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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이미지를 욕망하다

양효주 기자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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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매거진=양효주]당신의 삶이 예술이다. THE ARTIST MAGAIZINE

‘잘 나가는’ 이미지를 욕망하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 제프 쿤스

        

       

   
▲ (도판1)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1961, 출처)구글이미지

   

      생존을 위한 물품을 사고 그것을 비축하기위해 돈이 필요했던 전근대적(pre-modern)시대와는 달리 탈근대적(post-modern)시대로 도래하면서 돈은 더 이상 소유할 수 있는 양적 가치에 만족하지 않고 나와 타인의 존재론적 가치를 차별 짓는 ‘질value’적 가치의 위계질서를 확립한다. 이제 사람들은 돈으로 상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보여주고자 하는 ‘이미지image’를 산다.

돈은 상품을 소유하게 하는 매개로써가 아니라 내가 희망하는 나의 모습을 살 수 있게 하여 궁극적으로는 내가 누구인가를 결정하는 힘이 되었다. 예컨대 나는 뚱뚱하고 못생겼으나 가장 비싸고 트랜디한 명품으로 몸을 치장하고 키 크고 잘생긴 남자와 교제함으로써 나의 추함은 나의 재력으로 인해 무력화 된다. 수량적 사용가치로써의 돈이 높은 질의 ‘이미지 교환가치’로 전환함으로써 그것의 위상을 높이고 권한을 확장시킨 것이다.

       

   
▲ (도판2) 영화 <티파니에서의 아침을>, 1961,  출처)구글이미지

       영화 <티파니에서의 아침을>의 첫 장면을 기억하는가? 우아하고 시크한 드레스 자태를 뽐내는 홀리Holly(Audrey Hepburn)가 한 손에는 크루아상 또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티파티 보석상점의 윈도우를 응시한다. 이제 막 동이 튼 이른 아침의 뉴욕 거리는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듯 조용하다. 지나가는 행인도 보이지 않고 티파니 보석상점의 문도 여전히 굳게 닫혀있다. 이런 배경속에 홀리의 차림새는 심히 과장되어 보인다. 그녀의 완벽하게 세팅된 머리 위에는 왕관 같은 헤어핀이 꽂혀있고, 주렁주렁한 목걸이는 그녀의 가녀린 목을 더욱 강조시킨다. 팔꿈치까지 닿는 장갑과 블랙 롱 드레스 차림은 마치 왕실무도회장에서 지금 막 나온듯한 귀부인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이른 아침부터 얼굴 반쯤을 덮는 선글라스까지! 짐작컨대 그녀가 뽐낼 수 있는 최고의 아이템으로 최선을 다한 꾸밈이다.그런데 그녀가 윈도우쇼핑을 하기위해 이렇게까지 공들여 ‘예의’를 차린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녀에게 있어 티파니 보석은 ‘상품’의 가치뿐만이 아니라 그것을 소유할 수 있는 소유자를 의미하는 –지체 높은 귀부인 혹은 성공한 유명인- ‘존재론적 가치’를 의미하기 때문이 아닐까? 티파니 보석의 아름다움과 고귀함은 홀리의 탐욕을 자극한다. 보석의 아름답고 고귀한 가치는 그것을 소유함으로써 그녀에게 그대로 전도되어 그녀를 아름다고 고귀한 존재로 만든다. 즉, 그녀는 생존을 위하여 티파니 보석을 욕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부여할 자신의 이미지를 욕망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화려하게 한껏 멋을 낸 그녀의 모습은 그녀 스스로 귀부인의 이미지를 흉내 냄으로써 비록 가상이라 할지라도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로 보이고자 하는 강한 내적 욕망이 투영된 것이라 생각한다.

홀리는 폴Paul(George Peppard)에게 슬픈 것보다 우울함이 더 끔찍하다며 그럴 때면 곧장 택시를 잡아타고 티파니 보석상점으로 달려간다고 말한다. “고요하면서도 오만한 곳, 그 곳에는 어떤 나쁜 일도 일어날 수가 없어요.”

그런데 바로 다음 그녀가 하는 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내가 만약 ‘진짜 인생’을 찾게 된다면 그건 아마도 티파니가 내게 주는 기쁨과 같을 꺼에요. 그날이 되면 가구도 사고 고양이에게 이름도 지어주겠어요” 여기에 슬픈 모순이 있다. 홀리는 사실상 티파니 보석을 온전히 소유해 본적이 없다. 그런데 티파니가 안겨주는 기쁨을 자신이 갈망하는 ‘진짜 인생’과 동일시한다. 그녀는 가상으로 티파니의 보석을 소유하고, 그것을 소유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가상의 존재자가 되어 기쁨을 느낀다. 그 기쁨은 가상으로 인해 빚어진 것으로 결국 산출된 기쁨도 가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그녀는 자신의 ‘진짜‘ 인생을 실존하지 않는 이 팅 빈 ‘가상’에서 찾는 것이다. 이 어찌 슬픈 모순인가!

