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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계 어벤져스 총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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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jes Culture

[디아티스트매거진=문설연] 홍광호 김준수 정선아 박혜나 강홍석. 뮤지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캐스팅보드에 주르륵 써진 다섯 배우들의 이름을 보는 것만으로도 일종의 위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뛰어난 가창력과 연기력을 겸비해 요즈음 한국 뮤지컬계에서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배우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을 하나의 극에서 각자 다른 역할로 마주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티켓파워에 따른 흥행 수익을 고려할 때, 최대한의 회차에서 많은 관객을 불러모으기 위해 두세 명의 유명 배우를 하나의 캐릭터로 캐스팅하는 일(더블캐스팅, 트리플캐스팅)이 흔하기 때문이다. 뮤지컬 <데스노트>는 한 달 반이라는 공연에 오직 다섯 명의 주연 배우들만을 기용하는 원캐스트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 결과 회차별 티켓파워와 공연 퀄리티 모두의 편차가 0에 가까워졌다. 괜히 이들을 두고 ‘뮤지컬계의 어벤져스’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다.
 

뮤지컬 <데스노트>의 독특한 점은 노래의 가사가 이야기 전개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뮤지컬에서 노래는 인물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데스노트>에서는 이를 넘어서서, 가사가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고 복선의 기능을 수행한다. 대사가 많은 편이기에 넘버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점은 아쉽지만, 각각의 곡은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며 극을 이끌어간다. 선율과 리듬 등 음악적 요소에 푹 빠지는 것도 좋은 감상 방법임에 틀림없지만, 뮤지컬 <데스노트>를 관람할 때는 가사에 귀를 기울여 보자. 극의 묘미를 한층 더 깊게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 홍광호(라이토 역)와 강홍석(류크 역) ⓒ Cjes Culture

라이토는 전교 1등만 하는 우등생이지만 어딘지 빈틀린 정의관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1막의 첫 번째 넘버에서부터 잘 드러난다. 바로 선생님의 가르침에 대항해 ‘법과 정의는 서로를 억압한다.’고 말하는 부분이다. 이 장면에서는 수업 중간에 교사와 배치되는 의견을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통해 라이토가 자신감과 확고한 신념을 소유한 인물임을 알려주기도 한다. 그 결과 관객들은 이후 데스노트를 주운 라이토가 노트에 범죄자들의 이름을 적는 데 많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또한 사신 렘이 부르는 넘버의 가사를 잘 들어보면 그녀의 운명을 짐작해볼 수 있다.
 

뮤지컬 <데스노트>가 막을 올리기 전, 배우들 외의 또 다른 관심사는 ‘대사가 많기로 악명이 높은 원작 만화를 시공간적 제약이 있는 뮤지컬로 효과적으로 재탄생시킬 수 있을지’ 여부였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뮤지컬 <데스노트>는 2시간 30분 안에 원작의 본질을 살리면서도 스토리를 압축하는 데 성공했다. 만화 중 가장 흥미진진한 부분인 라이토와 엘의 대립 부분까지를 소재로 선택한 것이 바로 성공의 키 포인트다. 각색의 결과 원작과 다른 결말을 가지게 되었지만 여전히 인간의 삶과 정의, 허무에 대해 생각해볼 충분한 여지를 제공한다.

   
▲ 김준수(L 역) ⓒ Cjes Culture

하지만 아쉽게도 스토리를 구성하는 각 사건들의 비중을 알맞게 분배하지는 못했다. 어떻게 보면 강박적일 정도로 다섯 캐릭터의 등장 시간을 동등하게 나누려고 시도한 것처럼 보인다. 데스노트의 소유자인 라이토와 그를 잡으려는 천재 탐정 엘의 싸움이 가장 큰 줄기임에도 불구하고, 엘은 라이토를 동경하는 소녀 미사와 비슷한 분량으로 등장한다. 2막 처음에 오직 미사와 그녀를 지켜주는 사신 렘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는 10분이 넘는 시간은 극 전체에서 가장 늘어지는 부분이다. 어떤 인물에 대해서는 성장 배경과 심리까지 구구절절하게 설명해주면서 어떤 인물은 거의 방치해두는데, 후자의 경우 캐릭터의 설득력은 온전히 배우의 역량에 의존하게 된다. 2015년 한국 초연 <데스노트>의 배우들은 이러한 연출의 허점을 치밀한 해석에 기초한 연기로 극복했지만, 재연이 상연되고 캐스트가 바뀌어도 성공적인 평가를 듣기 위해서는 캐릭터들에게 매력을 살릴 수 있는 무기를 장착해 주어야 할 것이다.

   
▲ 정선아(미사 역)와 박혜나(렘 역) ⓒ Cjes Culture

캐스팅이 발표된 후 한껏 화제를 불러모았던 뮤지컬 <데스노트>도 어느덧 끝을 향해 달려나가고 있다. 일주일에 일곱 번, 거의 두 달 동안 공연을 이어오는 내내 흔한 음이탈도 거의 없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한 다섯 배우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다소 난해한 박자와 널뛰는 음역대를 가져 난이도가 극강인 넘버들을 편해 보일 정도로 완벽하게 소화한다. 홍광호와 김준수의 극장을 가득 채우는 성량, 정선아의 끝없는 고음, 평소 고음역대를 맡는 박혜나의 저음, 그리고 강홍석의 재기발랄한 긁는 목소리는 모두의 귀를 사로잡는다. 극 자체에는 드문드문 보완해야 할 점이 보이지만, 각자의 최전성기에 있는 배우들이 한 무대에서 만들어내는 시청각적 하모니를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관람 의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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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설연
philosmoon@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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