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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관심종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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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디스커넥트> 포스터

[디아티스트매거진=이해나] 카톡으로 연락은 자주 하지만, 얼굴 보기 쉽지 않은 친구. 우린 가끔 농으로 얘기한다, 우리 온라인 친구냐고. 이렇게 우리는 페이스북, 블로그, 인스타그램, 메신저 등 인터넷상의 인간관계를 꽤나 촘촘히 맺고 있다. 익명의 사람들과 밤늦게까지 대화를 하고, 서로의 사진을 구경하고, 사생활을 캐내기도 한다. 컴퓨터 화면 너머 보이는 그 사람이 실제로 어떤 인물인지 알지도 못한 채. 아니, 어쩌면 자세히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런 온라인상의 인간관계는 밀접한 관계인 걸까, 아님 단절된 허망에 불과할까. 소통을 찾는답시고 오히려 우리는 소통을 위한 단절을 일삼는 건 아닐지. 초라한 현실을 잊으려고 온라인에서 주구장창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유명인이 되기 위해 부산스러운 건 아니냐는 지적이다.

   
▲ ⓒ 영화 <디스커넥트> 스틸컷

아기를 잃고 슬픔에 빠진 아내는 인터넷 채팅으로 한 남자와 친해진다. 남편은 인터넷 도박으로 자신의 궁상 맞은 현실을 잊어간다. 서로가 외도 아닌 외도를 하는 사이, 부부는 대화를 잃어가고 부부 사이는 삭막해진다. 엎친 데 덮친 격,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유출된 개인정보로 인해 신용카드는 거액이 결제되고 집은 순식간에 파산으로까지 이른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도대체 누가 카드를 긁었을까. 그저 따뜻한 위로가 그리워 시작한 메신저에서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고, 인터넷 도박을 위해 몇 군데 회원가입을 했을 뿐인데. 이들의 개인정보를 쉽게 뚫렸다.

자신만의 음악세계에 빠져 가족에게도 인정 받지 못하는 사춘기 소년은 페이스북에서 자신과 처지가 비슷해 보이는 한 소녀와 연락을 주고 받는다. 허나, 소녀에게 충동적으로 전송한 소년의 누드 사진은 삽시간에 전교생에게 퍼지고 누군가의 악의적인 접근이었음을 알게 된 소년은 큰 상처를 받는다. 이렇게 일이 터진 후에야 깨닫는다, 가장 가깝다는 가족들조차 그 동안 소년이 무엇에 관심 있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전혀 몰랐다는 사실을.

   
▲ ⓒ 영화 <디스커넥트> 스틸컷

영화 <디스커넥트>는 네 가지 유형의 인물들이 옴니버스식으로 등장한다. ①해병대 출신의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남자와 그의 아내 ②잘 나가는 변호사로 부유한 삶을 누리지만 늘 가족보단 일이 우선이었던 아빠와 학교에서 따돌림 당하는 아들, 그런 동생을 모른 척하는 누나, 그저 방관하는 엄마. ③전직 경찰이자 탐정으로 활동하는 아버지에게서 따뜻한 관심을 받지 못해 집 밖으로 겉돌며 위험한 장난을 일삼는 아들, ④불법 화상채팅으로 돈을 버는 18세 소년을 특종으로 인터뷰하기 위해 접근했다가 도리어 그녀의 커리어도 말아먹고, 소년의 생활터전까지 위협하게 된 기자. 네 가지 이야기는 온라인 공간이 모든 사건의 빌미를 제공한다.

   
▲ ⓒ 영화 <디스커넥트> 스틸컷

등장인물들은 모두 공통의 문제가 있다. 소통의 단절과 감정의 결여. 가장 가까운 관계인 가족들에게는 냉랭하고 무관심하지만, 온라인에서는 누구보다 열성적이다. 그 중, 기자와 18세 미소년은 조금 다른 케이스. 이들은 오히려 온라인상의 관계가 오프라인에서 어떻게 변모할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온라인상으로는 자신의 맨몸까지 보여줄 정도로 거리낌 없이 행동했지만, 정작 얼굴을 마주한 오프라인에서는 서로에게 진심을 보이지 못하고, 신뢰를 주지 못해 끝없는 갈등을 빚는다.

   
▲ ⓒ 영화 <디스커넥트> 스틸컷

인간은 누구나 관심종자다. 내가 더 돋보이고 싶고, 칭찬 받고 싶고, 우쭐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 ‘관심종자’라는 말은 괜히 심심해서 생겨난 게 아니다. 모든 게 까발려진 오프라인에선 자신을 포장할 수 없지만, 온라인에선 가능하다. 나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허세도 부려보고, 거짓말도 해보고, 마음껏 과시도 해보고, 꼰대 마냥 누군가를 향해 잔소리도 내뱉는다. 현실에서 자신에게 결핍된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 온라인이라는 공간은 최고의 안식처가 되기도 한다. 그런 말이 있다, 페이스북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자주 하는 사람은 인간관계가 좋지 않다고. 나아가 우스갯소리로 페이스북이란 ‘내가 이렇게 잘 살고 있다’는 과시욕 수단이라는 말도 있다. 물론 이런 농담을 진지하게 믿는 것 또한 옳지 않다.

자신에게 진실로 필요한 관계는 외면하면서, 진솔한 관계를 찾아 헤맨다. 온라인은 오프라인을 대체할 수 없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인터넷 없이 살기 힘들지만, 그렇다고 인터넷이 우리네 관계와 소통의 본질을 뒤바꾸진 못한다. 영화 <디스커넥트>는 온라인의 병폐를 지적함과 동시에 오프라인을 등한시하는 현대인의 일상도 날카롭게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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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나
haena2008@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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