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티스트매거진=이상석] 광장(廣場), 뜻풀이 그대로 넓은 장소. 과연 한국 사람들이 흔히 쓰는 단어일까? 필자는 거의 써본 경험이 없다. 그러나 유럽으로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자신들이 거쳐 갔던 광장 이름을 외우느라 고생을 좀 해야 할 것이다. 이렇듯, 광장이라는 공간의 개념은 서양에만 존재해왔다. 그리스 문명은 아고라에서 시작되었고, 로마제국의 발전과 번영은 포로로마노의 도시 광장을 기점으로 한다. 또한 콩코르드 광장에서 프랑스 대혁명이 신호탄을 울렸으며, 대영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는 트라팔가 광장,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광장, 모스크바의 크렘린 광장 등이 존재한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유럽의 역사를 바꾼 사건들은 대부분 광장을 중심으로 번져 나간 경우가 많다. 유럽사회가 시민사회로 성장할 수 있게끔 동력을 부여한 장소가 바로 광장이며, 이는 유럽 시민사회의 정체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유럽에서는 도시계획 과정에서 광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될 만큼 광장에 대한 가치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즉, 기존에 만들어진 광장이나 새롭게 만들어질 광장이 도시의 디자인과 건축적인 질에 상당히 기여도가 높다는 것이다. 특히 유래가 깊은 광장의 경우 그 도시와 시민들이 겪은 이야기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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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때 카벨보그는 해상교통의 중심지 역할을 해냈다. | ||
노르웨이의 노포텐 군도에 위치한 오래된 어촌마을인 카벨보그는 연이은 화재와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은 이후 현재 활발한 도시개발을 진행 중이다. 그러한 탓에 여행객들의 발을 자주 볼 수 없는 도시이다. 하지만, 매력을 모르고 방문했다가 매력을 느끼고 떠나게 되는 도시가 바로 카벨보그다.
카벨보그라는 마을에 사람들이 정착한 것은 약 1,000년 전부터이다. 노르웨이 북부지역에서는 가장 먼저 발전하기 시작한 이곳은 19세기부터 교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성장하기 시작했고, 항구까지 확장되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어선과 생선 등 다양한 상품이 팔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선박이 현대화되면서 해상교통의 중심지라는 지위를 잃어 갔으며, 광장은 주차장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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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돛대처럼 솟은 가로등 | ||
1996년을 기준으로 카벨보그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당시 허리케인이 강타하면서 광장이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렸다. 지역당국은 시민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를 복원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어울리는 광장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조명은 선박의 랜턴에서 모티브를 따왔으며, 기둥은 배의 돛대를 모양 삼아 디자인했다. 광장의 한쪽 구석에는 1927년에 세운 작은 야외무대가 있는데 광장을 대표하는 상징물을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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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들의 염원이 담긴 선박 모양의 문양 | ||
유럽에 존재하는 수십 개의 광장에 비하면 노르웨이의 카벨보그는 작고 소박하며, 조용하면서도 담백하다. 그러면서도 카벨보그 광장은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광장은 단순한 장소로서의 의미만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그곳에 머물러왔던 사람들이 있기에 광장은 어떠한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다. 카벨보그 역시 그러하며, 필자가 생각하는 카벨보그 광장의 메시지는 바로 미래에 대한 ‘염원’과 ‘희망’이다. 광장 곳곳에는 과거 해상 도시로서 활기 넘치던 당시 모습을 떠올리는 디자인들이 새겨져 있다. 카벨보그의 시민들은 광장에 모여 그 때 그 당시의 이야기를 나누며 다가올 미래를 희망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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