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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ll Your Darlings : 킬 유어 달링] 비트세대들의 원더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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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네이버포토

[디아티스트매거진=권오경] 제목 <킬 유어 달링>(모든 사적인 감정을 죽여라)과 달리 등장인물 각각은 철저히 몸의 온 감각을 되살린 상태에서 배출되는 감정을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삼는다. 그로 인해 완성되는 그들만의 문학, 예술, 반항. 하지만 그런 그들의 저항정신은 숨막히는 사회의 구속들로 인해 무참히 쓸려가버린다. 그럼에도 물 밖에 건져진 물고기처럼 안간힘을 쓰며-오히려 그런 허우적거리는 모습은 그들을 더욱 자유로워 보이도록 한다-그들의 탈피적인 도전은 계속된다. 

전통이라는 이름의 통제아래서 당대 비트세대의 뮤즈였던 루시엔을 중심으로 앨런, 잭, 윌리엄 그리고 데이빗 각각은 자신들의 의도적인 방황을 유희를 통해 예술화시키고 더욱 자유분방하게, 더욱 퇴폐적으로 과감히 펼쳐나간다. 때로는 익살스럽게, 때로는 열정적으로. 어느 것 하나 규칙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 억압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루시엔은 The New Vision이 탄생하던 그 순간 외친다. “죄수들을 내보내서 놀게 하자”고. 그들은 “범죄자”가 되고 싶어한다. (루시엔이 윌리엄을 두고 앨런에게 하는 말) 그만큼 그들은 자유와 즐거움을 열망한다. 이들의 남다른 “병적” 감수성, 탐미적 경향 그리고 문학을 향한 극에 달한 열정을 보고만 있어도 왠지 모를 꿈틀거림이 몸에 아른거리는데 여기에 그만큼 거침없고 즉흥적인 재즈선율이 더해진다. 재즈로 가득한 공간, 그들만의 예술적 감성이 자리한 시간, 문학에 대한 “비도덕적”이면서도 저항적인 그들의 시각과 우아하면서도 경쾌한 리듬으로 가득찬 재즈선율이 번갈아 가며 영화에 긴장과 이완을 더해준다. 운율과 음운과 같은 감옥의 교도관들은 죄다 내보낸 채, 오로지 “죄수”들의 자유만이 허용되는 이 공간, 바로 원더랜드다.

   
▲ 출처: 네이버 영화 킬 유어 달링

<새로 태어나려면 먼저 죽어야한다.>
그들의 완벽한 뮤즈였던 루시엔은 사회에 뿌리박힌 기존체제들에 저항하고 그만의 열성적인 방식으로 도전한다. 외면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었던 그의 예술적 영감은 앨런을 비롯한 다른 비트운동가들 주위를 맴돌았지만 그들은(데이빗과 앨런을 포함해) 루시엔이 그은 선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범접할 수 없는 그만의 마성이 다른 이들로 하여금 더욱 더 예술적 재능을 발현시키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당대 예술가들의 영감의 원천이던 루시엔은 스스로 소설 과제하나 해내지 못한다. 심지어 사회의 규칙을 과감히 무너뜨리고 전통의 굴레에서 벗어나길 누구보다 바라던 루시엔은 스스로가 동성애자임을 거부한다. 비트운동의 중심이자 비트세대의 예술적 지주였던 그가, 역설적이게도 완전한 ‘비트족’이 되지는 못한 것이다.

