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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이 반한 영화 1[ les films que Canne aime 1] 아델의 삶

권오경 기자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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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권오경] 이 영화에 대해 말하려면 끝이 없을 것 같아 두개의 제목에 대한 말로 시작해서 그것으로 끝내는 편이 나을 것 같다. ‘파란색은 따뜻하다’ 라는 만화를 토대로 만든 영화인 만큼, “가장 따뜻한 색, 블루”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다. 원제는 모두가 알다시피 ‘아델의 삶’이다. 주인공 아델의 삶에 대해 말하기 이전에 소설 “마리안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부터 하고자 한다.
 

영화 초반부에 불문학 수업장면이 나온다. 학생들은 마리보의 소설 ‘마리안의 일생’을 돌아가며 읽는다. 소설은 첫사랑과 만나는 순간에 집중한다. “난 여자고 이건 내 이야기다. 내게 관심을 보인 남자 중 한명이 눈에 띄었다. 그저 쳐다보는데 빠져있었다. 첫사랑은 이처럼 순진하게 시작되나 보다 너무 달콤해서 잘 보일 욕망마저 잊는다. 그 애도 남다른 눈길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다른 사람보다 더 수줍고 사려깊은 눈길이었다. 우리 사이엔 뭔가 엄숙한게 있었다. 다른 남자들은 대놓고 내 매력을 예찬했고 그도 그걸 모르는 건 아니었겠지만. 적어도 내 생각엔 나는 너무 혼란스러워서 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 자신에 대해선 또 어떤지 알 수 없었다. […] 드디어 성당을 떠나면서 나는 천천히 나왔고 걸음을 늦췄던 것 같다. 떠나는 게 아쉬웠다. 가슴 한 구석에 구멍이 뚫리는 것 같았다. 그 자리가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사실 몰랐다고 했지만 알았을 수도 있다. 떠나면서 그를 보느라 뒤돌아 봤으니까. 그래서 뒤돌아보았는지 그때는 몰랐지만.”

그리고 교수는 말한다. 가슴 한 구석에 구멍이 뚫린다는 건 무엇일까.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고 길에서 스칠 때, 우연히 부딪친 사람과 저절로 시선이 오갈 때, 한눈에 반했을 때, 이럴 때 우리의 가슴엔 무언가가 보태질까 아니면 빠질까? 소설 속 마리안과 발빌의 운명적 만남은 영화 속 아델과 엠마가 처음으로 만나는 순간과 닮아있다. 아델은 신호등 건너편의 엠마를 발견하고 혼란스러워 한다. 신호등을 떠나면서 아델은 천천히 걸었고 걸음을 늦췄다. 이내 차들이 경적을 울리고 아델은 그 곳을 떠나는 것이 아쉬웠다. 아델의 가슴 한구석에는 구멍이 뚫렸다. 아델은 그 자리가 무엇인지 몰랐다. 하지만 알았을 수도 있다. 떠나면서 엠마를 보느라 뒤돌아 봤으니까. 그래서 뒤돌아 봤는지 그때는 몰랐지만.

이처럼 마리안과 아델이 첫사랑과 조우하는 대목이 놀랍도록 일치한다. (내용뿐만 아니라 그 내용이 드러나는 묘사가 지극히 사실주의적인 마리안의 일생과 마찬가지로 “아델의 삶”또한 아델의 감정표현에 있어 극 사실주의를 고수한다. 카메라는 아델의 소소한 일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집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버스를 타고 학교를 가는 모습, 다시 돌아와 저녁을 먹는 모습, 잠드는 모습. 말그대로 아델의 삶자체를 따라간다. 3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은 이러한 사실주의를 뒷받침해주는 디테일을 실현시켜주었다. 종종 바지를 추켜세우고, 머리를 풀렀다 묶기를 반복하고, 흘러내리는 모든 그녀의 액체-눈물,콧물,침-를 흐르도록 내버려둔다.) 당시에 아델은 가슴 한 구석에 구멍이 뚫린 것, 자신의 마음 속에서 빠져나간 그 무엇이 무엇인지 몰랐다. 그 때는 몰랐지만 점차 그 구멍이 무엇인지, 무엇이 아델로 하여금 엠마를 바라보도록 했는지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 것이 영화 ‘아델의 삶’이다.

   
▲ 출처: 네이버 영화

이 영화의 또 다른 제목인 “가장 따뜻한 색, 블루”. 블루는 특정인물을 상징한다고 보기 어렵다.

