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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소영 기자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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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umblr.com

[디아티스트매거진=민소영]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던 피노키오를 기억하는가? 그렇다면 그 피노키오의 거짓말이 자신을 사랑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왔다는 것도 기억하는가? 입만 열면 거짓말에 장난만 치다가도 어느 순간 진지하게 눈을 마주하는 환자 마이클(자비에 돌란)을 보면서 필자는 피노키오를 떠올렸다. 정신과 의사인 로렌스 박사의 행방불명으로 병원이 발칵 뒤집히고, 그린 박사(브루스 그린우드)가 나서서 마지막으로 그를 목격한 마이클과의 면담을 시작한다.

   
▲ ⓒ nicolasbillon.com

 그린 박사의 방에서 마이클과 그린 박사가 주고받는 대사 대부분으로 이 영화는 이루어져있다. 다른 공간이라 봐야 병원 내부의 공간들과 그린 박사의 집 정도가 전부이다. 심지어 이 공간들이 나오는 장면은 길어봐야 15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제약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전개를 보면 느낄 수 있듯이 이 영화의 원작은 연극이다. Nicolas Billon이라는 극작가의 첫 연극이었던 <엘리펀트 송>은 그린 박사와 마이클이 주고받는 대사 속에서 풀어나가는 진심과 진실에 대한 이야기이다. “행간의 의미를 들으세요. (Listen between the lines.)” 라는 마이클의 대사만으로도 대사 하나하나 속에 단서들이 심어져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게 그들이 하는 대화는 머리와 꼬리에서, 그리고 수수께끼처럼, 때로는 시계 속의 태엽들처럼 얽혀져 영화를 완성해간다. 그린 박사가 말하고 싶어하는 것은 로렌스 박사의 행방이요, 마이클이 얘기하고 싶은 것은 코끼리였다. 서로 다른 얘기인 것처럼 포장되어져 있지만 이야기의 본질이 같음을 알아갈수록 정신이상이 있는 환자라기엔 지나치게 똑똑하고, 영리하다 못해 겉잡을 수 없는 마이클과 환자 이상의 인간으로서 대우하는 그린 박사의 모습 속에서 조금씩 진심을 찾아간다.

   
▲ ⓒ 네이버 영화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마이클은 모든 이야기를 코끼리로 시작하여 코끼리로 끝낸다. 처음에는 수수께끼로만 이미지화 되던 코끼리가 결국은 그의 내면 깊은 곳의 아픔을 말하게 된다. 처음 코끼리가 등장하는 것은 마이클의 말에서부터이다. 그린 박사가 무슨 말을 하건 그는 코끼리로 맞대응한다. 코끼리가 모계사회라는 것, 22개월이나 임신한다는 것, 그리고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유일한 동물이라는 것. 얼핏 보기에 그가 생각하는 코끼리는 마치 모성이 가득한 존재처럼 여겨진다. 그런 그가 이야기를 하면서 코끼리는 남성의 존재가 되어지기도 한다. 벽장 뒤에서 발견한 코끼리 인형 ‘앤쏘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마이클이 로렌스 박사와 성관계를 맺은 것을 묘사하는 장면이 그러하다. 하지만 이 것은 그린 박사와 보는 관객을 속이기 위한 ‘이미지’일 뿐, 사실 코끼리의 진정한 의미는 따로 존재했다.

   
▲ ⓒ 네이버 영화

 그 근본에는 그의 어릴 적 트라우마가 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8살에 딱 한 번 보았던 아버지. 24시간 연애의 결과로 자신이 태어났으며, 계획하지 않았던 생명이었기에 서투를 수 밖에 없었던, 그리고 자신의 명예와 음악이 더욱 중요했던 소프라노 엄마. 아버지와 사냥 현장에 갔던 마이클은 눈 앞에서 죽어가는 코끼리의 눈과 마주한 뒤 충격을 받는다. 그 이후 엄마가 자장가로 불러주던 ‘엘리펀트 송’을 그는 코끼리 인형 ‘앤쏘니’와 같이 기억에 담고 있는다. 어쩌면 좋은 엄마가 될지도 모른다는 헛된 희망 속에 그는 더욱 마음이 병들어 갔고, 약 한 통을 삼켜버린 엄마의 곁에서 구급차를 부르지 않은 채 가만히 손을 잡고 부르던 ‘엘리펀트 송’. 죽음 앞에서 조차 ‘음정을 세 개나 틀렸다’는 마지막 말을 하고 세상을 떠난 엄마에게 자신은 그저 죽은 것만도 못한 존재라는 생각이 깊이 박혔으리라. 그에게 코끼리는 ‘죽음’이었던 것이다. 그의 인생 내내 코끼리가 죽음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녔고, 여기서 이미 충분히 너무나 많은 복선이 드러났다. 그는 계속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했고, 그는 ‘지금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며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품위 있는 사람’인 그린 박사를 눈 앞에 두고 있었다.

