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디아티스트매거진] 벤과 세냐는 모리셔스에서의 마지막 휴가를 보내러 남부의 플릭 앤 플락으로 떠났고 곧이어 게스트로 왔던 남아공 커플도 집을 떠났다. 그래도 적막하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 이 동네에는 온갖 가축이 거리를 활보하고 밤낮없이 울어대기 때문에 조용할 틈은 거의 없다. 내가 이 집에 처음 오던 날 벤은 내게 이어플러그를 주면서 “이게 필요할 거야.”라고 나지막이 말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4시부터 울어대는 닭들의 ‘꼬끼오’하는 소리에 나는 귀를 틀어막을 수밖에 없었다. 남아공에서 온 커플도 예외는 아니었고, 그들 또한 사려 깊은 벤이 준비해 놓은 이어플러그로 귀를 막을 수밖에 없었다.
![]() |
||
저녁이 되면 개들이 짖기 시작하는데 마치 하루를 어떻게 지냈냐고 묻듯이 개 짖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온 동네에 울려 퍼진다. 벤 자신도 그 소리들에 익숙해지는데 꽤 오래 걸렸다고. 하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라고 생각했다. 아침저녁으로 어디선가 울려 퍼지는 뜻 모를 기도 소리, 어떤 언어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 옆집의 이야기 소리, 온갖 종류의 가축들의 소리들. 여기에는 내가 모두 알아들을 수 없는 것들 뿐 이지만 그것들을 알지 못하는 것이 꽤 유쾌하다. 언제나 나는 집요하게 무언가를 번역하고, 해석하고, 끈질기게 추적하려고만 하지 않았던가. 작업을 해 오는 데 있어서도, 삶을 살아내면서도. 거대한 빙산에서 똑 떨어져 나온 작은 유빙처럼 나는 이 작은 섬에서 표류하며 내 일부들을 조금씩 녹여내고 있다.
![]() |
||
| ▲ 도도새 드로잉, 종이에 수채, 2015, 김선우 | ||
<여담 : 모리셔스 버스에 대한 이야기>
모리셔스 버스에는 옛날 우리나라 버스 안내양처럼 차장이 따로 존재한다. 버스의 문이 자동문이 아니기 때문에 버스가 서면 차장이 손수 문을 열어주고, 사람들에게 목적지를 물어본 다음 그에 합당한 요금을 각각 받는다. 물론 누가 돈을 냈는지 내지 않았는지 정확히 기억한다. 또 재미있는 점은 버스 노선 창설(?)을 개인이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음 이 길목을 다니면 수지가 맞겠군.’하고 생각하면 직접 버스 노선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모리셔스에는 버스가 가지 않는 곳이 없다고. 시골 벽촌일 지라도 어디든 간다. 대신 버스가 언제든지 길바닥 위에서 퍼질 가능성은 있다. 언제 만들어 진 것인지 짐작 하기 힘든 버스들이 힘겹게 탈탈 거리며 도로 위에서 느릿느릿 움직이는 모습은 무척 흔한 풍경이다. 버스기사가 꿈인 이들이여, 모리셔스로 오라.
![]() |
||
*본 여행은 일현 미술관 주관 ‘일현 트래블 그랜트’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