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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에서 피어난 천재화가, 프리다 칼로

김아름 기자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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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회 포스터

[디아티스트매거진=김아름] “삶이 당신에게 주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말고 받아두도록 하시오!” 그 언젠가 디에고가 칼로에게 했던 말이다. 자의든 타의든, 칼로는 디에고가 한 말을 그대로 따라갔고 모든 것을 받아두며 살았다. 그녀에게 주어진 재능과 그녀가 처한 상황, 그리고 디에고가 주는 상처와 정신적 고통까지. 좋은 것 나쁜 것 구별할 것 없이 칼로는 모든 것을 받아두었고 이러한 것들이 모여 우리가 아는 프리다 칼로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 칼로는 그녀가 받은 모든 것들을 작품에 담아냈고 그녀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선천적으로 소아마비를 가지고 태어났던 칼로는 1925년, 18살이 되던 해. 칼로는 쇠파이프가 몸을 관통하는 큰 사고를 겪게 된다. 이 사고는 의학을 배우던 그녀가 예술가의 삶을 살게 만든, 칼로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꿔 놓은 대형사고였다. 대 수술 이후 칼로는 9개월 동안 전신깁스를 하고 침대에 누워있어야 했고 칼로의 일상은 무료해져 갔다. 이를 본 칼로의 어머니는 칼로의 심심함을 달래주기 위해 그림도구를 선물하고 칼로가 얼굴을 볼 수 있도록 거울을 달아주었다. 칼로는 그녀의 하얀 깁스를 그림으로 채웠고 거울을 보며 종이 위에 자신의 얼굴을 수 없이 그려나갔다. 칼로가 자화상으로 유명해진 부분에 대해 이 시기의 경험은 중요한 부분이며 본인이 가장 잘 아는 나 자신을 그렸다는 얘기를 훗날 칼로도 언급한다. 9개월 뒤 기적처럼 침대에서 일어난 칼로는 본인의 그림들을 평가 받기 위해 디에고를 찾아가게 되고 이는 20세기 멕시코 예술계를 풍미한 커플의 시작이었다. 그림을 통해 가까워진 그들은 집안의 반대와 21살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디에고의 여성편력과 이혼 그리고 세 차례의 유산, 30여 차례의 수술 등 칼로의 인생은 평탄하게 흘러가지 않았고 칼로는 이러한 자신의 삶을 그림으로 표현해냈다. 47세의 젊은 나이로 숨을 거둘 때 그녀는 일기에 이 외출이 돌아오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칼로의 고통스러웠던 삶이 그대로 느껴지는 말이다.

   
▲ 칼로와 디에고의 모습

 칼로는 수많은 걸작들을 그려냈고 디에고와 함께 멕시코의 국보급화가로 여겨지며 지금까지도 멕시코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멕시코 내에서 칼로의 작품들은 철저한 보호와 관리를 받고 있는 만큼 칼로의 작품을 외국에서 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온갖 예술작품이 다 모여있다는 유럽에서 100군데에 가까운 미술관을 다녔지만 칼로의 그림은 퐁피두 센터에서, 그것도 작은 자화상 한 점만을 볼 수 있었다. 그만큼 이번에 한국 최초로 열린 프리다 칼로 전시회의 가치는 높으며 흔치 않은 기회라고 말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미국 베르겔 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칼로의 작품들과 멕시코 회화들이 한국을 찾았다. 

 전시는 크게 다섯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의 삶의 과정을 담은 연표를 영상과 함께 전시실에 소개한 것을 시작으로 칼로의 자화상, 예술세계를 보여주며 동시에 남편인 디에고의 작품과 멕시코 근대화가들의 작품까지. 칼로를 알아가는 동시에 평소 접하기 힘들었던 멕시코의 미술까지 살펴볼 수 있었다.