   
▲ ⓒ 네이버 영화

 단순한 형태의 사랑이다.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것 만으로도 위로를 주는 형태 말이다. 어린 아이였던 마이클이 화려한 무대 뒤에서 엄마의 사랑을 기다린 것처럼 그는 단순히 코끼리에 대해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어쩌면 로렌스 박사는 이를 알았던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랬기에 문학적 은유와 비유를 넘어 지적 매력이 광채를 뿜는 그를 보며 사랑한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마이클은 말한다. “날 만지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는 기분을 알아요? 내가 맛본 최고의 행복이었어요.” 사랑하지만 그 형태가 달랐기에 오는 고통과 어릴 적의 트라우마가 극복 되어질 수 없는 그 경계 사이에서 몸부림 치던 그는 결국 이별을 통보한다. 그리고 결심한다.

   
▲ ⓒ section-m.com

 여기서 잠시 그린 박사와 피터슨 간호사(캐서린 키너)의 이야기도 짚고 넘어가보자. 그 둘이 헤어진 계기는 바로 아이의 죽음이었다. 어떠한 사고로 인하여 자식을 잃은 두 부부는 서로에게 책임을 묻지도 못한 채 등을 돌리고 만다. 그 날, 부인이 아닌 자신이 함께 갔었더라면 딸을 잃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바보 같은 생각을 했다던 그린 박사. 그 것이 그녀의 책임이지 않고, 자신의 책임이었더라면 달랐을 거라고 믿고 싶은 일종의 책임 회피가 드러난다. 그리고 여기서, 마이클과 면담을 하다가 잠시 멈춘 상황 앞에서 이는 번복된다. 평소 피터슨 간호사의 보살핌을 받던 마이클이었기에 그의 행동이 어딘가 이상함을 느끼고 그녀는 불안해한다. 그린 박사에게 면담을 멈추기를 요청하지만, 진실을 알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그에게 그 말이 들릴 리 없었다. 이어진 면담 속에서 성공적으로 둘은 서로의 진실을 알게 되었고, 약속한 대로 마이클에게 초콜릿을 내어준다.

   
▲ ⓒ 네이버 영화

 반복적으로 코끼리라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 마이클이었기에 초콜릿 속 견과류에 대한  알러지 반응으로 죽게 되리란 것은 그다지 놀랍지 않았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그 다음이었다. 어떻게든 마이클을 살려보기 위해 발버둥치던 그린 박사와 피터슨 간호사는 한 자리에서 눈물을 흘렸고, 그녀에게 그는 미안하다, 용서해달라 라며 눈물을 흘린다. 그 책임이 어느 누구에게 있던, 이 것이 마이클의 계획된 자살이던, 그 죽음이 주는 여파에 대한 이야기를 증오와 사랑, 그리고 용서를 통해 말한다. 마이클에게 다가온 죽음의 공포가 인형의 탈을 쓰고 희망으로 다가온 것에 대한 증오, 자신을 사랑한 이에 대한 사랑과 그렇기에 잡았던 죽음. 그 죽음을 택한 이 앞에서 원치 않던 죽음을 맞이한 생명에 대한 또 다른 사랑. 그리고 그 사랑으로 인해 이루어지는 용서에 대하여.

   
▲ ⓒ eng.jiff.or.kr

 피노키오가 하던 말은 거짓이 아니라 어쩌면 그저 진실보다도 더 중요한 진심이었을 것이다. 사랑받고 싶다는 진심, 그것이 의사와 환자 간의 부적절한 관계라는 진실보다도 더 중요했다. 예쁘고 여렸던 자식의 죽음이 누구의 책임이던 아니던 간의 진실보다 부부간의 아픔을 치유할 사랑이 필요했고, 책임의 문제가 아니었음을 용서하는 진심이 중요했다. 우리는 간혹 진실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더욱 중요한 것은 진심이라는 것을 – 코끼리 코를 한 개, 두 개, 계속 셀수록 마치 사랑 받고 싶었던 피노키오의 거짓말로 길어진 코처럼 마이클은 거짓 속에 진심을 외치고 싶었던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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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소영 기자
mandy7547@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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