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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지사 새옹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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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저 네이버] 영화 ‘시리어스 맨’

영화는 2주간 주인공 래리가 겪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문제들을 따라가며 보여준다. 아내는 친구와 바람이 났는데도 당당하게 이혼을 요구하며 오히려 래리에게 집을 나가라고 하고, 자식들은 도무지 구제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직업이 없는 동생까지 얹혀살고 있다. 그 와중에 학생은 F를 면하게 해달라며 대책 없이 뇌물을 주고(한국인 학생이라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교수 재직권 심사를 눈앞에 둔 래리를 비방하는 편지가 학교에 여러 통 왔다는 찝찝한 소식까지 들린다. 이 짜증나는 현실에 대처할 답을 찾기 위해 그는 랍비들을 만나 삶의 정답을 찾아보려 하지만 과연 이런 일들이 누군가의 조언 한 마디로 쉽게 해결될지 의문이다.

   
▲ [출저 네이버] 래리는 인생의 해답을 얻을 수 있을까?

래리는 왜 자신에게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랍비에게 답을 구해 보지만 그 누구도 그에게 답을 주지 않는다. 그나마 첫 번째로 만나는 젊은 랍비 스콧이 해답을 주고자 노력하지만 연륜이 없는 그는 오히려 어설프고 미심쩍을 뿐이다. 존경받는 랍비 나크너는 ‘신의 뜻을 누가 알겠나, 그냥 사는 거지’라며 래리의 김을 빼버리고, 그토록 만나길 원해서 구구절절 자신의 사정까지 설명하며 애원한 랍비 중에 최고 랍비라는 마르샥은 심지어 만나주지조차 않는다. 그런데 말과는 다르게 랍비 마르샥은 전혀 바빠 보이지 않는다. 그가 래리를 만나주지 않는 이유는 래리가 그토록 힘들어 하며 답을 원하던 질문들에 해줄 수 있는 말은 랍비 나크너의 말과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랍비들이 래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단 한 문장이다. 이는 이 영화 시작부에 나오는 문구와도 일치한다.

‘당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단순하게 받아들이라.’

영화 도입부에 나오는 유대교 부부가 사람인지 유령인지 모를 랍비를 만난 우화처럼 사람이 살아가는데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정확한 정답을 알 수 없는 것이다. 삶의 문제들에 있어서 뭐가 맞고, 뭐가 틀린지 정답은 없다. 삶은 늘 불확실성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저 단순하게 받아들이고 지나가면 되는 것이다.

막무가내 아내의 행동에 래리는 순응하고 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집을 나오고 변호사를 만나서 싸이(아내와 바람이 난 친구)를 비난하는 변호사에게 그의 아내가 했던 거처럼 싸이의 변호를 해주기까지 한다. 그런데 인생이란 참 아이러니하게도 래리가 이혼을 받아들이려는 순간 래리와 싸이는 같은 시간에 차 사고를 겪고 싸이만 죽는다. 그리고 싸이의 장례식에서 랍비는 말한다. ‘그리 진지한 남자가 어찌 이리 사라진답니까?’

   

▲ [출저 네이버] 아이러니하게도 래리가 운명을 받아들이는 순간 골칫덩어리 싸이는 사라진다.

이뿐만이 아니다. 싸이 말고도 래리가 고용한 변호사 솔로몬도 갑작스럽게 죽는다. 두 사람 모두 황당한 죽음이다. 아무리 진지하게 살아도 갑작스럽게 죽을지도 모르는 게 사람일이다. 그러니 그저 단순하게 받아들여라 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출구가 없어 보이는 래리의 문제들은 어쩌다보니 물 흐르듯이 계속 흘려가며 자연스럽게 그 무게가 약해진다. 래리가 꾸는 꿈들을 보면 래리도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꿈속에서조차 래리는 그러한 사실을 부정한다. 꿈에서 강의를 하면서 자신의 입으로 ‘이게 불확실성의 원리다. 이것이 증명하는 바는 어떠한 것도 확실히 알 수 없다는 거다.’라고 말하면서 끝에는 죽은 싸이 에이블맨에게 랍비 마르샥을 찾아가라고 폭행을 당하며 깨고, 이웃에 사는 샘스키 부인과 마리화나를 하며 섹스를 하는 일탈을 꿈꾸는 장면에서도 어김없이 싸이를 등장시키며 꿈을 깬다. 집에 얹혀사는 동생을 캐나다로 떠나보내는 꿈에서조차 그는 유태인 사냥을 당할 위기를 만들며 깨어난다. 래리의 앞날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불확실하고, 그 어떤 일도 그를 불행으로 이끌지, 행복으로 이끌지 확실히 알 수 없기에 그 답이 없다는 것을 자신도 무의식적으로는 알면서도 결국 꿈의 끝에서는 거부하며 깨어나는 것이다. 사실 단순하게 받아들이라는 말이 쉽지, 겪는 사람으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모든 힘든 일들은 시간이 지나야 ‘그땐 그랬지’라며 씁쓸하게나마 웃을 수 있는 거지, 당시로서는 주변의 조언들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내 삶을 옥죄고 있으니 말이다.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모두 래리와 같을 것이다.

세상 모든 불행이 나에게만 일어나는 것 같지만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이다. 아무 고민 없어 보이던 래리의 동생도 늘 형인 래리에게만 하느님이 모든 것을 주었다며 하느님을 원망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길다면 길고 또 짧다면 짧은 2주의 시간이 지나자 모든 일들은 해결의 기미를 보인다. 말썽꾸러기 아들은 어찌되었든 성인식을 끝냈고, 아내도 래리에게 사과를 하며 부부사이는 화해모드로 돌아간다. 교수 재직권도 무난히 딸 수 있을 거 같다.

   
▲ [출저 네이버] 아무 고민 없어 보이던 래리의 동생도 하느님을 원망하고 있었다.

역시 옛말이 틀린 게 하나 없다. 인생에 나쁜 일이 생기면 좋은 일이 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인생지사 새옹지마. 불확실한 인생은 좋은 일이 오면 언제 또 나쁜 일들이 허리케인처럼 들이 닥칠지 모른다. 재직권을 얻게 된 래리가 건강검진한 의사의 불길한 전화를 받은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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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희 기자
daluma@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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