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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아무리 고친들, 네 자신이 바뀌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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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이해나] “얼굴을 싹 다 고쳤는데 신기하게 예전 얼굴이 있어!” 한 고등학교 동창 친구의 결혼식날,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에 서로 신기해하고 있던 찰나, 한동안 잠수 탔던 S양의 소식을 누군가가 물어다줬다. 소위 말해 얼굴을 ‘갈아엎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많이 변했는데 정말 신기한 건 예전 얼굴이 그대로 있다는 말이다. 이게 말인가, 방구인가. 그럼 수술에 돈 들인 보람이 없지 않냐며 다들 웃고 말았는데, 결혼식 피로연 자리에서 스치듯 지나가는 S양을 우연히 보고 다들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정말이네! 다 고쳤는데 예전 얼굴이 남아있어!

완연한 외모지상주의. 눈과 코 성형은 수술로도 치지 않는다는 요즘 시대에 익숙해진 우리. 영화 <내가 사는 피부>를 통해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관객들에게 독립된 인격체로서 ‘너의 정체성은 무엇이냐’ 묻고 있다. 조금은 섬뜩하게. 사실 제목부터 심상치 않긴 하다.

   
▲ ⓒ 영화 <내가 사는 피부> 포스터

프랑스 미스테리 스릴러 작가 티에리 종케의 소설 <독거미>를 원작으로 한 스페인 영화 <내가 사는 피부>. 새롭고 입체적으로 창조된 캐릭터들 덕분에, 2011년 개봉 당시 원작보다 더 극적이라는 평도 받았다. 그러나 스토리가 워낙 기묘한지라, 전개방식이 발맞춰 따라가기엔 벅차다는 게 조금 아쉽다.

영화는 인공피부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다룬다. 인공피부 이식에 몰두하는 어느 성형외과 의사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삐뚤어진 욕망과 복수심을 그리고 있다. 엄연한 복수극이지만, 잔인하게 피 튀기는 스릴러는 아니고, 음산한 색감과 배경음악 등으로 어딘가 고급스러운 분위기까지 풍긴다.

   
▲ ⓒ 영화 <내가 사는 피부> 스틸컷

교통사고로 인한 화상으로 아내가 죽은 후, 성형외과 의사 로버트는 12년 동안 비밀실험실에서 완벽한 인공피부를 만드는 일에 집착한다. 그리고 자신의 실험 대상인 벨라는 박사의 대저택 안에 감금되어 맨몸에 바디슈트만을 입은 채 보호를 받으며 살아가고, 로버트 박사의 하녀이자 어머니인 마릴리아가 벨라를 돌본다. 그러던 어느 날, 로버트가 집을 비운 사이 로버트와 이복형제이자, 마릴리아의 날라리 아들이 저택에 찾아온다. 그리고 로버트와 벨라, 로버트의 죽은 아내를 둘러싼 비밀이 하나씩 밝혀지며 그 파장은 겉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간다.

   
▲ ⓒ 영화 <내가 사는 피부> 스틸컷

영화 <내가 사는 피부>는 피그말리온 효과를 모티프로 한다. 조각상을 만들고 그 조각상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그리스 신화 속 피그말리온 이야기. <내가 사는 피부>는 엇나간 가족애로 탄생한 갈라테아와 사랑에 빠져버린 광기의 피그말리온이다. 다만, 그 ‘조각상’이 6년 전에는 과연 누구였냐에 의해 이 영화가 기괴한 이유가 된다.

흔치 않은 소재와 스토리 자체가 워낙 기묘하고 강렬해서 영화 몰입도는 상당히 높다. 기괴하지만 매력적이다. 영화는 순차적으로 전개되지 않고,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주인공이 지금의 상태에 놓이기까지의 이전 상황을 친절하게 보여준다.

보통 반전 영화들은 영화 후반부에 복선을 깔아놓고 관객에게 ‘이제 슬슬 놀랄 때야’라고 말하는 편이지만, 이 영화는 극의 가장 큰 반전 포인트를 중간에 넣어놨다. 그리고는 주인공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이런 일을 저질러야 했는지 설명하듯 관객을 차근차근 설득시킨다. 감독의 상상력이 영화의 절반 이상을 먹고 들어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징적인 의미의 집합체라 보일 정도로 영화 자체가 상당한 집중력을 요한다.

   
▲ ⓒ 영화 <내가 사는 피부> 스틸컷

피부 색깔로 인종이 결정되듯, 피부는 타인과 자신을 구별하는 가장 기초적이고 최초의 것이다. 그러나 피부를 바꾸었다고 해서 인간의 고유 영혼마저 변하지는 않는다. 영화 속 주인공 벨라는 피부가 바뀌었지만 벨라가 지닌 영혼은 그대로인 것처럼. 이 점이 영화의 중요한 포인트다. 한번 바뀐 피부가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는 있어도, 영원히 다른 사람이 되어 남은 생을 살아갈 수는 없다는 얘기다.

충격적인 소재도 담담히 풀어내는 재주가 있는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스러운 영화. 피 튀기는 박진감 넘치는 스릴러 영화를 기대하신 분들이라면 살짝 반감이 들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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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나
haena2008@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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