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ARTIST매거진=이상석] 당신의 삶이 예술이다. THE ARTIST MAGAZINE
처음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라면 떠나기 전부터 이미 설렘과 기대감으로 잠을 설치게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왠지 모를 걱정과 불안에 휩싸이기도 한다. 그 불안감 중 하나는 바로 “우리들의 여행을 어떻게 하면 더 풍성하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다. 이번 글에서는 그 수많은 불안과 걱정들을 덜어낼 수 있는 한 가지를 공유하고자 한다. 우리가 걱정하는 이유는 여행은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처음 방문한 곳을 다시 방문한다고 해서 처음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없다. 여행이 랜드마크를 모조리 포함시키고, 수백 장의 사진을 찍는 것으로 채워질 수 있을까?
물론, 평소 사진으로 보고 귀로 듣기만 했던 유명한 장소들을 실제로 다양하게 접할 수 있게 된다면, 만족스러운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권하는 풍성한 여행은, 여행자의 적극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 다소 피곤할 수 있겠지만, 직접 질문하고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어가는 여행이야말로 풍성한 여행의 지름길이며, 오랜 시간 동안 추억으로 남게 될 여행이 될 수 있다. 어떤 질문들을 던져볼까? 우리 주변에는 너무나도 다양한 질문거리들이 널려있다. 그 중에서 여행지와 관련 있는 사물들, 혹은 이야기들을 찾아보자. 길을 걷다가, 핫도그를 팔고 있는 포장마차가 보인다. 그래, 오늘은 핫도그(Hotdog)다.
핫도그의 기원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부터 시작된다. 사실, 유럽에서는 일찍이 소시지 문화가 발달했기에 이를 기반으로 핫도그라는 음식이 탄생할 수 있었다. 소시지는 소금에 절인다는 뜻의 라틴어에서 비롯되는데, 호메로스의 시에서도 발견될 만큼 역사가 깊다. 그러나 유럽 전 지역에서 동일한 형태로 소시지 문화가 발달한 것은 아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지방에서 만들어지는 소시지는 돼지의 작은창자 모양의 굵기로 만들어지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독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프랑크푸르트에 대한 환상을 갖게 된다. 유럽 경제의 중심지로서 대륙 곳곳으로 연결되는 대규모의 항공편을 자랑하는 프랑크푸르트지만, 사실 여행자 입장에서는 특별한 명소가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지역이기도 하다. 보고 느낄 수 없는 여행이라면, 머리로 생각하고 기억에 남길만한 것들을 찾아야 한다. 그나마 겨울이 다가올수록 프랑크푸르트의 길거리는 볼거리들이 풍성해지는 관광지로서의 면모를 드러내며 여행객들을 맞이하기 시작한다.

| ▲ 겨울 프랑크푸르트의 크리스마켓은 다양한 볼거리로 관광객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 ||
특히 규모 면에서 최고를 자랑하는 크리스마스 마켓은 다양한 국적의 여행객들로 꽉 차 있다. 뢰머 광장(Roemerplatz)에 위치한 크리스마스 마켓은 길거리에 약 200여개 정도의 상점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길거리를 구경하기 전에 우리들은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핫도그와 따뜻한 와인인 글뤼바인(Gluhwein)으로 빈속을 채운다.

| ▲ 프랑크푸르트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모양의 핫도그(Hotdog) | ||
핫도그의 탄생은 약 1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물론, 핫도그의 유래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마다 다소 견해 차이가 존재하지만, 대동소이하다고 보면 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핫도그가 소시지의 생산지인 독일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미국 뉴욕에서 탄생했다는 점이다.
1901년 한 장사꾼이 뉴욕 자이언츠 야구장에서 아이스크림 장사를 하고 있었다. 문득, 그는 겨울에는 어떤 음식을 판매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에 휩싸이게 되었다. 장사꾼은 당시 미국에서는 함부르크 지방 사람들이 먹는 두꺼운 소시지를 이용한 음식들이 유행하고 있었던 점을 착안해서 빵에 프랑크 소시지를 끼워 넣어서 팔기 시작했다.
당시 스포츠 신문에 만화를 게재하던 한 기자는 프랑크푸르트 소시지가 들어간 빵을 먹으면서 닥스훈트 개를 떠올렸다. 빵의 앞뒤로 닥스훈트 개의 체형처럼 짧게 튀어나온 소시지를 보고 떠올린 것이다. 이를 통해 영감을 얻은 기자는 곧바로 이 빵을 그린 뒤 신문에 게재하려고 했으나, 닥스훈트의 알파벳이 떠오르지 않아 임시로 ‘Hotdog’라고 명명한 채 자신의 그림을 배포했다. 닥스는 오소리, 훈트는 개라는 뜻의 독일어 단어였기 때문에 미국인 출신인 그로서는 기억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혹은 운이 좋게도 이 ‘Hotdog’는 ‘Hotdog’인 채로 미국 전역에 널리 유행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대중들이 즐겨 먹는 최고의 간식거리로 남아있다.

| ▲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 힘겨운 삶으로 인해 미국으로 떠나는 독일인들 | ||
오늘날의 와서는 핫도그를 비롯한 패스트푸드가 대중들의 사랑받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지만, 한편으로는 정크푸드로 인식되면서 대중들의 비난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핫도그는 미국으로 건너온 독일인 1세대들의 피와 땀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음식이다. 당시 독일은 19세기 후반부터 관세 동맹의 성립을 계기로 자본주의화가 급진전되면서 부르주아와 노동자 간의 대립이 극에 달한 시기였다. 그 결과 상당수의 독일인 노동자들이 이민을 선택했고, 기회의 땅인 미국으로 떠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살아내고 있었다. 이 때 이들의 버팀목이 되어준 음식이 바로 저가의 핫도그였다. 자신의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건너온 독일인들이 새로운 세상에서의 혹독한 생활을 견뎌내기 위해 만들어낸 음식인 것이다. 따라서 독일인들에게 핫도그는 인내이자, 고난, 열정의 산물이다.
핫도그에 얽힌 이야기, 우리는 과연 알고 있을까? 물론, 몰라도 좋다. 안다고 해서 핫도그의 맛이 더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핫도그라는 음식에는 다양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고, 우리들의 독일 프랑크푸르트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요소임에는 틀림없다. 핫도그를 한 입 베어 물고 독일인을 다시 한 번 바라보자, 그리고 생각하자, 독일인의 열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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