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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사랑할 수 없던 사랑스러운 여자

민선영 기자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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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니 핑크> 영화 포스터

[디아티스트매거진=민선영] 1994년 작 <파니 핑크(Keiner Liebt Mich), Nobody loves me>는 2015년인 지금에서 다시 봐도 촌스러움 하나 묻어나지 않는 영화이다. 주인공 파니 핑크는 20대 여성으로서의 삶을 끝내고 30대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진정한 사랑을 갈망한다. “서른 넘은 여자가 결혼할 확률은 원자폭탄을 맞은 확률보다 낮다.” 파니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단지 “오늘 날씨가 참 좋아”같이 시답잖은 말을 건네줄 수 있는 남자가 필요할 뿐이다.

 그녀의 귀에서 반짝이고 있는 해골 귀걸이는 파니의 성향을 충분히 드러낸다. 죽음을 준비하는 강의를 수강하며 절대 눈 달린 생명을 먹지 않는다. 혼자 자는 잠은 무섭고 죽음은 공포스럽다. 그런 그녀의 옆을 지켜주는 이는 말 못하는 인형 하나 뿐이다. 공항에서 오가는 승객들의 몸을 수색하며 남자동료의 같잖은 성희롱을 참아내는 것이 그녀 하루 일과의 전부이다. 따분한 일과를 끝내면 죽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듯한 낡고 쓰러져가는 아파트에서 똑같은 주문을 외운다. “나는 아름답다, 똑똑하다. 사랑하고 사랑받는다.”

   
▲ <파니 핑크> 영화 장면 중

그런 그녀의 진부한 삶에 오르페오가 등장하면서 파니의 하루는 새로워진다. 돈이 필요했던 오르페오는 파니의 무료함과 그 속의 절실함을 읽는다. 파니에게 돈을 받는 대가로 인생의 마지막 남자를 점쳐주며 갖은 주술을 권한다. 파니의 마지막 남자는 낙후된 이 아파트의 관리인, 우연의 일치인지 운명인지 그 남자 역시 파니와 같이 죽음을 두려워한다. 동물을 먹는 것은 더 끔찍하단다. 파니는 확신한다. 이 남자는 자신이 놓치지 말아야 할 운명의 마지막 남자라고.

 파니는 관리인에 대한 사랑으로 하루하루 생기가 넘쳐난다. 그 사이 오르페오는 밀린 집세로 집에서 쫓겨나 파니의 집으로 들어온다. 파니를 향한 오르페오의 연애 지침은 계속되고 파니는 변해가는 자신을 마주하며 환희를 느낀다.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가 관리인과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되기 전까지 말이다. 그러나 파니는 순간의 배신감에 흔들릴 뿐 예전과 같은 자신이 아님을 느낀다. 바로 자신의 옆에 오르페오라는 인생의 길잡이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 <파니 핑크> 스틸컷

 그런 오르페오는 곧 죽음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외계로 다시 돌아갈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하며 오르페오는 파니에게 자신의 마지막을 함께해 줄 것을 부탁한다. 파니는 소중한 친구를 잃고 싶지 않지만 오르페오의 마지막 소원을 정성스럽게 들어주려 한다. 오르페오가 가는 길에 필요한 금은 대출로 구하고, 명품 양복은 관리인의 조르지오 아르마니 양복이 제격이다. 오르페오는 파니에게 이제 때가 되었음을 알린다. 파니는 오르페오와의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집을 나선다. 오르페오는 원래 없던 사람마냥 파니에게서 사라진다.

   
▲ <파니 핑크> 영화 장면 중

 오르페오가 실제로 외계로 간 것인지, 아니면 순진한 파니의 뒤통수를 친 것인지는 순전히 관객의 생각에 맡긴다. 중요한 것은 오르페오의 죽음이 아니다. 오르페오와 함께 하면서 현재의 자신을 직면하게 된 파니의 성장이다. “과거는 네 뒤의 모습이고, 미래는 네 앞의 모습이야. 시계를 차지마. 계속 몇 시라고만 말할 거야. 지금 ‘현재’를 살아.” 오르페오의 마지막 인사는 실로 파니의 인생을 바꾸어놓았다. 오늘도 파니 핑크는 현재를 살아갈 것이다. 따분하든 지치든 어쨌거나 그것이 당장의 자신이기 때문이다.
 

 지금 어떠한 인생을 살고 있는가. 혹시 보이지도 않는 미래와 죽음을 걱정한다거나 돌아오지 않을 과거의 향수만 쫓고 있지는 않은가. 그런 모습은 현재의 당신을 잠식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현재의 당신만을 사랑해라. 그래야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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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영 기자
charm77@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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