은 실패한 음악가 마티유. 세상에 곳곳에 자신의 음악을 울리고 싶던 이 음악가는 전쟁으로 낭만이 죽어버린 사회에서 생존을 위해 이 곳 저 곳을 전전한다. 그러므로 기숙학교에 선생으로 입장하는 그의 심리는 좌절로 가득 찬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낭만의 국가였던 프랑스는 2차 대전 이후로 낭만이 죽어버렸다. 더불어 여유가 없어진 사람들은 점점 속물이 되어갔다. 특히나 자신의 출세를 위해서 학생들에게 폭압적 태도를 보이고, 돈이 많은 백작부인에겐 온갖 화려한 거짓말을 서슴지 않는 교장 라신의 모습에서 선생 마티유는, 그리고 관객들은 역겨움을 느낀다. 사실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자면 전쟁이란 생존에의 위협을 뚫고 살아남은 교장에게 있어 이와 같은 행동은 무척이나 당연스런 방어기제임에 분명하고, 좀 더 확대시켜본다면 자본주의라는 약육강식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그러한 속물적 태도는 익숙하다. 그러나 스크린에 비치는 라신의 모습에서 관객들이 거북함을 느끼는 까닭은 그들이 현실에서 몸을 담그고 살아가는 세속의 진흙탕을 거부하고 언제나 낭만의 유토피아를 꿈꾸고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클레몽 마티유가 바라보는 폰드레땅 기숙학교의 모습은 합리적이지 못하고, 권위에 찌든 모습이다. 보다 효율적인 교육을 위함이란 변명은 존재하지만 힘든 시기 가운데에서도 음악이란 유토피아적 낭만 속에 살아온 그에게 있어 이런 억압은 자유로운 아이들의 영혼을 억누르는 폭정이었다. 그래서 마티유 선생은 아이들의 흥얼거림에 자유를 주길 희망한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강압적인 교장의 태도

극의 초반부. 몇 아이들이 마티유 선생의 캐비닛을 털어 그의 보물과도 같았던 악보를 훔친다. 당황한 그는 화장실에 숨어 있던 아이들을 일갈하지만, 이내 그들이 흥얼거리던 멜로디를 떠올리고 생각한다. “그래도 아이들이 노래를 불렀다.” 화성과 발성에선 분명 서툰 솜씨지만 자유가 없는 아이들의 멜로디는 삭막한 과거와 어두운 지금과는 다른 밝은 미래를 향한다. 그러므로 마티유 선생은 아이들을 위해 악보를 그리고 합창단을 조직한다.

그렇게 구성되는 합창단 안에서 아이들은 아주 오랜만에, 아니 어쩌면 난생 처음일지도 모르는 역할이 주어진다. 그것은 학교의 유지를 위한, 교장의 후원을 위한 도구로써의 역할이 아닌 각자의 쓸모에 따른 진짜 역할이었다. 비록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하는 아이들은 ‘조수’나 ‘악보 받침대’가 되고 말았지만 누구 하나 이 역할에 불평하지 않는다. 이는 선생들로 하여금 무시 받고 폭력의 대상인 무쓸모 존재에서 지금의 역할로 자신의 가치를 미약하게나마 발견한 까닭이다.

그 중에서도 마티유 선생과 소년 모항쥬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가치의 발현은 아름답게 묘사된다. 한 선생에게 ‘천사의 얼굴을 가졌지만 최악의 말썽쟁이’라는 평을 듣는 문제아 모항쥬는 홀어머니에 대한 소유욕과 억압의 시대에 대한 좌절이 혼재되어 반항을 분출한다. 그의 반항은 무언가 혁명적 기질 탓이나, 악한 본성 때문에 일어나는 악행은 아니다. 다만 모든 사춘기가 그러하듯이 위로에의 갈망이었고 인정에의 욕망이었다. 그러므로 수업을 빼먹는 교칙 위반을 저지르고 학교를 청소해도 그의 시선은 언제나 친구들이 있는 교실 안을 향했으며, 마티유 선생의 합창단 가입 권유를 거절했어도 언제나 교실에 혼자 남아 노래를 불렀다. 홀로 쓸쓸하게 노래를 부르는 그의 목소리는 얼굴만큼이나 천사 같았다. 마치 상상할 수도 없이 큰 미래의 자유를 상상하듯이 자유롭기까지 했다. 결국 운명인지 우연인지 모항쥬는 마티유 선생에게 끌려서 억지로 합창단에 가입한다. 이 덕에 그의 천사 같은 목소리는 무의미한 흥얼거림에서 심금을 울리는 도구로 변화한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소외된 모항쥬

