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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징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
[디아티스트매거진=주동일]
[Intro & Outro]
바보와 어린아이, 동물.
이들의 공통점은 미소 짓게 하는 것이다. 너무 솔직해서, 너무 순수해서,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지 못해서. 새하얀 순수함 위에 펼쳐지는 그들의 우스꽝스러운 행동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세상에서 묻혀온 때를 지워주는 것들이 있다. 가족들의 얼굴과 연인의 품,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모든 감각을 덮어버리는 기억들, 혀가 아니라 가슴까지 풀어주는 음식, 저층 지대에서만 볼 수 있는 오후의 햇빛, 무한한 힘을 가진 신념 등 – 하지만 이것들은 엄밀히 말하면 우리가 ‘때를 견딜 수 있도록 해주는 것’들이다. 혹은 우리가 그 때를 어떻게 안고 살아가야 할지 알게 해주는 것들이다.
바보와 어린아이, 동물은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우리의 때를 지운다. 그들은 말 그대로 때를 지워낸다. 보고 있는 순간 어떠한 엉킴이 풀리도록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바보와 어린아이와 동물이 가진 힘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한 가지 힘이 더 남아있다. 대지에 덮인 눈처럼 끝을 알 수 없는 순백 앞에서 때가 지워지는 순간 우리는 무언가를 깨닫는다. 우리가 굳게 믿고 집착해온 것들은 사실 그다지 가치가 없다는 것을 – 그 앞에서 우리의 때는 아주 작고 어리석었으며, 그 때를 만들어낸 무언가에 목맬 수 밖에 없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아주 나약하다는 것을.
그 때 새로운 것들이 시작된다. ‘때를 만들어낸 것’(돈, 시스템, 관념 그 무엇이건)을 더 성숙하게 만들거나, 더 성숙하게 사랑한다. 그리고 때 속에 자신을 잃어가며 허덕이던 사람들을 사랑하게 된다.
이것이 바보와 어린아이, 동물의 힘이다. 때를 지워내는 끝없는 순백, 그리고 그 순백 속에서 배움이 아니라 잊음을 통해 만들어내는 깨달음은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힘이다.
내 말에 공감한다면, 당신은 ‘시징의 세계’에 빠질지도 모른다. 당신이 끝없는 순백을 가졌던 시절에 동경했던 호그와트나 나니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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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풀 ‘바보’ | ||
[Verse 1] 작품 소개
베이징 올림픽을 기점으로 만들어진 팀답게, 이번 전시 역시 올림픽이 경제 주도권을 가진 국가들만의 잔치로 변질된 점을 비판하는 작품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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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징의 세계 전시장 입구 : 입국심사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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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징 입국 심사 : 춤을 추거나 노래를 해야만 전시장에 들어갈 수 있다. 혼자 갔었기 때문에 내심 시켜주길 바랬는데 문 앞에서 망설이고 있으니까 큐레이터분이 어서 들어오시라고 하셨다. 웃지 않는 자는 추방이라는 문구도 인상적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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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징의 세계 전시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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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징 올림픽 메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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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징 올림픽의 유니폼. 메리아스와 트렁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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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징 올림픽의 승부차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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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징 올림픽의 역도. 손등을 테이블에 붙이고 손가락으로 몇cm나 들어올렸는지 잰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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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징 올림픽의 자전거 경주. 자전거에 체인이 없어서 2미터만 가도 넘어진다. 전시장에 가면 시징맨들이 어린아이 장난치듯 열심히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동영상으로 함께 나온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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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징 올림픽의 다이빙. 전시장에 있는 동영상을 보면 시징맨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사다리 위에 올라가 사람 모양으로 자른 종이를 물통에 던진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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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징 올림픽의 탁구. 시징맨들이 셋이서 자기들끼리 낄낄거리며 열심히 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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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징의 대통령 사무실. 우주 사업을 위해 페트병 로켓이 설치되어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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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디오 작품을 관람하려면 이불과 베개 위에 누워서 봐야만 한다. 실제로 관객들이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편안히 작품을 감상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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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징의 도시건설. 수박을 잘라 도시 모델을 만들다가 나중에는 그냥 다 먹는다 | ||
이 외에도 국립현대미술관 버전 전시 <이것이 시징이군요 – 서쪽으로 떠나는 여행>과 시징맨들의 개인작품이 전시되어 있어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그들의 문제의식과 개인적인 고뇌들을 엿볼 수 있다.
[Verse 2] 시징의 세계
한중일 프로젝트 그룹 시징맨의 ‘시징의 세계’전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8월 2일까지 전시된다. 아시아의 후기 개념미술 작가로 국제 미술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세 작가(김홍석, 첸 샤오시옹, 츠요시 오자와)는 2006년, 베이징올림픽(2008)을 앞두고 프로젝트 팀을 만든다. 시징(Xijing: 서경西京의 중국식 발음)이라는 가상의 도시를 설정하고, 자신들을 시징맨이라고 칭하는 이 그룹은 황당한 희극을 통해 동시대 삶의 허위에 대해 비판한다.
김홍석 작가는 “중국, 베트남, 심지어 한국에도 서경이라는 곳이 있었다. 서경은 대단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때 존재했지만 잠시 없어졌고, 그러나 언젠가는 다시 생길수도 있는 공간을 서경이라고 이름 붙인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작품은 서경이라는 우스꽝스러운 나라를 설정해 관객들을 웃게 만든다. 그리고 그 자지러지는 웃음이 끝난 뒤 관객들은 현실을 쳐다본다. 아무 의미가 없는 듯 보이는 작품이 관객 자신과 대조되어 관객들이 스스로 문제의식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바보와 어린아이, 동물들의 힘과 닮았다.
“착한 사람은 남을 도와야한다던 지, 술을 많이 먹으면 건강에 해롭다던 지 하는, 모든 우리가 당연하다고 배워왔던 것들이 결국은 이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다. 우리는 시징이라는 우화를 통해 사회를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를 보여주고 싶었다.” – 김홍석, 시징맨
“이들의 작업은 세상에 대한 말 걸기다…시징맨은 가상의 이야기에 머물지 않고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반투명의 레이어를 비춰 보여주고 있다…자신들을 타자화시키면서 한편으로 주체화하고, 익명화시키면서 구체화시키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 김장언, 국립현대미술관 전시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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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징 학교의 철학 수업 | ||
[Verse 3]
카뮈의 ‘페스트’에는 흥미로운 두 인물이 나온다. 흑사병을 두고 신의 뜻을 찾으려는 신부 ‘파늘루’, 모든 기준을 부정하려는 한량 ‘코타르’다.
아무 죄 없는 아이가 흑사병으로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신의 뜻이라 말하는 파늘루와 그것을 보며 아무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코타르는 상반되는 두 입장에서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전적으로 공감하는 독자는 많지 않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저 ‘인간다움’이라는 것이다.
시징의 세계는 바보 같다. 하지만 작가들은 그 바보 같은 모습을 가졌기에 어떤 천재도 설명할 수 없는 ‘인간다움’을 생생하게 전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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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징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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