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티스트매거진=김여은]
“My life, like all lives, mysterious, irrevocable, and sacred.
So very close, so very present, so very belonging to me.
How wild it was… to let it be.”
‘내 삶은, 다른 삶과 같이, 별나고, 바꿀 수 없고, 신성해.
지금 정말로 가깝고, 현실적이고, 나에게 속해있어.
내버려 두기에 얼마나 거칠었으면……”
영화 [와일드]의 마지막 대사이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셰릴 스트레이트(리즈 위더스푼)는 PCT(Pacific Crest Trail)를 횡단하면서 가는 곳곳에 있는 체크 포인트의 기록 노트에 위인들의 명언과 함께 자신의 이름을 쓴다. 셰릴이 마지막으로 내뱉는 대사는 그녀 자신만의 문장으로 느껴져 더 마음속 깊게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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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일드 : 네이버 영화 스틸컷 | ||
어린 시절 가정폭력과 부모님의 이혼을 겪은 셰릴은 엄마의 극진한 사랑과 보살핌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중 엄마는 갑작스러운 병을 얻어 죽게 되고, 셰릴은 삶의 기둥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느낌을 받으며 주체할 수 없이 망가져버린 삶을 살게 된다. 자신의 몸을 너무나도 험하게 다루던 셰릴은 결국 7년 동안의 결혼생활마저 이혼으로 마무리를 짓고 원하지 않은 임신과 유산까지 겪는다. 이혼하면서 셰릴은 자신의 성을 “스트레이트(Strayed): 길을 잃은” 이라고 짓는다. 너무나 망가져버린 자신을 용서하기 위해, 사랑하는 엄마가 자랑스러워 했던 딸로 돌아가기 위한 여정으로 셰릴은 남자들도 하기 어려운 PCT를 횡단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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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일드 : 네이버 영화 스틸컷 | ||
요즘 나에게는 무슨 복잡한 일들이 많았는지 (사실 대부분은 별일이 아니다. 단지 내가 더 크고 복잡하게 만들었을 뿐)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릿속에서 하도 시끄럽게 떠들어 대서 포털 검색 창에 템플 스테이까지 입력해본 상태였다. 개인적으로 도시를 매우 좋아하는 내가 절에라도 며칠 들어가 있으면 잡다한 생각이 맑은 공기와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사소한 일들도 다 심각하게 다가오고, 더 나아가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건지 누군가가 명확하게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예전에 작성해뒀던 영화 목록에서 [와일드]를 보았다. 보자마자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나의 문제가 해결은 되지 않더라도 생각이 조금은 잠잠해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내 문제는 잠잠해지면서도 차분하게 생각할 수 있게 길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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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일드 : 네이버 영화 스틸컷 | ||
이 여행이 끝나고 나면 통장 잔액이 거의 바닥이 나는 셰릴, 돌아갈 안정적인 집도 없고, 하나뿐인 남동생과는 PCT에 오른 덕분에 더는 연락이 잘 되지도 않는다. 만약 내가 이런 상황이었다면 너무나도 불안했을 것이다. 아마 셰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누군들 이 상황에서 태연하게 괜찮다고, 잘 될 거라고, 자기 자신에게 말할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에 셰릴은 스스로 잘 될 거라고 하지 않았다. 할 수 있을 거라고만 했다. 그리고 온갖 추위와 굶주림, 배고픔, 낯선 이와 야생동물의 위협까지도 버텨냈다. 눈이 너무나 많이 와서 다른 PCT횡단자들도 피해가는 그 길을 셰릴은 꿋꿋이 걸어서 통과했다.
나는 내가 힘들어 할 때, 고민이 되고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타인의 무책임한 응원을 듣고 싶은 게 아니었다. 내 상황에 있지 않은 나머지 사람들은 현재 내가 처한 상황과 나의 두려움, 절망감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그들 방식의 위로는 나에겐 부담과 짐이 되었을 뿐이었다. 전혀 고맙지 않았다. 나는 단지 지켜봐 주고 내가 어떤 힘든 여정이든 버티는 동안 옆에서 손을 잡아주는 것을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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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일드 : 네이버 영화 스틸컷 | ||
물론 [와일드]에서의 셰릴은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그저 보여주었다. 그녀가 거쳐간 수많은 어려움, 자기 자신을 미워하고 용서할 수 없는 처참함, 두려움, 불안함. 그리고 그것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버티는 것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이것이 나에게는 ‘잘 될 거야!’ 라는 표면적인 응원보다 더 큰 힘이 되고 응원이 되고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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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일드 : 네이버 영화 스틸컷 | ||
“버티는 게 가장 힘들지, 하지만 나도 해냈으니 너도 할 수 있을 거야!” 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셰릴은 이렇게 외치는 것 같았다. “내가 버텨냈다, 이 자식들아!”
셰릴은 예전의 자랑스러운 자신으로 돌아가기 위해 PCT를 횡단했다.
당신은, 그리고 나는 온전한 자기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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