        우리는 왜 현재에 살면서 기꺼이 현재를 망각하고 환상을 꿈꾸며 실제의 ‘나’로서 실존하기를 거부하고 ‘가상의 이미지’로서 소비되고자 하는가?

상품에 대한 소비의 욕구는 이미지 소비에 대한 욕구로 전도되었고, ‘나’는 소비자의 위치에서 소비되는 ‘이미지 상품’로 변모하였다.

   

▲ (도판3) Jeff Koons, <balloon dog>, 2013, NY Christie’s Auctions

“2013년 11월 크리스티에서 제프 쿤스의 조각 ‘풍선개(Balloon Dog, orange)’가 생존 미술가 경매 사상 최고가인 5840만 달러(6월 28일 현재 한화로 약 592억 원)에 팔렸다.”

출처)http://www.nyculturebeat.com/index.php?document_srl=3071898&mid=TodaysPic

       세계미술시장에서 최고의 경매가를 자랑하는 작품 ‘생산자’(첼시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120명의 조수를 두고 작품 제작을 지휘·감독하는) 중에는 제프 쿤스가Jeff Koons(미국, 1955년-현재) 있다. 그는 소비 상품 자체를 예술의 맥락으로 이끌었고 자기 스스로를 예술의 대상으로 삼아 아티스트가 곧 작품이 되는, 즉 ‘상품적 가치로서의 아티스트’ 지위를 획득하며 현대미술시장에서 앤디 워홀의 뒤를 잇는 가장 성공한 미국 아티스트로서 연신 기록을 세워가고 있다.

쿤스는 자신의 유명세와 대중성을 확장시키는 전략으로 미술전시에 일반적인 작품 홍보를 넘어서, 유명 할리우드 배우 이미지를 자신의 이미지로 차용함으로써 ‘스타 아티스트 이미지’를 제조, 그의 명성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었다.

   
▲ (도판4) Jeff Koons, <Made in Heaven Suite Pop Life>, 2009, Tate Modern London
   

▲ (도판5) Jeff Koons, <Lady Gaga Sculptur>, 2013

(좌)레이디 가가 lady Gaga가 자신의 형상을 본뜬 조각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우)레이디 가가와 제프 쿤스가 나란히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http://www.timesofmalta.com/articles/view/20131112/world/Lady-Gaga-s-latest-frock-has-her-airborne.494409

영리한 쿤스는 자신의 작품을 ‘저속하고 세속적이다’라고 폄하하는 일부 비평가들에게 아티스트로서의 자신이 대중과 결코 다르지 않으며 그것을 작품으로 입증하면서 대중에게 보다 더 친밀하게 다가가고자 한다는 포부를 밝히며 결과적으로는 자신이 바라던 ‘대중스타’의 이미지를 한층 더 견고히 다졌다.

   
▲ (도판6) Jeff Koons, Blue Diamond, 2007, displayed outside Chiristie’s in new york

       쿤스의 작품에는 저속하든 음란하든 상관안하는 당당한 자유로움이 있다. 미국의 자본가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메이드 바이 제프 쿤스’의 상품을 억만금을 들여 사들인다. 마치 자유의 상징이자 자본의 메카 아메리카의 ‘유럽콤플렉스 극복기’를 보고 있는 듯하지만 말이다.

혹, 쿤스는 미국 졸부의 감출 수 없는 천박함을 풍자, 그 저변에 깔린 위선을 꼬집는 것일까? 그렇다면 대 반전이겠으나 이 생각에 쿤스가 동의할지는 알 수 없다.

       문명사회란, 인류가 정신적· 지적인 문화 발전을 이룩하였음을 뜻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고도의 문명사회라 불리 우는 오늘날의 사회는 그 주역인 실존재자는 더 이상 없고 환상으로 잉태된 가상의 이미지들만이 먼지처럼 가득한 사막이 되었다. 황량한 사막위에 세워진 화려한 라스베이거스처럼.

과연 우리는 우리가 자라고 바라보는 문화 현상들을 외면하지 않고 편하게 거북스러움 없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가? 혹자는 이미지가 범람하는 시대에 살면서 내가 원하는 이미지로 살아가겠다는데 무슨 문제가 되겠느냐고 날선 비판을 할 수도 있겠다. 하기야 나를 그럴듯하게 포장해야 쓰임 받는 시대에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시키고 더 나아가 ‘나를 브랜드화’ 시키는 것은 시대가 요하는 성공 전략이기도 하다.

그러나 백화점 쇼윈도에 반짝반짝 광을 내며 소비자에게 비싼 값에 팔리기를 바라는 진열 상품처럼 어쩐지 수치스러운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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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효주 기자
motunge@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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