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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감정에 대한 지독한 결핍은 있다

민선영 기자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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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비밀스러운 것들> 포스터

[디아티스트=민선영] 대부분의 사건 추적 스릴러는 결말의 범인을 알기 위해 모든 스토리가 진행된다. 그 동안의 영화 속에서는 범행의 과정이 주는 잔인함, 범인의 극악무도함이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주어왔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절대 고리타분하게 살인자를 찾아가는 방법을 택하지 않았다. 이 영화에서 일어난 사건에는 여러 사람의 ‘심리’가 응집되어있다. 그리고 이 묘한 심리는 결코 보통 사람들이 가진 것들과 그리 이질적이지 않다. 고작 11살의 로니, 앨리스 두 여자아이들이 일으킨 유아 살인사건과 7년 후 또다시 발생한 영아 납치 사건. 영화는 이 두 사건의 연결고리를 찾아가면서부터 시작된다. 평범할 수 있었던 소녀들이 비극을 몰고 올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에 대한 영화, ‘모든 비밀스러운 것들’이다.

   
▲ <모든 비밀스러운 것들> 스틸컷

 7년 전, 최초의 흑인 판사 손녀가 납치되고 아기는 죽은 채 부모에게 돌아왔다. 현장에 있던 로니와 앨리스의 흔적으로 두 소녀는 유아 살인 혐의로 수감된다. 그리고 7년 후, 두 소녀는 다시 그 장소에서 살아간다. 과거를 숨긴 채로 베이글 집에 취직한 로니, 뚱뚱하고 전과까지 있는 자신을 비관하며 매일 걷기만 하는 앨리스.

 그러다 가구점에서 한 어린 소녀 ‘브리트니’의 행방이 묘연해진다. 결국 18살이 된 두 소녀가 다시 용의선상에 오른다.

   
▲ <모든 비밀스러운 것들> 스틸컷

 7년 전 로니와 앨리스를 체포했던 여형사는 두 주인공들을 다시 심문하게 되면서 관객에게 필요한 객관적인 정보들을 제공해준다. 사라진 영아 ‘브리트니’를 찾기 위해서는 7년 전의 사건이 필요하다. 여형사는 두 주인공들 사이 어느 쪽에도 치우쳐 있지 않으면서 7년 전 어린 소녀들이었던 그들을 재생시킨다. 따라서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여형사와 같은 선상에서 사건을 되짚으며 따라갈 수 있게 된다.

   
▲ <모든 비밀스러운 것들> 스틸컷

1. 아이의 엄마는 아이를 사랑하지 않았으니까요. 로니의 ‘이야기’

로니는 비교적 담백하게 7년 전 사건을 진술한다. 로니와 앨리스는 수영장에서 열린 친구의 생일파티를 다녀오는 길에 대문 밖에서 유모차에 태워진 채 홀로 있는 아기를 발견한다. 로니는 아기의 집을 세 번 두드린다. 그러나 별 반응이 없자 로니는 아기를 보며 결심했다. “아이의 엄마는 아이를 사랑하지 않아. 그러나 나는 이 아이를 사랑해.” 그것이 아기를 데려간 단 하나의 이유였다. 그러나 아기를 돌볼 곳은 버려진 땅이 전부였고, 먹일 것조차 마땅치 않았다. 자신이 집에서 가져올 수 있었던 유일한 먹을거리는 아빠 차를 채운 푸딩이었고, 이상하게 그걸 먹은 아기는 그날 이후 아팠다. 로니는 아픈 아기를 돌려줄 수 없었다. 자신의 옆에 앨리스가 있었기 때문에.

   
▲ <모든 비밀스러운 것들> 스틸컷

2. 모든 일은 로니 때문이에요. 앨리스의 ‘이야기’

브리트니가 사라진 것 역시도 로니의 짓이다. 앨리스는 7년 전의 사건, 지금의 사건 모두에 자신은 피해자일 뿐이라 주장한다. 뚱뚱하고 못생긴 자신을 향한 잘못된 편견이 억울하다. 로니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을 막아왔다. 친구의 생일파티에서도 괜한 일을 만들어 자신까지 쫓겨나게 만들었다. 아이가 죽은 현장에는 자신의 장난감을 갖다 놓아 같이 범죄자로 만들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싫은 건,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엄마와 자신보다 더한 교감을 하는 듯한 로니의 가증스러움 때문이다.

   
▲ <모든 비밀스러운 것들> 스틸컷

3. 모성(母性)의 부재 혹은 과다

이 영화에는 극도로 대비되는 두 소녀의 엄마들을 보는 재미가 더해졌다. 시종일관 딸의 일에 무관심한 로니의 엄마, 아이의 개성을 중요시여기면서 사랑하는 앨리스의 엄마의 모습이 대조를 이룬다. 극명히 이 차이가 드러나는 장면은 형사들이 다시 두 소녀를 방문했을 때이다. 로니의 부모님은 형사의 방문에도 초연한 태도를 유지한다. 무슨 일 때문에 딸을 찾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해 하지 않는다. 반면, 앨리스의 엄마는 자신의 딸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서에서 딸을 데리고 나오고 범행 시간의 딸의 알리바이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 대조적 모정이 이 두 소녀들의 삶에 어떻게 스며들어있는지를 중점으로 영화를 관람하면 얽힌 주인공들의 관계에서 오는 집약된 감정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모두는 결핍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러나 사랑의 결핍은 누구나에게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일 것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의 심리에는 그 결핍에 대한 진한 애잔함이 묻어나 있다. 그 감정을 따르다 보면 우리 모두 비슷한 씁쓸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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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영 기자
charm77@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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