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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열차에 탑승하시겠습니까?

은서형 기자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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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스본행 야간열차 포스터

[디아티스트매거진=은서형] 현실을 내려놓고 싶은 순간이 있었는가?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 모두 하나같이 당연한 것 아니냐며 고개를 끄덕일 듯하다. 살면서 한번쯤은 꿈꾸는 것이 매일 똑같은 그림같은 지루한 일상을 탈출하는 것이 아니던가. 열심히 내 인생 더 나아지라며 쳇바퀴를 열심히 굴리지만 정작 하루를 끝마치고 집에 와 보면 오늘도 내가 지나온 ‘일상’이란 틀에 끼워 맞추기만 했다는 생각에 오늘도 제자리걸음을 한 게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여기 무료한 일상을 유리벽 부수듯 빠져나가고픈 당신에게 솔깃한 문구가 있다.

‘한 권의 책, 한 장의 열차 티켓으로 시작된 마법 같은 여행’

자, 상상이라도 해보자. 당신은 출근 길에 우연히 발견한 책에서 15분 후 출발하는 열차티켓을 발견하였다. 누군가가 일부러 당신에게 매혹적인 미끼를 던진 듯한 기분이 드는가? 곧 출발하는 열차가 당신의 가슴에서 요동을 치지만 당신의 머릿속엔 이미 회사 상사의 잔소리가 스치고 있을 것이다. 사람은 매 순간 선택을 하면서 산다. 사람의 인생은 오로지 자기가 한 선택으로만 이뤄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명한 건, 자신이 한 선택이 자기의 인생을 만들며 이것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거울과도 같다는 것이다.

   
▲ ⓒ 리스본행 야간열차

오랜 시간 대학교에서 고전문헌학 강의를 하는 교수 ‘그레고리우스'(제레미 아이언스 役)는 아내와 이혼 후 홀로 지내며 그저 매일 평범한 일상을 지내​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비 오는 아침, 그 날도 똑같이 학교로 출근하는데 우연히 다리에서 뛰어내리려는 붉은 색 코트를 입은 한 여성을 만나게 되고 ‘그레고리우스’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진다. 붉은 색 코트와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포르투갈어의 책만 남기고 홀연히 사라져버린 여인. 그는 우연히 들고 있던 책을 보게 되고 그 안에 있는 15분 후 출발하는 리스본행 열차티켓 한 장을 발견하며 망설이다 운명의 부름에 이끌리듯 리스본행 열차에 몸을 싣는다.​

​

“제가 생각했던 모든게 담겨 있었어요.”

혹시 서점에서 자신을 부르는 책을 발견한 적이 있었는가? 아무도 찾지 않는 책이지만 마치 당신을 위해 그 때 그 자리에서 당신이 자신을 봐주길 기다리는 책 말이다. 보이지 않는 운명의 끈으로 이어져 있는 이성을 그 많은 사람속에서 발견하면 ‘이 사람이다.’ 하는 전율이 느껴지듯이 ‘그레고리우스’도 책을 펴는 순간부터 이런 느낌을 경험하였다. 자신의 인생은 살아온 대로 지어지는 자신만의 ‘고독의 집’ 아니던가. 인생에 깊은 주름이 지고 나이가 들 때쯤이면 그 집은 굳은 시멘트처럼 매우 견고해지게 마련이다. 달리 변화도 갈구하지 않게 되고 오로지 ‘자신의 방식이 옳다’ 라는 생각으로만 살게 된다. 이런 ‘그레고리우스’와 조우하게 된 이 책의 글들은 그에게 새로운 바람을 느끼게 해 준 것이다. 과거 1974년 살라재르의 장기독재와 맞서고자 레지스탕스가 일으킨 포르투갈혁명, 그 혼란 속에 서 의사였지만 작가와 철학자가 되고자 펜을 들었던 한 청년, ‘아마데우’ (잭 휴스턴 役)가 남긴 책 <언어의 연금술사>가 40년이 흘러 스위스 베른에 있는 한 나이 지긋한 대학교수의 견고한 집을 조금씩 흔들고 있는 것이다.

   
▲ ⓒ 리스본행 야간열차

‘인생의 진정한 감독은 우연이다. 잔인함, 연민, 매력이 가득한 감독.’

