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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가 아닌 ‘어떻게’의 관점으로 <마션>

신동혁 기자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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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마션> 포스터

디아티스트매거진=신동혁]***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마션>(2015, 리들리 스콧)

최근 몇 년 간, 관객들의 뇌리에 각인 될 만큼 압도적인 우주 배경의 SF영화가 여럿 탄생했다. 작년의 <인터스텔라>(2014, 크리스토퍼 놀란)가 그랬고, 그 전년도의 <그래비티>(2013, 알폰소 쿠아론)가 그랬다. 그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더 문>(2009, 던칸 존스)까지 포함 할 수 있겠다.

지금 언급한 이 세 작품과 <마션>은 모두 압도적인 우주 공간 안에서 사소한 존재에 불과한 인간들의 생존을 위한 여정을 그린다. 서사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주인공으로 명명된 누군가가, 우주로 떠나고 다시 지구로 돌아오기. 따지고보면 언급된 네 영화들은 모두 이 서사의 변주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모두 다 특별한 영화임엔 틀림없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화성에 고립된 ‘마크’

<마션>이 그 중에서도 ‘조금’ 더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서사구조에서 ‘지구로 돌아오기’에 대한 방법적 측면인 ‘어떻게’에 방점이 찍힌 영화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앞선 영화들 중에서 최고로 꼽는 <그래비티>의 경우에는 어떻게라는 방법적 측면보단, ‘왜 지구로 돌아가야만 하는가’에 방점이 찍힌 영화였다. 인간 본원의 외로움을 지극한 외로움의 허공에서 사유하고, 삶의 이유를 찾아내어 중력(관계의 인력) 속으로 다시금 돌아오는 과정에서 우리는 삶의 위대함과 나를 의미 있게 만드는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더 문> 역시도 생명의 존엄을 상실한 복제 인간의 존엄 회복이란 의미로써 ‘지구로 귀환’을 확인했다.

그런데 <마션>에서 화성에 혼자 남겨진 주인공 ‘마크’는 딱히 지구로 돌아갈 이유를 찾지 않는다. ‘생존’을 위함이란 인간 본원의 본능이 이유가 될 수 있지만, 딱히 그에게 있어서 그 이유가 절망적이고 위대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마크는 오히려 화성에서 유쾌하게 지낸다. 다만 그는 계속해서 ‘어떻게 탈출하지?’란 질문을 지속한다. 그리고 그 질문은 결국 해답을 찾게 만든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이 영화가 우주에 대한 고증이 철저한 영화라는 점에서, 작년에 선풍적인 인기를 몰고 왔던 <인터스텔라>와 비교 될 수 있다. <마션>과 <인터스텔라>는 끊임없이 ‘어떻게’란 자신들의 이론적 배경을 설명한다. 사실 그 이론의 옳다 그르다는 관객의 입장에서 중요치 않다. 영화가 재밌으면 그만이니까. 다만 서사의 얼개에 있어서 극 초반 우주선을 추락시킨 우주비행사임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우주로 떠나야하는 당위가 부족했던 <인터스텔라>의 쿠퍼는 ‘가족의 사랑’이란 어정쩡한 ‘왜’를 추가함으로써 어중간해져버렸다. 그 이유는 설득력이 부족했고, 가족의 사랑에서 인류애로 확장된 백인 슈퍼히어로의 구원자적 면모만 보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마션>의 경우 이러한 ‘왜’의 강박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살아나갈 궁리만 지속한다. 그 궁리는 엉뚱해 보이기까지 한다. 척박한 화성의 환경에서 감자를 심어서 구조 올 때까지 기다리잔 생각과 이미 십수 년 전에 사용이 끊긴 패스파인더를 찾아 교신을 시도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위험물질인 ‘플루토늄’을 이용하며, 화성을 탈출할 때에는 우주선의 뚜껑까지 떼어내 버린다. 하지만 이런 황당함이 전혀 황당함으로 다가오지 않았던 이유는 영화 특유의 밝고 유쾌함 탓이기도 하지만, 어정쩡한 이유는 때려 치고 오로지 한 인물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지구에서 가장 똑똑한 놈들’의 노력이 보여준 과학적 논리 덕분이다. 영화 중간에 이물감 없이 등장하는 과학자들의 논리적 토대는 인터스텔라의 감정적 호소보다 몇 배는 더 당위성으로 접근한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마션>의 오프닝은 여느 재난 영화, 우주 배경의 SF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남겨진 주인공, 주위에 도와줄 이는 아무도 없고 돌아갈 방법은 없다. 이처럼 막막한 상황 속에서 <마션>이 택한 방법은 비장하고 절망하기보단, 남겨진 인물의 긍정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우주에서 재배한 무공해 감자”로 화성에 소유권을 주장하고, 스스로를 “45억년 동안 최초의 화성인”이라고 외친다. 이러한 긍정성이 바라보는 것은 생존에 대해 ‘지구의 천재들’을 향한 마크의 신뢰이고, 스스로의 목적에 대한 확고함이다.

