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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Friends For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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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아티스트매거진=김성희] 최근 ‘색종이 아저씨’가 오랜만에 티비에 출연하며, 많은 어른들을 그 시절의 향수에 젖게 만들고 있다.  어린 시절 티비 앞에 앉아 서툰 솜씨로 아저씨의 종이 접기를 따라 하던 그 때, 그저 친구와 별거 없는 놀이를 해도 즐거웠던 그 시절, 친구와의 우정도, 나 자신도 영원할 줄만 알았다. 그땐 그 시절을 그리워 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을 거다.

   
▲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포스터

 영화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은 올해 5월 개봉해 우리나라에서 흥행했던 영화 <스파이>의 감독 ‘폴 페이그’의 전작이다. SNL크루인 ‘크리스틴 위그’와 ‘마야 루돌프’, <스파이>에 출연했던 ‘멜리사 맥카시’, ’로즈 번’ 등 개성 있는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폴 페이그’ 만의 개그 코드가 합쳐져 강력한 코미디 영화가 탄생했다. 개그 코드만 잘 맞는다면 영화를 보는 내내 웃음이 멈추지 않을테지만, 이런 웃음 속에서 우리는 여자라면 공감할 수 있는 여자친구들 만의 미묘한 분위기, 변해가는 시간 속에서의 친구관계, 그리고 나 자신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원제는 <Bridesmaids>로, 주인공 ‘애니’의 가장 친한 친구 ‘릴리안’이 결혼을 하게 되고, 신부들러리로서 릴리안의 결혼을 함께 준비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리고 있다.

 결혼식을 준비하는 건 설레는 기분과는 별개로, 부담되고 정신 없는 과정이기 마련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엔 결혼식 뿐만 아니라 약혼파티, 브라이덜 샤워, 배첼러 파티 등 신부와 신랑을 위한 다양한 파티들이 있다. 이런 파티의 준비 뿐 아니라 결혼식을 위한 자잘한 계획들을 보통 신부 들러리와 함께 세우기 때문에, 신부 들러리의 역할은 막중하다.

 애니는 어릴 때부터 함께해온 단짝으로서 릴리안의 신부들러리가 됐다. 그런데 릴리안의 새로운 친구 ‘헬렌’이 등장한다. 헬렌은 얼굴도 예쁘고 부자인데다가, 릴리안을 위해 모두가 부러워 할만한 파티를 만들어준다. 애니와 헬렌은 릴리안에게 더 소중하고 중요한 친구, 최고의 신부들러리가 되기 위해 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그 과정에서 애니는 오히려 릴리안의 결혼식 준비와 파티들을 망치게 된다.

   
▲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스틸컷

 같은 학교에서 똑 같은 옷을 입고 함께 공부를 하던 그 시절, 친구들은 함께 얘기만 해도 즐거운 존재였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는 각자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다른 환경에 놓이고, 결국 다른 삶을 살게 된다. 대화의 주제 역시 달라지기 마련이다. 달라진 환경 속에서 더 이상 옛날의 우리가 아니게 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영원할거라 생각했던 그 모습이 조금씩 변해가는걸 보면, 갑자기 모든 게 낯설게 느껴 지며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애니도 릴리안의 모습을 보며 그런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릴리안은 이제 세상 밖으로 나가 다른 사람들과,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다. 자신이 알던 그 친구의 모습이 아닌 새로운 릴리안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고, 한편으론 좀 멀어진 듯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을 것이다. 더구나 자신만큼 오래 알지도 않은 헬렌이 세상에서 둘도 없는 친구인양 구는 게 얄밉기도 하고, 질투가 나기도 했을거다.

 헬렌의 입장에서도 애니에게 질투를 느꼈을 거다. 예쁘고 돈 많은 헬렌이지만 , 남편과의 사이도 소원하고, 남편의 자식들에겐 무시 받는다. 또 여자인 친구도 없어 늘 외로운 헬렌에게 릴리안은 정말 소중한 친구지만, 릴리안에겐 이미 소울 메이트 같은 친구 애니가 있고, 자신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애니 같은 친구가 될 수는 없을 걸 안다.

 그 친구를 만난 시기에 따라 그 친구를 대하는 모습과 친구와의 관계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학창 시절 친구들을 만나면 순수했던 그 시절에 머물러있고 싶어진다. 그래서 옛날 얘기를 많이 하게 되고, 성인이 되고 나서 알게 된 친구들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대하게 된다.

 릴리안 역시 애니와 헬렌을 대하는 모습이 조금 다르다. 릴리안에게 애니는 릴리안의 과거, 헬렌은 릴리안의 현재에 가까운 친구다. 애니는 어떻게 보면 과거에 갇혀 있는 친구이기도 하지만, 릴리안의 모든 걸 알고 있고, 자신의 추억들을 함께한 친구이자, 가장 편한 모습으로 있을 수 있는 친구다. 헬렌은 애니만큼 마냥 편할 순 없지만, 그래도 자신의 현재 환경에서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다.

