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티스트매거진=김여은]‘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 아무리 중세유럽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적어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그리고 보았을 영화, 오만과 편견이다. 나는 오만과 편견의 열렬한 팬이다. 이 영화를 본 횟수만 10번을 넘고, 이제는 주인공들과 입을 맞춰 대사를 중얼거릴 정도다. 그렇다고 내가 중세유럽풍을 특별히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다른 멜로 영화와 다른 점이 있다. “오만과 편견”은 그 흔한 키스신 하나 없음에도 굉장히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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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만과 편견 : 네이버 영화 스틸컷 | ||
이 영화는 굉장히 섬세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하다. 만약 당신이 거대하고 왁자지껄한 영화를 좋아한다면 이 영화가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오만과 편견”은 섬세함 하나만으로도 당신이 좀 더 작은 것들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그냥 한 번 보면 단순히 조용한 면만 알아챌 수 있겠지만, 두 번 세 번 볼수록 내가 놓쳤던 것들이 보인다. 파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엘리자베스가 마차를 탈 때 손을 건네준 다아시가 그녀와 닿은 손을 움찔하는 장면은 그 둘 사이의 관계가 단순한 아는 사람에서 연인으로 가게 된다는 것을 암시한다. 폭풍우가 몰아치고 다아시가 엘리자베스에게 청혼할 때 서로의 오해를 빠르고 따지듯 얘기하는 장면은 더욱 매력적이다. 대화 내용은 서로를 질타하지만, 서로의 눈은 상대의 입술을 바라보고 있다. 그때의 시선 처리, 입술, 숨소리는 너무나도 작고 어찌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있지만 그만큼 영화에 몰입도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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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만과 편견 : 네이버 영화 스틸컷 | ||
마음이 심란할 때 가장 먼저 보고 싶은 영화가 “오만과 편견”이다. 잔잔하면서도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듯한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내가 무슨 고민에 빠져있었는지 잊게 된다. 물론 이 영화의 시대상은 지금 우리와는 너무나도 맞지 않지만, 그렇다고 틀린 것은 아니다. 그냥 그 영화의 배경은 그때였고 그런 방식으로 달랐을 뿐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그렇게 깊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냥 보면 된다.
“오만과 편견”을 보고 나면 제인 오스틴이라는 작가에 대해 궁금한 점이 생긴다. 제인 오스틴은 여자가 직업을 가지기 힘들었던, 가져도 홀대 받았던 그 “오만과 편견”의 배경에서 살았던 유명 여류 작가다. 이 작가의 삶으로 영화를 만든 것이 “비커밍 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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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커밍 제인 : 네이버 영화 스틸컷 | ||
이때 당시의 여자들은 재산을 물려받을 수 없었다. 따라서 부모님이 선택해준 그리고 기왕이면 돈이 많은 남자에게 시집가는 것이 인생 전부였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도 있었지만, 그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 “오만과 편견”의 엘리자베스는 자신이 사랑하는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해서 행복하고 부유하게 잘살았다. 하지만 제인 오스틴은 그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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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커밍 제인 : 네이버 영화 스틸컷 | ||
영화 “비커밍 제인”을 보고 있으면 어떻게 “오만과 편견”이 만들어졌는지, 왜 그런 이야기가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다.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지만, 주변 상황과 가족들의 가난으로 결혼하지 못한 제인. 그녀는 자기 연인과 도망치려 했지만, 그가 도망을 치면 그가 부양하던 가족들이 가난에 허덕일 거라는 사실을 알고 그를 보내준다. 그녀는 사랑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그녀의 소망을, 이루지 못한 사랑을 책으로 만들었다. 그 책이 “오만과 편견”이다. 실제로 제인과 그녀의 언니 둘 다 사랑을 이루지 못했다. “오만과 편견”에서 주인공 엘리자베스의 언니도 엘리자베스와 마찬가지로 그녀가 사랑하는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한다.
왜 “오만과 편견”이 유명해졌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그때 당시 여자들의 소망을 녹인 책이 오만과 편견이다. 물론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만, 그렇다고 크게 다르지는 않다. 사랑하는 사람과 돈 걱정 없이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을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냥 모든 것을 다 떠나서라도, 이 영화는 아름답다. 그리고 서로 밀접하게 연결이 되어있다. 하지만 만약 두 영화 중 무엇을 먼저 볼지 고민이라면 나는 “비커밍 제인”을 먼저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그래야 새드엔딩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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