물론 이 신뢰와 확고함은 인간이 수만 년 동안 발전 시켜온 과학기술에 기초한다. 마크는 개인 스스로의 힘으로 화성 최초의 농부가 되는 데에 성공하고, 인류 과학기술의 총체인 ‘나사’는 기계공학, 물리학, 수학, 지구과학, 컴퓨터공학 등을 활용해 마크를 돕는다. 물론 거기다가 온 지구가 그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것까지 포함하여 인간의 전심과 전 기술력이 마크에게 집중된다. 명백히 이는 마크로 대변되는 인간과 화성으로 대변되는 우주의 자존심 대결의 은유이다. 하지만 여기서 인간은 욕심을 부려서 ‘정복해야겠다’는 생각을 품지 않는다.(인터스텔라는 그랬다) 다만 마크라는 한 인간을 목표에 도달하게끔 만드는 게 고작이다. 어쩌면 이런 우주의 위엄 앞에 한없이 작아진 인간의 모습에서 알 수 있는 건, 이 영화에 ‘왜 지구로 돌아가야 하는가?’는 이유가 부재한 까닭이 ‘어떻게 돌아가야 하는가?’는 방법적 측면에 대한 고민으로도 부족한 인간의 능력에 대한 한계의 묘사인 것만 같다. 생존과 도달에 급급한 주제에 건방지게 이유까지 생각할 여유는 없었던 거다.

결과적으로 마크는 지구로 무사히 귀환한다. 정확히 말하면 화성으로부터 도망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뒤로 그는 후배 우주비행사들에게 자신의 생존 경험을 강의한다. 이 강의, 그리고 이 <마션>이란 영화는 이 대목에서 마크의 대사 한 마디로 요약이 된다. “우주에선 아무 것도 내 맘대로 되는 게 없다.”는 말은 홀로 고립된 개인이 거대한 행성에 맞서 싸우고서 얻은 최고의 교훈이다. 은유의 매체라는 영화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마션>의 서사는 ‘불가능해 보이는 한 목적에 어떻게든 도달하려고 하는 인간의 몸부림’의 확장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과정은 언제나 시행착오를 겪고, 약간의 성취가 존재하고 좌절도 있었다가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까지 한다. 하지만 돌아보면 언제나 처음 계획과는 전혀 다른 과정을 겪곤 한다. 언제나 조금씩 틀어지는 계획 가운데 늘 고민해야하는 건, 실제로 이 영화가 집중하고 있는 ‘어떻게 도달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그 루트는 물론 다양하겠지만 ‘마크’가 건네주는 메시지는 ‘225,308,106km나 떨어져 홀로 고립되어도 포기하지 않았기에 지구에 도달할 수 있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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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혁 기자
ziziyazizi@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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