 더 오래 알았다고 해서 소중한 친구인 것도 아니고, 나에게 더 많이 해준다고 해서 좋은 친구인 것도 아니다.  애니와 헬렌, 둘 중 누가 더 좋은 친구라고 하기엔 어렵다. 비록 릴리안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서로의 경쟁심만 더 커졌지만, 그래도 둘다 릴리안에겐 꽤 좋은 친구인 건 맞는 것 같다.

   
▲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스틸컷

 한 편, 영화에서 애니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일명 ‘진상짓’을 많이 한다. 애니는 불경기 때문에 하던 베이커리가 망했고, 그로 인해 가진 돈을 거의 다 날리고, 애인도 그녀를 떠났다. 그건 애니에겐 큰 상처로 남아있고, 애니의 인생은 불행해졌다. 어머니를 통해 겨우 취직한 일자리에서도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엔 쫓겨나고, 룸메이트 두명과 함께 살던 집에서도 나가게 된다. 자신을 아껴주지 않고 함부로 대하는 남자를 끊어내지 못하며, 진심으로 자신을 생각해주는 남자를 만나서도 자신의 열등감 때문에 도망친다. 애니는 자신의 인생은 아무것도 되는 게 없다고만 생각하며, 자기연민에 빠진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자존심은 여전히 강하다. 말 그대로, 애니의 인생은 바닥을 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어릴 때부터 단짝이었던 릴리안이 결혼을 하게 된다. 오래 사랑해왔고, 꽤 괜찮은 조건의 남자와. 릴리안의 결혼에 행복하지만, 애니는 마냥 축하 해줄 수가 없다. 그건 애니가 나쁜 사람이라서도 아니고 질투가 많아서도 아니다. 릴리안의 모습에 비해 자신의 현실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다들 살면서 한번 쯤은 그런 못난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자신의 상황이 좋지 않을땐, 친구의 행복에 기쁘면서도, 마냥 축하해줄 수 없을 때가 있다. 내 상황이 조금만 더 괜찮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못해서 내 모습이 너무 초라하게만 느껴질 때 말이다. 애니의 행동들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누구나 그런 모습을 가지고 있기에 애니의 마음에 공감이되고, 안타깝기도 했다.

 ‘관은 1인용이다’라는 말이 있다. 인생은 혼자 사는 것이다. 누군가가 내 삶을 살아주지도 않고, 내가 다른이의 삶을 살아줄 수도 없다. 하다 못해 평생을 함께 할 것 같은 가장 친한 친구라도, 그저 타인일 뿐이다. 결국엔 내가 바로 서야 한다. 주위에 좋은 친구들이 있는 건 행복한 일이지만, 그전에, 나의 삶이 바로 서야 진심으로 행복도 함께 나눌 수 있는 거다.

   
▲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스틸컷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애니가 릴리안의 브라이덜 샤워를 망친 후 다른 신부 들러리들 중 한명인 메건이 애니를 찾아와 얘기하는 장면이다. 여기서 메건이라는 캐릭터의 존재가 확연히 드러난다. 그저 웃긴 캐릭터인줄 알았던 메건은 이 영화에서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를 전해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사실 애니는 메건과 별로 친하게 지내지도 않았고, 메건을 그닥 친한 친구라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메건은 애니를 찾아왔고 애니의 현실을 돌직구로 얘기해주며 애니에게 달려든다.

“너는 너와 얘기하려는 친구가 바로 앞에 있는데 넌 친구가 없다고 얘기하잖아.

넌 도움이 아니라 동정을 바라고 있어.

넌 얼간이고 난 삶이야. 삶이 널 괴롭혀? 맞서 싸우란 말이야.

싸우는 법을 배워. 네 엿같은 인생과 싸우란 말이야!”

 결국 애니는 메건을 시원하게 한대 때린다. 애니가 자신의 인생에 맞서 싸우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모습은 영화를 보는 사람에게도 다시 인생과 싸울 용기를 준다.

 인생이 잘 안풀리면 자기연민에 빠질 수 밖에 없다. 그런걸 꿋꿋이 이겨내는 사람도 많지만, 그렇다고 자기연민에 빠지는 사람은 나약하고 쓸모 없는 사람인 것도 아니다. 단지 사람에 따라 느껴지는 무게와 다시 회복할 수 있는 힘의 차이가 있는 것 뿐.

 바닥을 치고 무기력해진 인생에서 빠져 나오긴 쉽지 않다. 하지만 바닥을 친다는 건, 힘껏 바닥을 밀고,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나부터가 나를 가치 있는 사람으로 대할 때,  다시 도약한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변해가는 많은 것들을 인생에서 가장 큰 변화인 ‘결혼’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세월 앞에서 친구관계가 변하기도 하고, 바닥을 치는 인생이라도 조금씩 용기를 내어 변해갈 수 있다. 아무것도 몰랐던 순수했던 시절이 영원 하려면 좋으련만, 흘러가는 시간과 변해가는 모든 것들을 붙잡아 둘 순 없다.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이 변하기도 하고, 변했으면 하는 것들은 영원히 변하지 않기도 한다. 그런 변화가 반가울 때도, 꺼려질 때도 있지만, 변해가는 모든 것들을 인정하고, 그저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겨 묵묵히 나아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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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
ksh9193@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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