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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으로 향해가는 꼬마들의 여정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신동혁 기자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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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포스터

 

[디아티스트매거진=신동혁]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2, 고레에다 히로카즈)

초등학교 6학년 코이치가 바라보는 세상은 언제나 이해하기 힘들다. 등굣길에 화산재가 가방에 소복이 쌓이는 이런 동네에 사는 사람들도 이해할 수 없고, 걸어 올라오기에 숨이 차는 언덕에 세워진 학교도 이해할 수 없다. 그 중에서도 특히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건, 부모의 이혼으로 떨어져 살아야만 하는 가족의 모습이다. 이런 의문투성이 세상을 살아가는 소년의 표정은 그래서인지 늘 고요하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이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에서도 이런 미래에 대한 어린 아이들의 기대가 불쑥 튀어나온다. 어디서 들었는지 ‘상하행선의 신칸센이 교차하는 걸 보면 기적이 일어난다’는 기막힌 전설은 영화 속 소년, 소녀들에게 자신이 품고 있는 소원에 대한 담담한 고백을 강요한다. ‘이치로 같은 야구선수가 될 거야’ ‘도서관 사서 선생님과 결혼할거야’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 ‘여배우가 되고 싶어’…… 이런 식의 소원은 어른의 시선에서 바라볼 때 황당하고 귀엽기만 하지만, 어린 아이들에게 이런 바람에 대한 고백은 가득한 간절함의 발로였다. 따라서 그들은 기적을 찾아 엉뚱한 여행을 계획하기 시작한다.세상을 조금씩 배워나가고, 알아가는 어린 아이들은 언제나 미래에 대한 기대를 품고 있다. 그래서 그들이 품고 있는 여러 전설과 기적은 미래를 향한다.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주러 올 것이란 기대는 언제나 오지 않은 올해의 크리스마스를 향하고, ‘빠진 이를 지붕 높이 던져 놓는 것’은 아직 자라지 않고 숨어있는 하얀 이에 대한 기대를 향하는 것처럼 말이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그러나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신경 쓰이는 부분은 존재한다. 소원을 말하는 아이들의 간절함이 모두 미래를 향하고 있는 사실과는 상반되게도, 주인공 ‘코이치’의 소원은 자신의 외부와 현재를 향한다. ‘우리 가족이 다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 이것은 지금 현재 떨어져 있는 가족에 대한 아쉬움과 원망이다. 그리고 이내 엉뚱하게도 이 간절함은 ‘지금 이 동네에 화산이 폭발했으면 좋겠다’는 소원으로 전이 된다. 이 과정에 대한 코이치의 논리는 생각보다 정연하다. ‘화산이 폭발해서 더 이상 이 동네에 못 살게 되면 아빠랑 같이 살 수 있을 것’. 그렇게 귀엽고 훈훈했던 코이치의 소원은 무시무시하고 이기적이며 파괴적인 형태로 변해버렸다. 이 모습은 왠지 언젠가부터 내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타인을 밟고 서는 이기적인 경쟁구조에 매몰된 ‘우리’의 모습과도 오버랩 되는 듯하다.

이러한 아이들이 품은 소원의 방향성에 대한 차이는 자신이 대면한 현실에서의 소원 성취를 위한 행동에서 드러난다. 아이들은 모두 스스로의 소망과 기적을 이루기 위하여 노력한다. 꿈의 방향에 맞게 그림 그리기를 연습하거나, 야구 스윙을 연습하기도 하며, 좋아하는 선생님의 자전거 벨을 훔치기도 한다. 모두 그렇게 제각기의 소원을 위해 조금씩 연습을 시도하며 성취를 향한 걸음을 하지만 ‘코이치’만은 다르다. 그는 자신의 노력으로 성취할 수 없는 소원에 대해서 오로지 오지 않는 기차를 기다리며 기적을 바랄 수밖에는 없었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이 영화의 감독인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한 인터뷰에서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이 “기적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기적이 없음을 깨닫고 돌아오면서 일상이 기적임을 깨닫는 과정”을 그렸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말처럼 영화 속에서는 기적을 찾아 떠나려 준비하거나, 찾아 가는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조금씩의 기적을 선사한다.

코이치와 친구들이 이 엉뚱한 여행의 경비를 구하기 위해 자판기를 뒤지고, 장난감을 팔아서 약 20000엔(2015년 8월 13일 기준 18만 8896원) 넘는 돈을 다 구하는 기적을 발휘하고, 여행 가운데에 처음 보는 할머니네 집에서 밥을 얻어먹고 숙소까지 제공 받는 기적이 일어난다. 사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현실에선 실제로 일어나기 힘든 일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들이 품은 열심과 간절함의 기막힌 화학작용에 드러난 이와 같은 기적은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지켜주고픈 현실의 시선인 듯 작용한다.

그리고 이윽고 도착한 ‘상하행선 신칸센 교차지점’. 7명의 아이들은 각자의 소망이 담긴 깃발을 들고서 언덕 위를 오른다. 시속 260km의 고속 기차가 스쳐가는 아주 찰나의 순간. 아주 멀리까지 닿을 만큼 큰 소리로 소원을 외치는 아이들의 모습 뒤로, 그 동안 그들이 그렸던 작은 기적을 향한 행로들과 쓸모 없어보였던 일상적인 것들이 차례로 나열된다. 이 시퀀스는 ‘기적이 뭐 중요한가?’ 라는 영화적인 메시지처럼 보인다. 그리고 기차가 스쳐간 뒤 아이들에게 남은 건 기적을 향한 기대감과 찰나의 순간에 대한 실망감이었다. 그렇게 기적은 올지 안 올지 모르겠는 아쉬움과 기대만 남겨놓는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하지만 할아버지가 만든 카루칸 떡을 나눠먹는 코이치와 류노스케 형제의 모습에서 우리는 간절함이 가져온 일말의 기적을 경험할 수 있다. 서로 키를 재보려 등을 맞대고 있는 형제는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본다. 그 시선은 마치 완전한 수평을 이루고 있는 두 직선처럼 만나지 못하는 것만 같다. 그러나 그들의 등을 따스히 데우는 서로의 체온은 서로를 느끼게 하고, 인지하게 만든다. 시선이 통하지는 않지만 서로를 느끼는 이 기적이야말로 진정한 기적이지 않을까? 이 기적은 현실의 상황과 반대되는 목표에 의지를 품은 이들이 스스로에게 내린 시혜와 같다. 그리고 그 시혜는 언제나 강렬한 의지로부터 시작한다.

엔딩 씬에서 코이치는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고는 나지막이 외친다. “오늘은 화산재가 쌓이지 않겠군.” 단지 객관적인 예상에 불과한 이 말이 왠지 12살 꼬맹이가 나이에 맞지 않게 가진 많은 인생의 더께를 거부한단 반발의 의지로 들리는 건 왜일까.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에서는 계속 열심과 간절함이 불러오는 기적을 환기했다. 실제로 죽은 개가 살아난다거나 갑자기 그림이 잘 그려지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간절한 의지는 언제나 우리에게 기적의 희망을 가져온다. 그러므로 코이치가 품고 있는 이 의지는 그의 앞길에 펼쳐질 밝은 미래에 대한 기적을 불러올 것만 같아 보인다. 바라기는 이 소년의 앞에 쌓여있는 먼지도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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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혁 기자
ziziyazizi@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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