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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속 세렌디피티: 필터링에 익숙한 현대인을 위한 지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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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서울미술관 <조우>전

[디아티스트매거진=고대영]

8월까지 이어지는 북서울미술관의 <조우>전은 요 근래 미술관들이 이어나갔던 그 어느 전시보다 시의적이고 사회적 책임감을 띄는 것이라 말할 수 있겠다. 어떤 미술의 장르를 고집하지도 않았고 특정 작가의 개인전도 아니었다. 작품 하나하나의 의미에 집중하기보다 전시 자체가 갖는 의미에 대해 그 무게감을 두고 있음이 분명하다. <조우>전은 오늘날 현대인의 디지털 문명 속 길찾기에 있어 지침서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서 디지털이라는 세계는 긍정적인 모습보다는 부정적인 모습에 기인한다. 구글과 같은 거대한 세상에서 우리는 정보의 필터링을 겪고 있는 요즘이다. 필터링이란 쉽게 말해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 보게 하고 익숙한 세상만 경험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곧 필터버블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연결이 되어 더 이상 우리로 하여금 창의적 사고를 하지 못하게 만든다. 우리의 검색 하나하나 그리고 우리가 클릭하는 상품 하나하나가 데이트베이스화 되어 기업의 손에 들어가고 우리는 이제 그들의 손아귀에서 편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친절하게 떠먹여 주지만 3대 영양소는 의식하지 않는다. 과연 이러한 현상이 정보에 있어서만 존재하는 것일까. 그렇다 하더라도 이 때문에 벌어지는 우리의 고정된 사고는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조우>전은 크게 두 가지 타이틀로 나뉘어 우리의 이러한 편협되고 고인 생각을 깨뜨리려 하고 있다. ‘조우’라는 어휘 자체가 말해주듯이 ‘예기치 않은 만남’을 통해 정보화 세계 속 미아들을 구출해내려 하고 있는 이번 전시이다. 1층은 ‘재료가 내용이 될 때’, 2층은 ‘재료가 매체가 될 때’라는 개별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그럼 대표작과 함께 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구체적 내용을 알아보도록 하자.

1. 재료가 내용이 될 때

말 그대로 재료가 그 자체로써 존재함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 공간에서의 작품들은 잠시 후에 볼 두 번째 섹션의 작품들과 다르게 작품 자체 보다는 작품을 이루고 있는 재료에 시선이 집중된다. 이는 오유경 작가의 <꿈결같은>이라는 작품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오로지 탁구공만을 사용하여 작품을 완성시켰다. 이미 완성된 하나의 탁구공을 재료로 선정하고 이것들을 한데 모아 작가만의 방식으로 재배치한 것이다. 여기서 탁구공은 그 본연이 갖는 특성을 떠나 또 다른 느낌을 가져다준다. 튀어 오르는 동적인 탁구공이 집단화되고 재배치되자 마치 하나의 나무를 연상케 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보고 있는 탁구공은 현실 속 그대로의 탁구공에 불과하다. 우리의 인식 속 대상은 그곳에 그대로 존재하지만 이것들이 모여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났을 때 느껴지는 것은 분명 우리가 갖고 있던 고정관념과는 다르다. 1층 전시실은 이처럼 작품 속 재료를 전면에 배치함으로써 보는 우리로 하여금 본질의 타파를 느끼게 해준다. 교회에서 볼 법한 스테인드글라스를 만들어 놓고 그것을 구성하는 재료들이 어떠한 것인지 작품 뒷면에 여과 없이 보여주는 이창원 작가 역시 우리의 사고를 흔드는 모습이었다. 작품 뒷면엔 무엇이 있는지 직접 확인해보면 재밌을 듯하다.

   
▲ 꿈결같은, ©오유경 2011
   
▲ Holy Light, ©이창원 2005

2. 재료가 매체가 될 때

이와는 다르게 2층 전시실의 작품들은 모두 하나의 완성된 외형을 지니고 있다. 외관상 재료가 특별히 궁금해지지 않는, 이미 존재하는 작품으로써 우리에게 다가오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이게 바로 2층 전시의 주제이다. 1층에서의 탁구공은 보는 즉시 우리 눈에 인식되지만 2층에서 우리는 재료보다 작품자체에 눈을 두게 된다. 그리고 작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던 차 하나의 놀라움을 얻게 된다. 작품을 구성하는 재료가 그제야 눈에 띄는 것이다. 신미경 작가의 <트렌스레이션-청화 백자 시리즈>는 말 그대로 청화와 백자로 이루어져있다. 그러나 사실 이 작품은 진흙이 아닌 비누로 만들어졌다는 데 놀라움을 준다. 우리가 감탄하며 보던 작품이 알고 보니 흔한 일상 속 재료로 이루어졌다는 의미는 고여 있던 우리의 시각을 다시 한 번 흔들어주기 충분했다. 고춧가루를 마치 산맥이나 계곡처럼 보이게 형상화한 방명주 작가의 <매운땅> 역시도 정체된 우리의 사고에 독특함과 기발함을 안겨준다.

   
▲ 트랜스레이션-청화 백자 시리즈, ©신미경 2009-2013
   
▲ 매운땅, ©방명주 2008

이처럼 이번 북서울미술관의 <조우>전은 재료의 다양한 역할을 통해 우리가 기존에 갖고 있던 신념이나 의식을 깨트려주고 더불어 넓은 범주에서 등장하는 재료를 통해 우리 일상에서의 발견과 만남이 가능하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원하든 원치 않든 보던 것만 보는 우리의 쳇바퀴 생활에서 이러한 세렌디피티는 분명 하나의 기폭제가 될 것이고 앞으로의 생활에 있어 하나의 지침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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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영 기자
ihskdyg@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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