소년들과 마티유 선생이 함께하는 정경은 이전의 불합리한 퐁드레땅의 모습과는, 더 확장하여 교문 바깥의 아직 전쟁의 잔향이 남은 세상과는 정확히 대척점에선 존재로 대비된다. 아이들에게 그리고 마티유에게 노래는 망각의 도구이자 유토피아로의 열쇠였던 것이다. 조금씩 입가에 미소가 번져가는 아이들이 미래라는 유토피아를 향해가는 모습은 아름답다. 꿈이라는 것의 힘도 강인하게 작용한다. 그리고 이 모습을 지켜보는 관객들도 그것에 동화되어 자연히 어릴 적의 꿈을 생각해보고 미래를 그려보는 힘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결국 소년들은 좁은 세상에 불과했던 퐁드레땅, 그 너머의 백작 부인까지도 노래로 감동시킨다. 더불어 억압적이고 폭력적이기만 했던 선생들의 태도와 마음도 바꾸게 한다. 이 대목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멜로디는 마치 ‘이게 음악의 힘이다’라고 외치는 듯하지만, 솔로를 부르는 모항쥬의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패기는 현재의 감동보다 더욱 큰 가슴 속 꿈에 대한 감동, 미래의 감동을 선사한다. 그러므로 어른들의 변화와 감동은 단순히 ‘노래 잘 불렀다’하는 칭찬의 의미가 아닌 그들이 눈빛으로 말하는 꿈에 대한 응원이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이 영화 <코러스>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사를 꼽자면 아마 ‘Action, Reaction’이라는 대사일 것이다. 영화 속에서 “작용, 반작용” 혹은 “잘못은 체벌”등으로 다양하게 번역되는 이 대사는 정확히 모든 관계의 원인과 결과를 나타낸다. 아이들과 마티유 선생은 서로 간의 ‘Action, Reaction’ 즉 의미작용의 과정을 거친다. 실패한 음악가로 아무런 의욕없이 단순히 생계만을 위해 퐁드레땅에 취직한 마티유 선생에게 아이들의 흥얼거리는 멜로디는 Action으로 작용하여 다시금 그의 음악 활동이라는 Reaction으로 만들어냈다. 또한 암울한 사회 현실이 그대로 전이된 아이들의 생활에서 마티유란 사람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 Action하여 아이들 스스로의 꿈의 발현이란 Reaction을 창출해낸다. 세상 모든 관계는 어쩌면 모두가 ‘Action, Reaction’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모든 Action이 긍정적 Reaction을 이끄는 것도 아니다. 앞선 긍정적인 상황과는 반대로 영화 속 또 다른 문제아 ‘몽당’이 교장의 폭력으로 범죄자로 낙인찍히자 학교에 불을 지른 것과 같이 폭력이란 Action은 또 다른 폭력이란 Reaction을 낳기도 한다. Action과 Reaction의 연쇄적 성격. 일방향적으로 보이는 원인과 결과. <코러스>는 이 긍정성 혹은 부정성의 연쇄에 집중했다.

암울함 그 자체였던 2차 세계대전 전후, 언제나 부정성의 Action과 Reaction의 연쇄가 만연했던 사회에서 예상되는 미래는 계속된 부정적 Reaction의 연속 뿐이었다. 여기서 사회는 더 이상의 희망은 없었고, 패배주의가 가득했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 마티유 선생이 보여준 부정성의 Reaction의 고리를 끊어낸 용기는 앞으로의 미래에 새로운 긍정성의 Action과 Reaction에의 희망을 품게 한다.

<코러스>가 지금의 우리에게도 감동으로 다가옴은 ‘헬’이란 접두사가 만연한 사회 분위기의 부정적 Action, Reaction의 연쇄 탓이다. 아마 우리는 이 부정적 연쇄 반응을 끊어줄 마티유 같은 선생을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엔딩 씬에서 버스를 타고 떠나는 클레몽 마티유의 뒷모습과 네레이션으로 흘러나오는 ‘계속 음악 선생으로 살았다’는 그의 미래에의 긍정성은 숲을 파고드는 햇살처럼 산뜻하다. 더불어 바라보는 내 시선도 따뜻하다.

 

이제 영화 스크린 밖으로 버스를 타고 떠나는 클레몽 마티유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나는 또한 무슨 할 말이 있으랴. 그저 유토피아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마티유의 음악처럼 이 글을 바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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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혁 기자
ziziyazizi@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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