​리스본에 도착한 후 ‘그레고리우스’는 내가 그동안 찾고자 했던 인생의 메세지들을 강렬히 전해준 작가 ‘아마데우’를 찾기 위해 나서고 그의 동생, 그를 가르쳤던 신부님, 과거 레지스탕스 동료 등을 만나 그에 관한 얘기를 들으며 ‘아마데우’라는 인생퍼즐을 하나씩 맞춰가며 ‘아마데우’라는 인물과 낯선 땅 리스본에서 서서히 마주하게 된다.

   
▲ ⓒ 리스본행 야간열차

‘무엇을 할 수 있었으며 뭘 해야만 했을까?

무한한 가능성이 우리 앞에 놓여 있었고

깃털처럼 자유로웠으며 불확실함에 버거워했던 그 때..

단지 꿈같은 바람일까?

인생의 그 시점으로 다시 돌아가서

지금 내 모습이 아닌 완전히 다른 선택을 하길 원한다면..‘

​모든 사람의 인생은 ‘드라마’와 같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수십년을 살면서 누구나 희노애락을 겪으며 살테니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이다. 이런 한 사람의 인생이, 그것도 레지스탕스 시대를 사는 젊은이의 고뇌가 담겨있는 인생이 꽃잎이 농축되어 진한 향을 풍기는 향수가 되듯 한 권의 책으로 담겨 당신에게 온다면, 운명처럼 온다면 어떻겠는가? ​귀족 집의 보수적 정치성향을 띤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살라재르 장기독재’를 보며 눈을 감고만 있는 지식인으로 살 수 없어 몰래 레지스탕스에 가입한 ‘아마데우’, 그리고 그 곳에서 운명처럼 만난 여인 ‘스테파니아'(멜라니 로랑 役)와의 사랑. 동맥류를 앓다 젊은 시절 생을 마감할 때까지 들었던 펜으로 써 내린 한 남자의 강렬한 인생이 담긴 책 <언어의 연금술사>는 이를 받든 ‘그레고리우스’에겐 그의 여생을 연금술​할만한 마법으로 보이는 것이다.​

   
▲ ⓒ 리스본행 야간열차

‘삶의 결정적인 순간들.

꼭 요란한 사건만이 인생을 바꾸는 결정적인 순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운명이 결정되는 드라마틱한 순간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사소할 수 있다.

삶에 완전히 새로운 빛을 부여하는 경험은 소리 없이 일어난다.

그 놀라움 속엔 고결함이 있다.’

잠깐 왔다 가는 바람처럼 우리 인생에는 크고 작은 기회들이 알게 모르게 스쳐간다. 그것이 기회인 줄 알고 잡는 것은 단연 우리의 몫이다. 인생에서 우연히 접하게 된 책 안에 아예 다른 곳으로 떠나게 될 티켓이 들어있을 일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 티켓을 쥐고 역으로 달려갈지 아니면 도로 집어넣고 못 본 척 하고 가던 길을 갈지는 우리의 몫이다. ​지긋한 나이의 대학교수 ‘그레고리우스’가 40년 전의 인물인 ‘아마데우’의 부름에 이끌려 ‘리스본행’ 에 오른 것도 순전히 그의 선택이었다. 삶에서 ‘내 안의 혁명’을 일으킬만한 것을 만나는 것은 흔치 않다. 그것이 작게든, 크게든 말이다. 그것이 ‘그레고리우스’처럼 지혜의 말들이 쓰여진 책​의 형태로 올 수도 있고 우연히 지나가다 듣게 된 노랫말로 올 수도 있고​ 당신이 꿈꾸던 더 큰 기회로 올 수도 있다. 어떤 형태든 ​분명한 것은 그것을 접하게 된 전(前)의 나와 후(後)의 나는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나온 생의 특정한 장소로 갈 때 우리를 향한 특별한 여정이 시작된다.

그 여정의 길이는 중요하지 않다.

우린 그 여정에서 외로움을 만나게 된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은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에 기인하지 않는가?

그래서 단념하는걸까?

인생의 끝에서 후회할만한 모든 일을..’

   
▲ ⓒ 리스본행 야간열차

자신의 삶을 바꾸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리스본행 열차에 탑승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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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서형 기자
epaz@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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