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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내가 만나 관계 맺기, “참여하는 예술”

양효주 기자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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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내가 만나 관계 맺기 “참여하는 예술”

[브리오- 관계미학 & 미디어파사드 & 생택쥐페리-어린왕자]

   
▲ interactive media facade (출처:구글이미지)

[디아티스트매거진=양효주]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이야?” 왕자는 벌써 세 번째 묻고 있다. 마침내 여우가 답한다. “그건 ‘관계’를 만들어간다는 뜻이야.” 여우는 왕자를 한참 바라보고는 애원하듯이 말한다. “제발……. 나를 길들여줘!”

-<어린왕자>, 생택쥐페리

관계 맺기는 나와 타자가 만나 ‘우리’라는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것이다. 구성된 커뮤니티는 개별자로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의미 있는 사이로 하모니를 이루어야 한다. 서로 조화롭게 어울려졌을 때, ‘우리’라는 관계에서 나와 타자간의 연대감이 형성되고 그것이 ‘관계 맺기’기 시작이 되는 것이다.

필자는 이번 칼럼에서 ‘어린왕자와 여우의 관계 맺기’를 ‘예술가와 관람자의 관계 맺기’로 접목시켜 보려한다. ‘어린왕자’라는 세계 고전문학과 현대미학 미술사에서 다루는 ‘관계미학, 관계예술’은 사실 너무나 이질적인 것이고 비교연구의 주제로 적합하지 않을 수 있으나, 특별한 존재/상태의 창조를 위해 ‘관계 맺기’가 요구된다는 것이 공통된 실질적 속성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래서 감히 본 칼럼을 통해 어린왕자와 관계예술이 대화할 것을 요청해본다.

   
▲ 생택쥐페리, <어린왕자>, (출처:구글이미지)

‘관계미학’이란 개념을 창시한 니콜라스 부리오(Nicolas Bourriaud)가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관계예술가는 “세계와의 관계를 창조하기 위해 이질적인 단위들을 일정한 수준에서 결합하고 지속시키는 형식을 창조 한다”

학계에서는 90년대를 기점으로 등장한 새로운 예술현상을 ‘컨템퍼러리 아트(contemporary art)라고 지칭한다. 이 새로운 예술현상은 모던 아트에 반동하여 나타난 포스트모던아트로서 동시대성, 역동성, 인식의 전환을 특징으로 갖는 대단히 사회적 정치적 예술유형이다.

예술적 토대를 상호성, 사회적 연계의 힘에서 찾기 때문에 공감과 연대, 관계를 필요 한다. 이러한 예술 패러다임의 변화는 포스트모던아트의 두드러지는 특징이 되는데 이것이 ‘관계미학’ ‘관계예술’의 시작점이다.

모던 아트에서 예술가는 예술작품의 창조자로서 능동적 존재이고, 관람자는 관조적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수동적 존재로서 예술가와 관계했다. 그러나 포스트모던아트에서 (특히 롤랑바르트의 ‘저자의 죽음’ 이후) 관람자는 더이상 수동적 존재로 머무는 것이 아닌 능동적으로 작품 창작 과정에 참여하므로써 작품 해석의 주인으로 등장하고 더 나아가 관객의 ‘참여 자체’가 예술작품이 되기까지 한다. 즉 관람객이 예술가와 관계맺음, 혹은 작품과 관계맺음으로써 작품 완성의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어린왕자와 여우가 관계맺음을 통해 특별한 사이가 되듯, 예술가와 관람자 그리고 작품이 맺는 관계 그 상호작용이 전례 없는 창조적 예술작품을 탄생시킨다.

   
▲ Karl Sims, Genetic images installation, (출처:구글이미지)

예술작품의 예를 들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칼 심스Karl Sims의 ‘갈라파고스’ Genetic images이다.

‘갈라파고스’는 생물공학을 전공하고, 예술가로서 또 프로그램개발자로 활동하고 있는 칼 심스의 작품이다. 그는 동시다발적인 식물의 성장과 유전자 복제과정에서 일어나는 돌연변이 등을 주제로 하면서, 관객의 참여를 동인으로 하는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 Karl Sims, Genetic images installation, (출처:구글이미지)

12대의 컴퓨터는 추상적인 생명을 부여받은 형태의 행동이나 수를 모의실험해서 그 결과를 스크린에 나타내고, 관객은 그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화면 앞의 발판을 밟음으로서 이 전시에 참가하게 된다. 선택받은 생명은 살아남고, 교합하고, 돌연변이를 일으켜 재생산되며, 선택되지 못한 것은 버려진다. 결국 컴퓨터에는 살아남은 형태의 자손들이 남게 되고, 다음 단계에서 또 관객의 참여에 의해 다음 단계의 진화로 이어진다. 요약하자면, 칼 심스의 ‘갈라파고스’는 컴퓨터로 프로그램화 되어있으나 관객의 참여에 의해 매번 다른 생명체(예술작품)이 잉태되는 것이다.

