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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색화, 소멸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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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묘법 10-7(2010), ©박서보

[디아티스트매거진=고대영]

1970년대 그 틀을 다졌던 단색화에 대한 시선이 요즘 따라 심상치 않다. 그것도 해외에서 말이다. 최근 한국의 단색화전이 열렸던 이탈리아 베니스비엔날레만 보더라도 단색화가 갖는 위상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이렇게만 말해주면 정작 대단한 걸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수치가 필요하다. 작품의 가격 말이다.

올해 3월 홍콩에서 열린 소더비 경매에서 정상화 화백의 ‘무제’가 약 4억원에 낙찰되었다. 이우환의 ‘선으로부터’는 지난해 겨울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무려 23억원이 넘는 금액에 낙찰되기도 하였다. 주목할 점은 가격상승률이다. 최대 18배까지 오른 한국의 단색화는 사실상 미술품 옥션에서 이제는 단연 주인공이 되었다. 이 상황에서 이렇게 된 이유를 찾아 묻는 것은 더는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 단색화 열풍이 앞으로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사람들의 이목이 끌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술계 역시도 전자 보다는 후자에 더 집중을 해야 하는 때라고 본다. 그 이유는 단색화에 대한 간략한 이론적 배경을 통해 알 수 있다.

단색화는 한국 고유의 특색을 띈 회화작품이다. 서양의 미니멀 아트나 모노크롬 등과는 또 다른 작품세계를 지니고 있기에 서양에서도 이를 발음 그대로 ‘단색화’라고 일컫는다. 한국식 모노크롬이라는 명칭은 이젠 지워도 될 듯하다. 이처럼 서양의 모노크롬과 대비되는 단색화만의 독립성은 무엇일까. 바로 한국사람이라면 살면서 한번쯤 들었을 ‘전통을 기반한 고유한 정신’에 있다. 단색화를 통해 우리는 자연과의 일체감을 바라보고 정신적 초월을 느끼게 된다. 쉽게 말해 단색화는 그려진 형체에 의의를 두기보다는 그리는 과정 속에 나타나는 정신을 중시 여기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면에서 미니멀 아트와는 사뭇 다르다 할 수 있는 것이다. 미니멀 아트가 물질적인 제약과 작가의 추상주의에서 벗어난 극단적인 제작방식을 거쳐 탄생한 것이라면 단색화는 이와 다르게 작품 속에 정신과 역사를 담고 있다.

특징 설명은 이 정도로 하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스위스, 이탈리아 등지에서 열리는 경매에서 단색화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이유를 굳이 찾자면 돌고 도는 유행의 한 켠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고 이제서 빛을 발하는 단색화의 작품성에 힘을 줄 수도 있다. 물론 감정사의 입김이 작용할 수도 있고 말이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상승세를 타고 있는 단색화 열풍이 유지되는 데 어떠한 것들이 필요한지에 대해 고민 해보는 것이다.

   
▲ 선으로부터(1976), ©이우환

앞서 언급했듯이 서양화와는 다르게 정신과 역사성이 특징인 단색화는 이를 뒷받침할 이론적 명제를 제시하기가 쉽지 않다. 하나의 작품이 하나의 장르로써 정착이 되는 데에는 수많은 학자들과 비평가들의 노력이 수반된다. 그들의 끊임 없는 비평과 연구 등을 통해 탄생된 이론적 근거는 그 작품으로 하여금 지나가는 하나의 흐름 안에서 지탱할 수 있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색화의 가격과 거래량에 정신이 팔린 지금, 국내에서는 단색화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할 토대가 다소 부족한 상태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설명해줄 명제가 필요하다. 그것도 서양에 말이다.

이러한 이론적 확립은 비단 작가나 판매자 에게만 중요한 것이 결코 아니다. 현재 경매 시장에서는 단색화에 대해 ‘거품논란’을 거론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즉 단색화라는 이유만으로 유행에 편승하여 가격이 치솟는 상황이 염려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 역시도 작품의 이론적 토대가 확립된다면 사라질 문제이다. 이는 미술계에서만 통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언론학계에서 프레임이론이 여전히 이론적 메커니즘을 세우지 못해 어정쩡한 이론으로 여겨지는 것을 보며 느끼는 게 있지 않은가. 어느 분야든 치열한 비평과 분석을 통해 자리잡은 이론은 그 분야에서 존재하는 대상들을 평가하는 데 큰 도움을 주기 마련이다. 이를 통해 단색화 시장에서의 거품도 사라질 것이고 동시에 단색화 열풍도 이어질 것이라 보고 있다.

경매라는 분야는 모든 것이 돈으로 평가 받는 곳이다. 이를 부정하거나 비난할 이유는 전혀 없다. 미술품의 가치 역시 돈을 기준으로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유명해서 비싼 걸까 비싸서 유명해진 걸까라는 생각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 이러한 미술시장에서 단색화의 가격이 치솟고 거래량 또한 상승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기뻐할 일이다. 그만큼 한국 고유의 문화를 인정받고 있다는 것일 테니 말이다. 다만 이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뿌리가 깊어야 할 것이다. 이론적 토대가 충분히 자리잡는다면 지금 있는 이 유행은 단순히 유행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져 나갈 것으로 보여진다. 그렇지 않고 그저 kpop의 인기에 대해 신기해 하며 박수치는 사람들처럼 방관한다면 단색화는 또다시 ‘한국식 모노크롬’이라는 틀 안에 갇혀 소멸해버리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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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영 기자
ihskdyg@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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