주인공이 아델인 만큼 우리의 시선은 아델에 머물러 있어야 영화의 이해가 쉬우므로 블루자체를 아

델이라고 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블루는 자유(로운 사랑)를 뜻한다. 그

렇기에 아델과 엠마 둘다를 상징한다고 본다. 아델의 블루는 바다의 푸른 색이고, 엠마의 블루는 하

늘의 푸른 색이다. 아델은 엠마의 블루를 동경하며 점점 더 가까이 엠마에게 다가간다.(하늘가까이

다가가는 아델) 엠마또한 아델의 블루를 동경하며 아델에게 가까이 다가간다.(바다 깊숙이 들어가려

는 엠마:이는 노래 i follow deep sea baby뿐만 아니라 물의 유일한 악덕이 중력이라는 점에서 짐작

이 가능하다.) 하지만 하늘과 바다의 지평선이 만날 수 없듯이 이들의 운명은 비극적이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두번째 수업시간. 교수는 말한다. 비극은 영원에 닿아있으며 막을 수 없는 것. 우

리가 어떻게 해도 피할 수 없는 것, 시간을 초월한 것, 인간의 원리나 본질에 관련된 것이라고. 그 비

극의 가운데에 태양이 있다. 엠마가 아델이라는 이름이 가진 의미를 맞출 때 제일 처음으로 내뱉는

단어다. (이는 신화 이카루스를 떠올리면 이해하기가 쉽다. 이카루스의 아버지 다이달로스는 미노스

왕 때문에 크레타 섬에서 떠날 수 없었다. 다이달로스는 크레타를 탈출하기로 결심하고, 새의 날개

에서 깃털을 모아 실로 엮고 밀랍을 발라 날개를 만들었다. 다이달로스는 아들 이카로스에게도 날개

를 달아 주며 비행연습을 시키고 함께 탈출할 계획을 세웠다. 그는 아들에게 “너무 높이 날면 태양의

열에 의해 밀랍이 녹으니 너무 높이 날지 말고 너무 낮게 날면 바다의 물기에 의해 날개가 무거워지

니 항상 하늘과 바다의 중간으로만 날아라” 라고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탈출하는 날, 날개를 단 다

이달로스와 이카로스는 하늘로 날아올랐는데, 이카로스는 자유롭게 날게 되자 너무 높게 날고 말았

다. 그러자 태양의 뜨거운 열에 의해 깃털을 붙였던 밀랍이 녹게 되었고, 이카로스는 날개를 잃고 바

다에 떨어져 죽고 말았다.)

   
출처: 네이버 영화

엠마를 향한 아델의 사랑은 바로 이 태양으로 인해 드러난다. 태양이 지면서 하늘의 푸른색은 붉은

빛으로 변한다. 하지만 바다의 푸른색은 변하지 않는다. 현재의 엠마는 빨강이고 과거의 엠마는 파

랑이다. 아델과 함께하던 과거는 찬란했고 순수했으며 자유로웠다. 리즈와 함께하는 지금의 엠마는

어딘가 찬란하다기 보다 차분하고 순수하다기 보다 성숙해있으며 자유롭다기보다 안정적이다. 반면

아델의 눈동자는 여전히 방황하며, 손톱에 칠해놓은 빨간 매니큐어마저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다. 아

직 아델의 성숙은 진행중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빨강이 성숙을 나타냄을 알 수 있다. 혹자는 레드

가 엠마의 색이고 블루가 아델의 색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아래의 장면들을 보면 레드는 그저 등장

인물의 성숙을 나타내는 장치로 보인다.

   
▲ 출처: 네이버 영화

 

1.아델 자신이 레즈비언임을 인정하고 한단계 “성숙’해진 날 아델은 빨간 옷을 입는다.

2.엠마의 전시회를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아델 손톱은 빨간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다. 이 전시회 이후

또 다시 아델은 외로움과 일탈을 겪으며 성숙하게 된다.

3.붉은 색 수영복을 입은 아델은 바다와 하나인 듯 누워있다. (수업시간에 나온 더이상 작기를 거부

한 채 유년기, 무력함을 벗어나 성숙한 단계로 접어들어 ‘곧 목숨을 잃는 날’에 해당한다.)

4.빨간색으로 발톱을 칠하고 전시회장에 가는 아델의 모습. 엠마와의 이별로 한층 성숙했음을.-완벽

하지는 않았지만- 나타낸다.

아델의 성장과정을 그린 “아델의 삶”을 보고 나면 앞으로 아델이 겪을 성장과정과 그녀만의 대처방

법, 그 때의 표정과 숨소리가 궁금해지는 반면, 순수하면서도 자유에 밀려 떠다니던 첫사랑을 그린

“가장 따뜻한 색, 블루”를 보고 나면 푸른 하늘아래, 태양으로 바다가 환히 빛나던 그 순간에 대한 그

리움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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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경 기자
okyung1205@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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