   
▲ Karl Sims, Genetic images installation, (출처:구글이미지)

그러므로 예술가의 역할은 창조자에서 프로그램설계자로 이행되었고 관람객과 작품의 상호작용, 상호관계가 예술의 핵심이 되었다.

   
▲ multi-user interactions (출처:www.mediacrchitecture.org)

인터렉티브 미디어 파사드 Interactive Media Facade

:상호작용 (체험과 놀이의) 예술

전통 예술작품을 감상할 때는 감상자로 하여금 정지한 상태에서 시선을 고정시키고 집중을 요구한 것에 반해 미디어 파사드는 주어진 혹은 제시된 방향을 따르지 않고 감상자가 스스로 경험하면서 방향을 설정하게 한다. 건물의 입면에 거대한 열린 공간을 제공하고, 가상 속 공간과 현실이 서로 대화할 수 있게 해주며, 감상자로 하여금 가상공간에 몰입됨으로써 예술 공간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해주고, 시각중심으로서의 고전적 의미의 심미적 체험의 종말을 이끌어낸 확장된 지각방식으로 새로운 의미에서의 심미적 체험를 탄생시킨다.

   
▲ dancing in the rain, (출처:www.thecontitute.org)

이 심미적 체험을 좀 더 확장시키기 위해서는 예술작품의 맥락과 감상자와의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이를 ‘상호작용성’이라 한다. 이 상호작용성은 현재 뉴미디어아트, 디지털 미학에서의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꼽히고 있다. 미디어 파사드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이 상호작용성은 세 가지의 유형으로 나누어진다. 첫 째는 예술가가 창작에 있어 기계와 상호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자동화된 것이나 지능적인 기계·컴퓨터와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말한다. 두 번째는 감상자가 주어진 예술만을 향수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 자체에 간여한다는 점이다. 즉 적극적인 감상자는 자신의 기계로(스마트폰 등) 예술을 소환하여 감상하거나 혹은 미리 프로그램이 된 프로세스에 참여함으로써 예술을 조작·변형 시킨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는 위에 두 가지를 포괄하는 것으로써 예술가와 감상자는 기계·컴퓨터를 통해 상호작용한다는 점이다.

   
▲ Aarhus by Light,(출처:www.mediaarchitecture.org)

적극적이고 원활한 소통은 유희적 체험이며 더 확장하면 ‘놀이’가 된다. 랑시에르 Ranciere 는 예술에서의 매체를 단순히 예술가가 작업을 위해 쓰고 싶어 하는 재료가 아니라 감각되는 환경이고, 각각의 특수한 감각중추(particular sensorium)로 인식한다. 그리고 그 환경 속에서 관객이 자유로운 놀이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놀이의 개념은 “인간은 놀 때만 인간 존재다”(Man is only fullly a human being when he plays) 라고 주장하는 프리드리히 폰 쉴러 Friedrich von Schiller의 놀이 개념까지를 의미함으로써 “노동의 복종성”(the servitude of work) 을 전복시키는 ‘놀이의 자유’를 해방적 예술의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 puzzle media facade,(출처:www.segd.org)

한편 놀이의 개념 속에는 혁명성이 함의되어있다. 디지털 기술을 매개로 한 오락산업이나 디지털 문화의 가장 큰 특징은 자유로운 활동이라는 점인데, 이것은 결정 불가능성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일반적으로 정치적 혹은 종교적 의식이 분명한 예술 작품들은 감상자로 하여금 비판적 읽기를 하도록 유도해 왔다. 그러나 현재의 디지털 시대에는 감상자로 하여금 작품을 기호로 읽으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이제 더 이상 예술 작품은 의미의 모호성이나 불확정성이라는 방향으로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서 내포된 아이콘을 읽고 그 숨겨진 코드를 해석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의 참여와 유희적 이해를 통해 구성되며 결정지어 진다. 이는 바로 비판적 차원에서 유희적 놀이의 차원으로 넘어가는 과정인 것이며, 예술은 해석하는 것이 아닌 체험하는 것이라고 과거 기호 해독 관계들의 의미 과정을 전복시키는 정치적이고 혁명적인 것이 된다.

   
▲ 생택쥐페리, <어린왕자>, (출처:구글이미지)

여우는 어린왕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너에게 이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야”

여우와 어린왕자가 특별한 사이가 되기 위해 관계를 만들어가고, 예술세계는 특별한 예술을 창조하기 위해 관계(예술가-관람객-작품)를 창조한다. 서로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어서 ‘나는 너에게 이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로 거듭나고 창조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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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효주 기자
motunge@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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