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도도새 드로잉, 종이에 수채, 2015, 김선우 | ||
[디아티스트매거진=김선우] 모리셔스에는 도도새가 더 이상 없지만 여전히 수많은 도도새가 있다. 25루피 짜리 지폐에, 거리의 음식점 간판에, 기념품점의 진열대 위에. 우리는 업적을 남긴 이를 위해 초상을 남기고 그의 역사를 온갖 방식으로 기록한다. 그렇게 따지면 도도새의 업적은 단 한 마리도 남김없이 모두 먹혀버려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 그들의 공로인 걸까. 아무튼 그 공로 덕에 수많은 신혼부부는 도도새가 그려진 타올과 조잡한 나무 조각상들을 마치 전리품처럼 가지고 돌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나 역시 그들의 죽음 덕분에 이 곳에 오게 된 것이다.
두 번째 날에 벤과 세냐와 함께 간 곳은 유레카 하우스였다.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의미로 그렇게 이름을 지은 것 같은데,(아마도 모리셔스를 정복할 지혜를?) 이곳에 처음 정착한 사람들이 살았던 집이라고 한다. 고즈넉한 숲 속에 자리 잡은 거대한 저택이었는데, 이들의 첫 발자국이 도도새 최후의 날의 시작임을 그 누구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처음 네덜란드 사람들이 살았던 그 모습 그대로 보존해 놓은 저택 이곳저곳에서는 관광을 온 유럽 사람들이 우아하게 와인 한 잔 씩을 들고서 바비큐를 뜯고 있었다. 저택 입구에는 도도새를 실제 크기로 재현해 놓은 꽤 정교한 나무 조각이 있었는데 조각을 가리키며 가이드에게 “아직 도도새를 볼 수 있나요?”라고 물었더니 “아뇨. 이곳에 정착한 사람들이 다 먹었다는군요.”라고 말하며 따분한 표정을 지었다. “도도새는 맛이 있었을까요?”하고 재차 묻자 그녀는 질렸다는 듯이 대답한다. “찾게 되면 좀 알려줄래요?”
![]() |
||
| ▲ 유레카 하우스에 있던 도도새 나무 인형. 마치 광대의 슬픈 미소를 짓고 있는 것만 같다. | ||
플릭 엔 플락(Flic en Flac)은 ‘자유롭고 평평한 지역’이라는 뜻을 가진 모리셔스 서부 해안이다. 모리셔스에서 가장 길고 아름다운 백사장을 자랑하기 때문에 수많은 허니무너들이 반드시 방문하는 장소. 우리는 그랑베이로 돌아가기 전, 석양을 보기 위해 플릭 엔 플락으로 달려가 백사장에 털썩 주저앉았다. 모리셔스의 석양은 지금껏 내가 본 어떤 석양보다도 아름다웠다. 어느 해변에서나 하늘과 맞닿은, 푸른 리본을 펼쳐놓은 듯한 수평선을 볼 수 있었고 그 위로 어둠이 조금씩 내릴 때면 하늘은 신비로운 주홍빛과 보랏빛으로 물들어갔다. 벤은 옆에 앉은 세냐의 어깨를 감싸며 나를 놀리듯이 말했다. “너 여자 친구는 지금 어디 있어?” 나는 한숨을 쉬고 말없이 석양을 바라보았다. “그러게. 나 왜 여기 혼자 있지….” 나도 울고 석양도 울었다.
![]() |
||
| ▲ 플릭 앤 플락의 환상적인 저녁 노을.. | ||
![]() |
||||||||
|
▲ 도도새 드로잉, 모리셔스에서 구입한 성냥갑에 수채, 2015 김선우
|
||||||||
*본 여행은 일현미술관 주관 ‘일현 트래블 그랜트’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