   
▲ 프리다 칼로 <목걸이를 한 자화상>

 첫 전시실은 ‘비둘기와 코끼리’로 제목을 달고 전시실 좌우 벽에 칼로와 디에고가 살아온 과정을 연표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도 함께 상영되고 있어 두 사람의 삶을 한 눈에 보며 전시를 보기 전 전시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고 본다. 그들의 삶을 가볍게 살펴본 뒤 다음 전시실로 이동하면 칼로의 자화상들이 맞이해 준다. 평소에 보지 못했던 판화작품과 드로잉들을 보다가도 뒤돌아서 자화상을 보게 되고 여기에 빠져들게 된다. ‘어서 나를 봐줘’라고 눈으로 얘기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칼로의 자화상에서 말할 수 없는 흡인력을 느끼는 동시에 묘한 연민의 감정이 느껴졌다. 전시실 가운데에 서면 여러 개의 자화상이 아니, 여러 명의 칼로가 동시에 나를 쳐다봤고 그들은 묘한 아우라를 뿜어냈다. 힘이 느껴지면서도 여린듯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 프리다 칼로 <우주, 지구, 디에고, 나>

 예술과 사랑이라는 이름아래 꾸며진 3전시실로 이동하면 칼로가 만들어낸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있다. 자화상에 가려져 있던 그녀의 또 다른 걸작들을 볼 수 있다. 칼로의 자유로운 예술세계와 디에고를 향한 그녀의 애증이 담긴 작품들을 접할 수 있었다. 특히 이번 전시에 주 작품으로 알려진 <우주, 지구, 디에고, 나>는 칼로가 느낀 둘의 관계를 담담하게 말하듯이 보여주고 있다. 평소 책과 인터넷으로 볼 때 보다 섬세하고 비장하게 느껴지며 그녀가 겪었던 고통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 정물화와 콜라주 작품 등이 전시장을 지키고 있었고 칼로의 예술세계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었다. 다음 전시실로 넘어가려는 찰나 유리벽에 전시된 편지들이 보였다. 생전 칼로가 그녀의 부모와 디에고에게 썼던 편지들이 해석과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필체에서 풍기는 칼로의 이미지가 자화상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주위의 사람들에 대한 칼로의 애정이 느껴졌다.

   
▲ 프리다 칼로 <드러난 삶의 풍경 앞에서 겁에 질린 신부>

 칼로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디에고 리베라 이다. 이러한 부분이 전시에 반영된 듯 디에고의 그림은 칼로의 작품들을 따라 4전시실에 전시 되었다. 멕시코의 자존심으로 불리며 멕시코의 민중미술을 이끌었던 화가인 동시에 칼로의 남편이었던 디에고. 이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디에고 리베라 전시를 보았고 나는 그 연장선상에서 디에고의 그림들을 감상했다. 전시실에 걸린 작품들은 멕시코와 민중의 색을 잘 보여주었고 멕시코 미술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디에고의 그림에서는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힘이 느껴졌는데 칼로가 그의 이런 그림을 보고 반한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디에고의 그림을 보고 발걸음을 옮기면 칼로가 입었던 화려한 멕시코 전통의상을 재현하여 전시하였다. 동시에 진열장 안에 칼로가 실제로 착용하였던 옷과 스카프 몇 점을 전시해두었다. 전시의 마지막에는 칼로와 디에고의 일상 모습을 담은 흑백사진들이 걸려있었다. 사진 속의 칼로는 당당해 보였고 고통을 생각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해 보였다. 칼로의 인간적인 삶의 모습을 보며 그녀도 한 명의 평범한, 똑 같은 여자였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지막 사진은 관 속 칼로의 모습을 포착하여 그녀가 이 세계로의 외출에 마침표를 찍은 순간을 보여주었다.

 프리다 칼로는 사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다. 영화 <프리다>는 족히 5번 이상은 봤고 작년에 학교에서 멕시코 학을 듣게 된 계기도 칼로에 대해 더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지난 3월 프리다 칼로 전시회를 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기다렸고 전시 첫 날에 가서 보겠다는 혼자만의 약속을 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6일, 전시가 열린 첫 날에 칼로의 작품들을 만나러 갔고 나는 아직도 여운이 남아 한 번 더 전시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사람들과 학자들은 칼로의 그림을 초현실주의로 분류하지만 칼로가 말했듯, 그녀의 작품들은 사실을 나타내고 있다. 그녀의 삶에서 받았던, 마음 속에 그대로 담아둔 사실을 작품에 표현해낸 것이다. 그녀의 초현실 같은 사실이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한편으로는 굴곡진 삶 속에서도 작품의 끈을 놓지 않았다는 점이 경이롭게 보였다. 물론 헐리우드 스타급의 스캔들과 사고들도 칼로에 대한 매력을 더했다는 점도 있지만 여러 복합적인 요소들이 칼로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불꽃처럼 짧고 강렬한 삶을 살다간 그녀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여름과 함께 시작된 칼로의 이야기를 찾아 전시장을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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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름 기자
kir9287@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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