그와 반대로 앨런과 데이빗은 루시엔에 대한 감정을 일깨우고, 받아들인다. 이처럼 영화는 단순히 비트세대들의 이유있는 반항을 보여주기만 한 것이 아니다. 루시엔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그의 아우성을 조심스레 숨겨놓은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영화의 제목, <킬 유어 달링>은 중의적이다. 첫째로는 보다 좁은 의미로서 루시엔의 성적 정체성에 대한 스스로의 말(감정을 죽여라)이자, 영화의 결말을 함축하는 말(너의 사랑을 죽여라)이고- 실제로 데이빗을 죽이는 루시엔의 행동을 통해 수레바퀴의 굴레에서 벗어나 새로 태어나고자 하는 루시엔의 절규를 볼 수 있다.-두번째로는 보다 넓은 의미로서 당대의 문학 원칙이자 감정을 배제하고 최대한 객관적인, 이성적인 시각에서 글을 쓸 것을 권하던 당시 사회를 가리킨다. 전통방식을 영화 전면에 드러냄으로써 심층부에 깔리는 비트세대들의 저항을 역설한 제목이다. 

   
▲ 출처: 네이버 영화 킬 유어 달링

<비트세대와 재즈의 만남>
이처럼 영화는 보다 다층적인 구조로 우리에게 비트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에게는 혼란에 대한 욕망과 즉흥적인 감각에 대한 집착이 내재한다. 비트세대들은 그들의 진실한 심장박동(Beat)을 문학에 녹여내고 싶어했는데 영화는 이러한 그들의 의도와 그로부터 발현되는 환희를 실감나게 담아낸다. 긴밀한 쇼트의 구성을 보고 있자면, 정말 연출력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장면은 바로 원더랜드에서 ‘더 뉴 비전’이 탄생하는 장면이다. 앨런에게서 “예이츠, 더 뉴 비전”이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그 때 앨런의 눈빛, 재즈 연주를 하는 뮤지션들, 앨런의 말을 들은 루시엔의 눈빛, 입가에 살짝 머금은 그의 미소, 또 한번의 재즈 선율, 다시 앨런의 눈빛, 또 다시 재즈, 마지막은 영롱한 미소를 담은 채 “you are hired”라고 외치는 루시엔. 이 모든 장면이 타이트하면서도 완벽한 구성에 맞추어져 있어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그들의 기쁨과 환희를 단번에 공감할 수 있도록 해준다. 

<The New Vision>
여기서 The New Vision 은 예이츠의 <환상 A vision> 에서 따온 이름으로, 루시엔은 예이츠의 문학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예이츠는 “삶이란 순환이며 우리는 삶과 죽음의 수레바퀴에 갇혔다.”고 말하는데 루시엔은 앨런이 그의 수레바퀴 패턴을 끊는 오아시스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상 그는 데이빗을 대신해 그의 삶의 굴레를 이어나갈 또 다른 수레바퀴였다. 예이츠의 말대로 역시나 순환하고 반복되는 것이다. 내용적인 영역을 넘어서 구성적인 측면에서도 그의 ‘순환circle’에 대한 사상을 볼 수 있다. 순환은 돌고 돌아 원점으로 되돌아온다. 마찬가지로 영화는 첫장면과 마지막장면이 동일한 순환구조를 취하고 있으며 첫 장면은 마지막 장면의 역행인 동시에-영화 중간 중간에도 종종 장면이 역행한다-나레이션으로 나오는 앨런의 말처럼 루시엔은 아무리 내려 놓으려 해도, ‘다시 돌고 돌아’ 그의 곁으로 와 일부가 되어 버린 것이다.

   
▲ 출처: 네이버 영화 킬 유어 달링

<킬 유어 달링>의 탄탄한 내용과 이를 뒷받침하는 놀라운 연출은 비트운동가들의 비체제적이며 급진적인 예술을 감독 특유의 감성으로 아름답게 재현했다. 여기에 루시엔에 대한 당대 예술가들의 사랑과 그에 따른 루시엔의 이중적인 방황으로 그 깊이를 더했으며, 무엇보다도 적재적소에 배치되는 재즈선율은 비트세대의 남다른 심미안을 더욱 부각시켜준다. 한마디로 말해서, <킬 유어 달링>은 관객에게 세계의 끝, 즉 이 세상 위에 존재하는 모든 사회 규율과 기존의 전통방식으로부터 벗어난, 그들만의 ‘원더랜드’를 보여주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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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경 기자
okyung1205@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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