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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피>가 보여 준 인공지능 로봇과 인간

한예령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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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한예령] 영화에서 로봇은 단골 소재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모습과 역할로 우리 곁을 찾는다. 암울한 미래의 지배자로서 인간을 위협하기도 하고 적에 맞서 인간을 보호하는 존재로 나오기도 한다. 또, 인간과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인간과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하고 위압감이 느껴지는 모습으로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기도 한다. 영화 <채피>도 로봇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그 외에는 다른 로봇 영화들과의 공통점이 없다. 엄청난 위력을 자랑하는 로봇도 없고 화려한 액션을 하는 로봇도 없다. 또, 미래를 배경으로 하거나 판타지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지극히 현실적이라는 느낌을 들게 한다. 이 때문에 특별한 매력이 없는 영화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라는 것은 분명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 로봇 개발자 디온은 높은 범죄율로 골머리를 앓는 경찰에게 스카우트라는 로봇들을 만들어 제공하고 이들은 경찰과 함께 범죄자들을 소탕하며 도시의 치안을 지키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하지만 디온은 스카우트보다 더 진화된 형태의 로봇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마침내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을 탄생시킨다. 디온은 순수한 연구의 목적으로 채피를 탄생시켰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함께 하게 된 요란디와 닌자, 양키 그리고 디온을 적대시하는 빈센트로 인해 채피는 디온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을 겪게 된다.

인공지능을 가졌기는 하나 초기에는 세상에 막 나온 신생아와 같았던 채피는 디온과 요란디의 도움으로 말하는 법과 세상에 대한 것들을 배우며 조금씩 성장한다. 새로운 것을 하나씩 배우며 달라져 가는 그의 모습은 인간의 성장 과정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또, 채피는 요란디를 엄마라고 부르며 그녀에게 의지하는 모습도 보이는데 그 모습은 영락없는 어린 아이의 모습이기도 하다.

   
 

채피는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고 그것을 말과 행동으로 표현한다. 자신이 모르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것저것을 궁금해 하기도 하고 자신을 적대시하는 인간으로 인해 놀람과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또, 자신이 배터리의 문제로 얼마 살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에는 디온에 대한 섭섭함을 표현하며 동시에 더 살고 싶다는 생각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감정을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채피의 모습은 인간을 꼭 닮았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영화를 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채피에게 감정 이입을 할 정도다.

하지만 채피를 대하는 대부분의 인간들은 그를 단지 조금 특별한 로봇으로만 대한다. 디온 때문에 자신의 연구가 소외되고 있다고 생각한 빈센트는 채피에게 꽂혀 있는 보안키를 빼내기 위해 납치와 폭력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에게 채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또, 닌자와 양키는 그들의 이익을 위해 채피를 이용한다. 범죄는 절대 안된다고 한 디온의 말을 따르는 채피에게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며 채피가 가장 원하는 것을 빌미로 범죄에 가담하게 만든다. 채피를 처음 보는 사람들도 아무 이유 없이 그를 괴롭히고 적대시한다.

   
 

제발 그만두라며 애원하고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홀로 앉아 있던 그의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채피가 아무리 스스로 생각이 가능하고 여러 가지 감정을 느낄 수 있다 해도 대부분의 인간들에게 그는 단지 기계에 불과한 것이었다.

첨단 기술이 발전하면서 머지 않은 미래에 채피와 같은 인공지능 로봇을 만나게 될 수도 있다. 인공지능 로봇은 우리 삶의 질을 높여주고 편리함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장밋빛 미래를 그리기 전에 인공지능 로봇을 기계로 대할 것인가 아니면 하나의 인격체로 대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합리적인 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 답을 명확히 할 수 없다면 인공지능 로봇은 인간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며 그로 인해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영화 <채피>는 이러한 물음을 관객에게 은연 중에 던지며 그에 대한 답을 생각해 보게 만든다. 정답을 찾는 것도, 그로 인한 결과도 앞으로 우리 인간이 겪어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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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령
mnjhkg@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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