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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세상에서 하나뿐인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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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김정아] 지도는 현대미술의 매력적인 모티브 중의 하나다. 지극히 중립적인 차원에서 사회의 객관적 형식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그 특성상, 아카이빙이나 리서치 베이스 작업에서 이용하기 좋은 소재 중 하나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제시되는 지도는 주로 철저히 기계적인 외관을 띠고 등장한다. 일종의 중립적 태도를 견지하는 이러한 아카이빙이나 리서치 작업이 유행하는 현실에 비추어볼 때, 2015년 0CI 미술관 선정 작가 김정은의 작업은 이색적이다. 작업의 소재이자 자료로 이용하되 개인적인 기억과 몸의 움직임, 일상적으로 소소한 주관적 감성을  담는 그릇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작가가 만들어낸 지도는 현실의 지형을 반영하는 지도인 동시에 몸과 기억이 스며있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지도’이다. 

<셀프 맵핑_Self Mapping : 141003-150405>에서 작가는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와 그 주변의 길들을 단순한 길로 구성된 지도로 그린다. 이 지도는 또한 작가 자신이 일상의 소소한 볼 일을 위해 걸어 다녔던 길의 흔적이자 몸의 움직임을 기록한 드로잉이기도 하다. 이 지도/드로잉 곳곳의 모퉁이에는 “2시간 커피” “제법 쌀쌀해졌다” 등등, 혼잣말처럼 덧붙인 메모들이 곁들여진다. 작가는 여러 장의 트레이싱지에 이 지도/드로잉을 겹쳐 그림으로써 기억이 겹쳐지듯이 포개지는 시간/길의 흔적들을 만들어낸다. 김정은의 지도는 다양한 재료와 형식으로 제작된다. 종이 위에 드로잉을 하거나 종이를 오려 내거나 같은 모양을 여러 장 만들어서 겹치게 하거나, 혹은 작은 블록처럼 입체적인 조각들로 꾸민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작업이 항상 실재하는 지도에서 출발하고 그 지도인지 명시하지는 않지만, 어떤 작품이건 항상 현실의 지도를 원재료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작가는 이 섬세한 작업을 통해서 현실의 지도를 변형시키지 않으면서 동시에 그것을 가장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지도로 만든다. 도시의 면모를 작가적 시각으로 재구성하면서 고유한 미학적 공간이 되는 셈인데, 공격적이진 않지만 날카로운 감정선들이 돋보이며, 예리하지만 또 담담하게 쌓아올린 듯한 묘사가 오히려 더 많은 가능성을 시사해준다. 

   

▲ <Diary mapping on the road> 


보드지, 스텐봉 / 연필드로잉, 가변설치/ 250×100 / 2015 [사진제공 : OCI미술관]

서울은 복잡한 레이어로 구성된 도시이다. 과도한 도시 팽창은 여기저기 중첩된 공간들을 형성한다. 김정은의 지도 작업을 보면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유목민적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유목은 주거 형태의 계약관계에 의한 즉, 타자에 의한 상대적 유목 형태를 의미한다. 타자에 의한 주거의 이동은 마치 연극무대의 변화처럼 다양한 플롯으로 읽혀진다. 익명의 삶을 요구하는 현대라는 구조 속에서는 삶의 거점마저도 행정 구역상의 숫자와 도로를 우위로 한 건물의 형태들로 대변되곤 한다. 필자는 전시장에서 작가의 내밀한 기억을 더듬어 가다 보니 결국 어떠한 장소도 목적지도 찾지 못하는 공황상태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는 인문학적으로 바라보는 도시에 대한 고찰을 통한 여정을 묘사함과 동시에, 도시를 향해 각자의 항해를 떠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상징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거대한 도시의 수레바퀴 속에서 세상에서 하나뿐인 나만의 지도는 꼭 필요하지 않을까? 

   
▲ <Floating place mapping> 
트레이싱지 / 연필드로잉 / 105×190 / 2015 [사진제공 : OCI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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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아 기자
vivresavie66@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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