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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나면 동물원의 동물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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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이해나] 2000년에 개봉한 영화 <쥬키퍼(The Zookeeper)>는 뜻 그대로 동물원 사육사를 주인공으로 한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좋은 영화인지라 살짝 소개해보려 한다. 전쟁이 일어나 어수선한 나라, 그 와중에 아무도 찾지 않아 쓸쓸한 동물원. 사람들은 떠나갔지만 여전히 철창에 갇힌 채 남겨진 동물들. 그리고 그들의 곁에 남은 사육사가 있다.
 
 
 

   
▲ ⓒ 영화 <쥬키퍼> 포스터

 
 

영화 <쥬키퍼>는 전쟁을 배경으로 한다. 중후한 지성미의 중년 배우 샘 닐이 주연으로 나오며, 촬영 로케이션은 체코에서 이뤄졌다. 유고 내전 당시 쿠웨이트의 동물원 상황을 중점적으로 삼았다.
 

 

   
▲ ⓒ 영화 <쥬키퍼> 스틸컷

전쟁이 일어나면, 사람들은 보통 피난을 떠난다. 죽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혹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데 그건 신념을 위한 본인의 선택일 수 있거나, 딱히 갈 곳이 없어서 이기도 하다. 영화 속 주인공, 루드비히는 후자에 속한다. 그는 전쟁이 일어나도 딱히 갈 곳이 없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딸이 ‘엄마도 이제 용서했다, 아빠가 날 보러 파리에 와줬으면 좋겠다’는 편지를 보내왔지만, 가족에 얽힌 자세한 상황 설명도 없이 루드비히는 그렇게, 전쟁통에도 본인이 일하는 동물원에 남았다.
 
 
 

   
▲ ⓒ 영화 <쥬키퍼> 스틸컷

혼자 남은 커다란 동물원. 하루에도 몇 번씩 총알이 오고 가고, 폭탄이 터지고, 유리 파편이 날라다닌다. 게다가 영화 속 계절은 겨울이라 홀로 남은 동물원의 겨울은 쓸쓸함이 극대화된다. 하루는 폭탄이 터지는 소리에 놀란 호랑이가 쇼크로 죽었다. 눈을 뜬 채 죽은 호랑이를 불에 태우는 모습은 전쟁의 비정함과 황폐함을 영화 초반부터 보여준다.

루드비히는 대놓고 동물을 아끼는 표현을 하지 않는다. 무뚝뚝하게 사료만 때맞춰 줄 뿐이다. 다만 쉴 새 없이 터지는 총과 폭탄 소리에 행여나 동물들이 놀라지나 않을까 시도 때도 없이 동물원을 홀로 순찰 돌며 살펴볼 뿐이다. 

   
▲ ⓒ 영화 <쥬키퍼> 스틸컷

조용히 풀을 뜯어 먹다가 폭탄 터지는 소리에 놀라 끙끙거리는 곰, 새끼를 임신한 무거운 몸으로 주위 상황을 살피며 동굴을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는 늑대, 사람과 가장 비슷한 몸짓으로 공허하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동물원을 둘러보는 원숭이, 아무도 반박할 수 없는 맹수 중의 일인자지만, 인간의 전쟁 앞에서는 맹수의 포효함도 부질 없는 호랑이. 
 
실제로 전쟁이 나면 동물원의 동물들은 이런 모습일까, 하는 생각이 사실적으로 다가왔다. 전쟁이 나면 다 도망가기 바쁜데, 그 와중에 동물들을 신경 쓸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쇠창살 우리에 갇혀 도망갈 수도, 그렇다고 딱히 갈 곳도 없는 동물들의 신세가 동물원 사육사 루드비히과 똑닮아 눈물겨웠다.
  

   
▲ ⓒ 영화 <쥬키퍼> 스틸컷

전쟁은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원숭이들이 있는 건물에 폭탄이 터지고 원숭이들은 불에 타 죽게 된다. 어떻게든 원숭이를 구하려고 불 속에 뛰어든 루드비히도 결국 속수무책으로 불 타는 건물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낙타와 얼룩말들도 그저 건물 밖 멀리서 안타까움에 발을 구르며 바라본다. 
 
부족한 식량 탓에 동물들에게 사료도 조금씩 줄 수 밖에 없다. 그러자 덩치 큰 동물들부터 크게 타격을 입게 된다. 등에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말라가던 코끼리는 굶어 죽는다. 정말 담담하고, 쓸쓸하고, 비정하고, 황폐한 영화 <쥬키퍼(The Zookeeper)>. 실감나는 전쟁통 상황과 그 속에서 어쩔 줄 모르고 우왕좌왕하는 동물들의 모습이 꼭 다큐멘터리를 보는 기분이다. 
 
인상 깊은 장면이 여럿 있는데, 그 중에서도 우리에서 함께 생활하던 코끼리가 죽어가자, 살아있는 코끼리가 긴 코로 툭툭 치며 건드리고, 죽어가는 코끼리도 코를 이용해서 남겨진 자를 애써 위로하는 듯한 몸짓을 보이던 장면. 그들만의 언어로 대화를 하는 듯한 애잔한 모습에서 동물도 사람과 별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느꼈다.
 
 
 

   
▲ ⓒ 영화 <쥬키퍼> 스틸컷

 
 
인간이 만들어 낸 극한 상황 속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눈치만 보다가 쓸쓸히 죽어가는 동물들. 인간이 조성해 놓은 인위적인 환경에 갇힌 채, 고래 등에 새우등 터지는 신세가 따로 없었다. 전쟁의 비극은 인간에게 뿐만 아니라 동물에게도 고역이고 고통이라는 점은 같다. 더군다나, 아직 전쟁의 가능성이 남아있는 우리나라는 그래서 더 더욱 평화가 유지되어야 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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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나
haena2008@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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